거듭되는 의료계 ‘밥그릇 지키기’…‘실손 간소화’ 14년 생각나네
[격화하는 ‘의대 갈등’] ③
의료계, 국민 불편에도 ‘보험사 데이터 악용’ 근거로 14년간 간소화 반대
보험업계 “중계기관은 집적 못해…자신들의 수익 감소 우려 아니냐” 반박
[이코노미스트 윤형준 기자] 의료계의 의대 증원 반대에 ‘밥그릇 지키기’라는 비판 여론이 커지는 가운데, 과거 14년 동안 잡음이 끊이지 않던 ‘실손의료보험(실손) 청구 간소화’ 문제가 재조명되고 있다.
의료계는 보험사가 개인 의료데이터를 확보해 보험금 미지급에 악용할 여지가 있다고 주장하며 이 제도를 반대했다. 하지만 의료계는 보험금 청구와 관련해 국민 편의성을 개선시킬 다른 대안은 전혀 내놓지 않고 무조건 반대만을 외쳐왔다. 이에 의료계가 실손 청구 간소화 제도 시행 시 비급여 진료비 조정으로 인한 자신들의 수익 감소를 걱정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의 목소리가 커진 상황이다.
보험업계에 따르면 오는 10월 실손 청구 간소화법이 시행된다. 다만 병상 30개 미만 의원과 약국 등 소형 의료기관은 관련 시스템 준비에 시간이 걸리는 점을 고려해 2025년 10월부터 시행된다. 이 법안은 지난해 10월 6일 국회 본회의를 약 14년 만에 통과했다.
실손 청구 간소화는 말 그대로 실손보험 청구 과정을 간편하게 만들어 주는 것이 골자다. 보험 가입자가 진료·결제 후 현장에서 청구를 신청하면, 병의원이 진단서와 영수증 등 각종 서류를 보험사에 전자 전송해 준다.
실손보험은 ‘제2의 국민건강보험’으로 불리며 국민 대다수인 약 4000만명이 가입한 보험사의 인기 상품이다. 그런데도 가입자가 직접 의료기관에서 서류를 발급받아 보험사에 일일이 제출해야 했기에 불편하다는 목소리가 컸다. 이런 이유 때문인지 가입자들의 보험금 미청구액은 증가세를 보인다.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실에 따르면 소비자들이 미청구한 실손보험금 규모는 2021년 2559억원, 2022년 2512억원, 지난해 3211억원 등으로 매년 늘고 있다.
이 같은 소비자 편익 감소에 지난 2009년 국민권익위원회는 보험업계에 보험금 청구 양식을 통일하고 절차를 간소화하기를 권고했다. 그러나 이후 14년간 새 정부가 출범할 때마다 수차례 법안이 발의됐지만 의료계의 반발에 번번이 무산됐다.
의료계 “보험사, 고객 데이터 악용 우려”…소비자는 “글쎄”
의료계가 실손 청구 간소화를 반대하는 이유는 보험사가 개인 의료데이터를 이용해 보험 가입을 거절하거나 보험금 미지급 용도로 악용할 수 있다는 데 있다.
이에 지역 의사회들은 “민간 보험사는 보험금 지급 최소화 및 가입 거부 등으로 손해율을 줄일 수 있다”, “간소화라는 미끼로 오직 보험사의 이익만을 도모하는 법안에 강력히 반대한다”며 강도 높게 비판해 왔다.
하지만 이는 보험소비자들을 설득하기에 근거가 빈약하다는 지적이 이어진다. 실제 이번 실손 청구 간소화 시행과 관련해 보험사와 의료기간 사이에 전송 대행 기관(중계기관)을 두기로 했다. 이 중계기관이 정보를 유출하지 못하도록 조절하는 역할을 한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실손 청구 간소화 도입 이전에도 보험사들은 고객의 민감한 의료정보의 경우 안전하게 처리해 왔다”며 “그간의 수작업이든 간소화든 본질적으로 달라지는 것은 없다. 의료계가 개인정보를 방패로 삼는 건 어불성설”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6월 김주현 금융위원장도 실손 청구 간소화 시행으로 달라지는 것에 대해 “지금까지 종이 서류로 하던 것을 전자적으로 하자는 것, 그것 하나만 달라진다”며 “전송 대행 기관이 자료를 집적하지 못하도록 개정안에 명시돼 있고 목적 이외의 사용도 금지하고 있다는 점에서 정보 유출 우려는 없다”고 강조했다.
진짜 속내는 병원 주 수입원 ‘비급여’ 조정 걱정
보험업계에선 의료계가 실손 청구 간소화를 반대하는 진짜 이유로 ‘비급여 진료 수가’ 조정 문제를 꼽고 있다. 도수치료나 수액주사 등 비급여 진료 수가를 마음대로 결정할 수 없게 되는 상황을 우려하고 있다는 얘기다.
기본적으로 실손보험은 치료를 목적으로 한 비급여 치료에 대해서는 보험금이 지급된다. 반대로 말하면 미용 목적의 시술은 보장되지 않는다. 그러나 실제 병·의원에서는 미용 시술을 치료 목적으로 둔갑시켜 실손보험이 적용된다는 마케팅을 내세워 고객들에게 마구잡이로 권해왔다.
실제 실손 청구가 빈번하게 발생하는 30개 미만 병상을 갖춘 의원급 의료기관인 ‘1차 병원’의 실손 비급여 지급 보험금은 매해 가파르게 증가하는 추세다. 삼성화재·현대해상·DB손해보험·KB손해보험·메리츠화재 등 5대 손해보험사 집계를 추산한 결과, 실손 비급여 지급 보험금은 지난 2022년 2조2222억원을 기록했다. 2018년 1조2100억원과 비교하면 무려 83.5%나 불어났다.
