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도 4.5% 예금 운용”...銀 과점 깰 방법은 ‘규제 완화’
[銀과점 해소, 물 건너가나]③
김대종 세종대 교수 인터뷰
“국내 5대 은행, 전체 여·수신 자산 80% 운용”
“미국처럼 금산분리 완화해야 금리 경쟁 일어나”
[이코노미스트 이용우 기자] 시중은행 과점이 견고해지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반복해 은행업 과점체제를 지적해왔지만, 지난해에도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5대 은행은 이자이익으로만 41조원을 벌었다. 전년 동기 대비 4.9% 늘었다. 증가율은 국내 경제성장률(GDP) 1.4%를 상회했다. 예금과 대출의 80%가 5대 은행에서 운용되고 있어 가능했다. 사실상 자산이 독점돼 있는 구조라 금리 조정만으로 손쉽게 이익은 확대됐다.
반면 지방은행은 지방경기 악화에 발목이 잡히며 순이익 감소란 쓴맛을 봐야했다. 총자산만 봐도 KB국민은행은 530조원에 달했고, 지방은행 ‘맏형’ BNK부산은행은 91조원에 불과했다. 시중은행으로 전환될 DGB대구은행은 73조원에 그친다. 지방 금융사가 5대 은행 과점을 깨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 과점 하에선 금리 경쟁도 요원해 보인다. 그 결과 이자 부담은 언제나 국민이 져야한다.
‘이코노미스트’는 견고해지는 5대 은행의 과점을 해소할 수 있는 방안을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에게 물었다.
“대구은행, 시중은행 돼도 역량 발휘 어렵다”
Q. 지난해 5대 은행의 과점은 더 심해진 것 같다.
A. 5대 은행은 국내 은행권 전체의 예금과 대출 자산의 80%를 갖고 있다. 독점이라고 볼 수 있다. 특히 이들 은행은 예대마진(예금과 대출 금리 차에서 발생하는 이익)만으로도 이익을 낸다. 미국 투자은행 골드만삭스의 예대마진 수익은 전체 수익의 40%밖에 안 되는데 우리나라만 이렇게 예대마진에 집중된 상황이다.
Q. 대구은행을 시중은행으로 전환하면 과점이 해소될까.
A. 어려워 보인다. 지금 은행들은 지점을 통폐합하고 있다. 스마트폰 보급률이 세계 1위이기 때문에 사람과 컴퓨터만 있으면 은행 영업이 가능하다. 은행권 전체에서 비대면 금융이 확대되는 상황이기 때문에 지금은 은행원들이 파업한다 해도 금융소비자는 불편을 거의 느끼지 못한다. 저만 해도 특별한 일이 아니면 은행에 가지 않는다. 결국 비대면 금융 인프라가 잘 형성되어 있어 대구은행이 시중은행이 된다고 해도 큰 역량을 발휘하기란 어렵다. 지방은행과 시중은행이 똑같은 환경에서 경쟁하는 시대기 때문이다.
Q. 은행 과점으로 인한 피해는 어떤 게 있나.
A. 5대 은행이 예금과 대출을 독점한 상황에서 예대마진만으로 이익을 내는 상황이다. 이들 은행은 기준금리가 오른 폭보다 더 높은 금리를 붙여 이자장사를 한다. 최근 은행에 갔는데 가산금리 3.3%포인트(p)를 추가하는 것을 볼 수 있었다. 기준금리가 3.5%인 상황인데 두 배를 붙여서 장사를 한 것이다. 이렇게 시중은행들은 쉽게 큰 이익을 낼 수 있었다. 외환위기 때도 기업을 상대했던 은행은 망했지만, 소매금융을 한 은행들은 살아남았다. 현재도 담보대출의 연체율은 0.4% 수준이다. 돈은 필수제기 때문에 금리가 아무리 높아도 금융소비자는 은행에서 돈을 빌릴 수밖에 없다. 이렇게 은행은 쉽게 이익을 내고 성과급을 많이 지급할 수 있었다. 이자는 국민이 부담해야 했다.
“비은행도 美처럼 은행업 할 수 있어야”
Q. 과점을 깰 방법이 딱히 보이지 않는다.
A. 정부가 은행, 증권, 보험업권 사이에 장벽을 만들어 놓고 다른 업종의 영업을 하지 못하게 하고 있다. 금융업 자체가 규제 산업이기 때문이다. 국내엔 증권사가 약 50개 정도 있다. 이런 진입 장벽 규제를 풀어서 서로 치열하게 경쟁하도록 해야 한다. 미국 금융시장에는 한국과 같은 규제가 없다. 골드만삭스 수입원 중 예대마진이 절반도 안 되고, 나머지는 증권 관련 업무 등 다양한 곳에서 나온다. 우리나라의 증권사에선 적금도, 대출도 할 수 없다. 증권사가 대출을 할 수 있게 되면 치열한 금리 경쟁이 벌어질 수 있고 금융소비자 후생은 올라갈 수 있다.
