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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 성장에 지방 농가도 웃었다

‘우박‧폭설 피해’ 농가 매출 2배 성장 

쿠팡의 배송 차량 모습. [사진 쿠팡]
[이코노미스트 이창훈 기자] 쿠팡이 지난해 사상 처음으로 연간 영업이익 흑자를 기록한 가운데, 쿠팡에 납품하는 지방 농가의 매출도 올라 주목받고 있다. 쿠팡 새벽 배송(로켓프레시)에 납품하는 지방 농가 실적이 빠르게 좋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잦은 기후변동에 시달린 농가들이 지역의 도매상이나 마트, 식자재 업체 납품 등으로 수익성 확보에 어려움을 겪어왔는데, 쿠팡의 빠른 산지 직송 서비스와 상품개발 컨설팅, 대규모 직매입 등에 힘입어 성장세가 높아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유통업계 등에 따르면 충남 논산에서 딸기와 토마토 농장을 운영하는 농업법인 팜팜은 지난해 쿠팡에서 114억원의 매출을 올린 것으로 나타났다. 2022년 매출(50억원)과 비교해 1년 만에 2배 이상 성장한 것이다. 양광식 팜팜 대표는 “25년 농사하면서 이처럼 빠른 성장세는 처음”이라고 밝혔다. 직접 운영하는 토마토 농장과 인근 50곳의 딸기농장 제품을 쿠팡에 납품하는 팜팜은 2021년 입점 첫해 매출 5억원을 냈고, 지난 2년간 매출이 20배 이상 뛰었다. 양 대표는 “과거 식품 제조업체에 납품해 왔다”라며 “우박·폭설 등 잦은 기후변동에도 납품가를 올릴 수 없어 적자가 컸지만, 쿠팡과 손을 잡으며 걱정이 사라졌다”라고 했다. 

로켓프레시 성장에 지역 농가 ‘방긋’

유통업계에서는 쿠팡의 사상 최대 연간 실적의 핵심 요인으로 로켓프레시의 빠른 성장이 거론된다. 로켓프레시는 유통업계에서 유일하게 1만5000원 이상만 구입하면 배송비 없이 아침 7시까지 새벽 배송하는 서비스다. 김범석 쿠팡 창업자는 지난해 3분기 실적 콘퍼런스콜에서 “로켓프레시 매출이 전체 비즈니스 대비 2배 더 성장했다”라고 밝힌 바 있다. 

로켓프레시 성장의 원동력은 강원도부터 제주도까지 다양한 과일·채소·수산물 등을 생산하는 지방 농가에 있다. 이들 농가가 좋은 품질의 상품을 공급했고, 이를 쿠팡의 물류망을 통해 전국 판매를 늘렸다는 것이다. 지난 2019년 로켓프레시를 선보인 쿠팡은 전국 30개 지역에 100개 이상 물류센터 등을 지었다. 새벽 배송을 위한 신선 물류센터도 지방에 대거 확충했다. 

지방 농가의 성장을 독려하는 쿠팡의 맞춤형 정책도 주목받고 있다. ▲농가에서 생산한 신선한 상품을 오후 1~2시까지 주문하면 오전 7시까지 배송하는 산지 직송을 비롯해 ▲낮은 무료배송 문턱 ▲업체 자체 마케팅 비용 최소화 ▲포장·상품기획 컨설팅 ▲기후변동 고려한 거래 등이 대표적이다. 

예컨대 전라남도 진도군의 다복수산은 당일 생산한 전복을 현장에서 검수하고 송장을 붙여 쿠팡 물류망을 통해 전국 소비자에게 산지 직송하고 있다. 진도에서 서울까지 500킬로미터 떨어져 있지만 새벽 배송이 가능한 것이다. 다복수산 관계자는 “과거 코로나19 후유증으로 연 매출이 반토막이 났고, 오프라인 도매시장 유통과 대형마트와 거래가 끊겼다”라며 “쿠팡을 통해 전국 고객으로 판로를 확대하면서 위기를 넘어섰다”라고 했다. 

감귤을 재배하는 제주 한성영농법인은 지난해 매출(227억원)이 2022년과 비교해 50% 이상 뛰었다. 박종원 한성영농조합법인 대표는 “대다수 유통채널이 수확된 농산물 중 일부만을 상품화해 납품받길 원하는데, 쿠팡은 우리 농가에서 출하되는 대부분 물량을 직매입해 상품화해 줬다”라고 말했다. 

쿠팡이 우박이나 냉해, 폭염 같은 기후변동이나 짧은 명절로 매출이 급락하는 농가들을 위해 시즌마다 과일이나 채소를 대거 매입하는 정책도 눈길을 끈다. 쿠팡은 지난 2022년 이래 다섯 차례에 걸쳐 약 1300톤의 못난이 과일과 채소 등 판매 시기를 놓친 과일을 농민들로부터 매입했다. 우박이나 냉해 피해로 흠집이 있어 일반 상품과 비교해 30~40% 저렴한 우박 사과와 보조개 사과 등을 대거 직매입해 판매를 활성화한 것이 대표적이다. 전북 익산의 농업회사법인 지우의 이재규 대표는 “지난해 폭염과 폭우로 수확량이 평년 70~80%에 그쳤고 못난이 채소 물량도 약 두 배 정도 늘어 걱정이었다”라며 “공들여 재배한 수십 톤의 파프리카를 폐기할 위험이 있었는데 쿠팡의 도움으로 손해를 줄이게 됐다”라고 말했다. 

지방 농가 등 중소상공인 상품을 모아 기획관으로 운영하는 착한 상점도 활기를 띠고 있다는 후문이다. 쿠팡은 경북, 경남, 전북, 충북, 제주 등 전국 지방자치단체와 양해각서(MOU)를 맺고 지난 2월 초 착한 상점을 출범시켰다. 착한 상점은 출범 2년 만에 누적 매출 1조원을 돌파했다. 쿠팡은 “착한 상점 입점 후 업체들의 매출이 평균 40% 늘었고, 이는 쿠팡 매출 증가율 26%(2022년 기준)보다 높은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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