다른 보험업계 관계자는 “병원의 주 수입원이 비급여라는 걸 증명하는 통계들은 많다”며 “실손 청구 간소화에 이어 의대 증원 문제도 의료계가 ‘집단 이기주의’라는 비판을 피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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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계는 보험사가 개인 의료데이터를 확보해 보험금 미지급에 악용할 여지가 있다고 주장하며 이 제도를 반대했다. 하지만 의료계는 보험금 청구와 관련해 국민 편의성을 개선시킬 다른 대안은 전혀 내놓지 않고 무조건 반대만을 외쳐왔다. 이에 의료계가 실손 청구 간소화 제도 시행 시 비급여 진료비 조정으로 인한 자신들의 수익 감소를 걱정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의 목소리가 커진 상황이다.
보험업계에 따르면 오는 10월 실손 청구 간소화법이 시행된다. 다만 병상 30개 미만 의원과 약국 등 소형 의료기관은 관련 시스템 준비에 시간이 걸리는 점을 고려해 2025년 10월부터 시행된다. 이 법안은 지난해 10월 6일 국회 본회의를 약 14년 만에 통과했다.
실손 청구 간소화는 말 그대로 실손보험 청구 과정을 간편하게 만들어 주는 것이 골자다. 보험 가입자가 진료·결제 후 현장에서 청구를 신청하면, 병의원이 진단서와 영수증 등 각종 서류를 보험사에 전자 전송해 준다.
실손보험은 ‘제2의 국민건강보험’으로 불리며 국민 대다수인 약 4000만명이 가입한 보험사의 인기 상품이다. 그런데도 가입자가 직접 의료기관에서 서류를 발급받아 보험사에 일일이 제출해야 했기에 불편하다는 목소리가 컸다. 이런 이유 때문인지 가입자들의 보험금 미청구액은 증가세를 보인다.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실에 따르면 소비자들이 미청구한 실손보험금 규모는 2021년 2559억원, 2022년 2512억원, 지난해 3211억원 등으로 매년 늘고 있다.
이 같은 소비자 편익 감소에 지난 2009년 국민권익위원회는 보험업계에 보험금 청구 양식을 통일하고 절차를 간소화하기를 권고했다. 그러나 이후 14년간 새 정부가 출범할 때마다 수차례 법안이 발의됐지만 의료계의 반발에 번번이 무산됐다.
의료계 “보험사, 고객 데이터 악용 우려”…소비자는 “글쎄”
의료계가 실손 청구 간소화를 반대하는 이유는 보험사가 개인 의료데이터를 이용해 보험 가입을 거절하거나 보험금 미지급 용도로 악용할 수 있다는 데 있다.
이에 지역 의사회들은 “민간 보험사는 보험금 지급 최소화 및 가입 거부 등으로 손해율을 줄일 수 있다”, “간소화라는 미끼로 오직 보험사의 이익만을 도모하는 법안에 강력히 반대한다”며 강도 높게 비판해 왔다.
하지만 이는 보험소비자들을 설득하기에 근거가 빈약하다는 지적이 이어진다. 실제 이번 실손 청구 간소화 시행과 관련해 보험사와 의료기간 사이에 전송 대행 기관(중계기관)을 두기로 했다. 이 중계기관이 정보를 유출하지 못하도록 조절하는 역할을 한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실손 청구 간소화 도입 이전에도 보험사들은 고객의 민감한 의료정보의 경우 안전하게 처리해 왔다”며 “그간의 수작업이든 간소화든 본질적으로 달라지는 것은 없다. 의료계가 개인정보를 방패로 삼는 건 어불성설”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6월 김주현 금융위원장도 실손 청구 간소화 시행으로 달라지는 것에 대해 “지금까지 종이 서류로 하던 것을 전자적으로 하자는 것, 그것 하나만 달라진다”며 “전송 대행 기관이 자료를 집적하지 못하도록 개정안에 명시돼 있고 목적 이외의 사용도 금지하고 있다는 점에서 정보 유출 우려는 없다”고 강조했다.
진짜 속내는 병원 주 수입원 ‘비급여’ 조정 걱정
보험업계에선 의료계가 실손 청구 간소화를 반대하는 진짜 이유로 ‘비급여 진료 수가’ 조정 문제를 꼽고 있다. 도수치료나 수액주사 등 비급여 진료 수가를 마음대로 결정할 수 없게 되는 상황을 우려하고 있다는 얘기다.
기본적으로 실손보험은 치료를 목적으로 한 비급여 치료에 대해서는 보험금이 지급된다. 반대로 말하면 미용 목적의 시술은 보장되지 않는다. 그러나 실제 병·의원에서는 미용 시술을 치료 목적으로 둔갑시켜 실손보험이 적용된다는 마케팅을 내세워 고객들에게 마구잡이로 권해왔다.
실제 실손 청구가 빈번하게 발생하는 30개 미만 병상을 갖춘 의원급 의료기관인 ‘1차 병원’의 실손 비급여 지급 보험금은 매해 가파르게 증가하는 추세다. 삼성화재·현대해상·DB손해보험·KB손해보험·메리츠화재 등 5대 손해보험사 집계를 추산한 결과, 실손 비급여 지급 보험금은 지난 2022년 2조2222억원을 기록했다. 2018년 1조2100억원과 비교하면 무려 83.5%나 불어났다.
다른 보험업계 관계자는 “병원의 주 수입원이 비급여라는 걸 증명하는 통계들은 많다”며 “실손 청구 간소화에 이어 의대 증원 문제도 의료계가 ‘집단 이기주의’라는 비판을 피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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