Q. 우리나라는 금산분리라는 규제가 있다.
A. 금산분리도 마찬가지다. 미국 기업들은 금융업도 한다. 애플은 개인당 약 25만 달러(약 3억원)까지 연 4.5%로 예금을 받고 있다. 금융을 하는 것이다. 제너럴 일렉트로닉은 수십 년 전부터 소매금융업을 해왔다. 미국에는 제조업과 금융에 대한 금산분리 규제가 없기 때문에 이런 게 가능하다. 우리나라는 대기업이 금융을 독점할 것을 우려해 제한을 두고 있지만, 금융의 세계적 추세는 제조업도 금융을 한다는 점에 있다. 그렇게 하면 금융의 과점도 점차 깨지게 된다.
미국 규제는 네거티브(Negative) 방식이다. 국민 생명과 안전을 해치는 게 아니라면 대부분을 허용한다. 한국은 반대다. 법에 규정된 것만 할 수 있도록 한다. 그 결과 해킹과 같은 보안 사고가 발생하면 미국 당국은 입증책임을 금융사에 묻는다. 국내 금융사는 규제와 규정대로만 했으면 책임에서 면책된다. 이런 법률적 차이가 있는 상황이다.
Q. 인터넷은행 약진이 과점을 깨는 데 도움이 될까?
A. 과점을 깨기 위해서는 우선 정부가 금융업종 간 장벽을 허물어야 한다. 둘째, 인터넷은행에 대한 규제를 완화해 메기 효과를 가져와야 한다. 그래야 국민이 더 낮은 금리를 이용할 수 있다. 인터넷은행 관계자들을 만나면 일반은행과 비슷한 영업환경이 필요하다고 한다. 지난해 말까지 인터넷은행 3사가 지켜야 하는 신용대출 비중 목표치는 카카오뱅크 30%, 케이뱅크 32%, 토스뱅크 44%다. 중저신용자대출 비중 목표를 규제로 정한 것인데, 이를 줄여줄 필요가 있다. 인터넷은행에는 오프라인 지점이 없고 비용 절감이 가능하기 때문에 고객에게 낮은 금리를 제공할 수 있다.
다만 금융사가 은행업을 할 경우엔 원금이 보장되는 상품만 판매하도록 해 은행에서 홍콩 항셍중국기업지수(H) 주가연계증권(ELS)와 같은 논란이 일어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아울러 정부는 은행이 예대금리차를 너무 높이지 않는지 관리·감독하고, 금융사 간 장벽을 낮춰 금리 경쟁이 일어나도록 해야 한다.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반면 지방은행은 지방경기 악화에 발목이 잡히며 순이익 감소란 쓴맛을 봐야했다. 총자산만 봐도 KB국민은행은 530조원에 달했고, 지방은행 ‘맏형’ BNK부산은행은 91조원에 불과했다. 시중은행으로 전환될 DGB대구은행은 73조원에 그친다. 지방 금융사가 5대 은행 과점을 깨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 과점 하에선 금리 경쟁도 요원해 보인다. 그 결과 이자 부담은 언제나 국민이 져야한다.
‘이코노미스트’는 견고해지는 5대 은행의 과점을 해소할 수 있는 방안을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에게 물었다.
“대구은행, 시중은행 돼도 역량 발휘 어렵다”
Q. 지난해 5대 은행의 과점은 더 심해진 것 같다.
A. 5대 은행은 국내 은행권 전체의 예금과 대출 자산의 80%를 갖고 있다. 독점이라고 볼 수 있다. 특히 이들 은행은 예대마진(예금과 대출 금리 차에서 발생하는 이익)만으로도 이익을 낸다. 미국 투자은행 골드만삭스의 예대마진 수익은 전체 수익의 40%밖에 안 되는데 우리나라만 이렇게 예대마진에 집중된 상황이다.
Q. 대구은행을 시중은행으로 전환하면 과점이 해소될까.
A. 어려워 보인다. 지금 은행들은 지점을 통폐합하고 있다. 스마트폰 보급률이 세계 1위이기 때문에 사람과 컴퓨터만 있으면 은행 영업이 가능하다. 은행권 전체에서 비대면 금융이 확대되는 상황이기 때문에 지금은 은행원들이 파업한다 해도 금융소비자는 불편을 거의 느끼지 못한다. 저만 해도 특별한 일이 아니면 은행에 가지 않는다. 결국 비대면 금융 인프라가 잘 형성되어 있어 대구은행이 시중은행이 된다고 해도 큰 역량을 발휘하기란 어렵다. 지방은행과 시중은행이 똑같은 환경에서 경쟁하는 시대기 때문이다.
Q. 은행 과점으로 인한 피해는 어떤 게 있나.
A. 5대 은행이 예금과 대출을 독점한 상황에서 예대마진만으로 이익을 내는 상황이다. 이들 은행은 기준금리가 오른 폭보다 더 높은 금리를 붙여 이자장사를 한다. 최근 은행에 갔는데 가산금리 3.3%포인트(p)를 추가하는 것을 볼 수 있었다. 기준금리가 3.5%인 상황인데 두 배를 붙여서 장사를 한 것이다. 이렇게 시중은행들은 쉽게 큰 이익을 낼 수 있었다. 외환위기 때도 기업을 상대했던 은행은 망했지만, 소매금융을 한 은행들은 살아남았다. 현재도 담보대출의 연체율은 0.4% 수준이다. 돈은 필수제기 때문에 금리가 아무리 높아도 금융소비자는 은행에서 돈을 빌릴 수밖에 없다. 이렇게 은행은 쉽게 이익을 내고 성과급을 많이 지급할 수 있었다. 이자는 국민이 부담해야 했다.
“비은행도 美처럼 은행업 할 수 있어야”
Q. 과점을 깰 방법이 딱히 보이지 않는다.
A. 정부가 은행, 증권, 보험업권 사이에 장벽을 만들어 놓고 다른 업종의 영업을 하지 못하게 하고 있다. 금융업 자체가 규제 산업이기 때문이다. 국내엔 증권사가 약 50개 정도 있다. 이런 진입 장벽 규제를 풀어서 서로 치열하게 경쟁하도록 해야 한다. 미국 금융시장에는 한국과 같은 규제가 없다. 골드만삭스 수입원 중 예대마진이 절반도 안 되고, 나머지는 증권 관련 업무 등 다양한 곳에서 나온다. 우리나라의 증권사에선 적금도, 대출도 할 수 없다. 증권사가 대출을 할 수 있게 되면 치열한 금리 경쟁이 벌어질 수 있고 금융소비자 후생은 올라갈 수 있다.
Q. 우리나라는 금산분리라는 규제가 있다.
A. 금산분리도 마찬가지다. 미국 기업들은 금융업도 한다. 애플은 개인당 약 25만 달러(약 3억원)까지 연 4.5%로 예금을 받고 있다. 금융을 하는 것이다. 제너럴 일렉트로닉은 수십 년 전부터 소매금융업을 해왔다. 미국에는 제조업과 금융에 대한 금산분리 규제가 없기 때문에 이런 게 가능하다. 우리나라는 대기업이 금융을 독점할 것을 우려해 제한을 두고 있지만, 금융의 세계적 추세는 제조업도 금융을 한다는 점에 있다. 그렇게 하면 금융의 과점도 점차 깨지게 된다.
미국 규제는 네거티브(Negative) 방식이다. 국민 생명과 안전을 해치는 게 아니라면 대부분을 허용한다. 한국은 반대다. 법에 규정된 것만 할 수 있도록 한다. 그 결과 해킹과 같은 보안 사고가 발생하면 미국 당국은 입증책임을 금융사에 묻는다. 국내 금융사는 규제와 규정대로만 했으면 책임에서 면책된다. 이런 법률적 차이가 있는 상황이다.
Q. 인터넷은행 약진이 과점을 깨는 데 도움이 될까?
A. 과점을 깨기 위해서는 우선 정부가 금융업종 간 장벽을 허물어야 한다. 둘째, 인터넷은행에 대한 규제를 완화해 메기 효과를 가져와야 한다. 그래야 국민이 더 낮은 금리를 이용할 수 있다. 인터넷은행 관계자들을 만나면 일반은행과 비슷한 영업환경이 필요하다고 한다. 지난해 말까지 인터넷은행 3사가 지켜야 하는 신용대출 비중 목표치는 카카오뱅크 30%, 케이뱅크 32%, 토스뱅크 44%다. 중저신용자대출 비중 목표를 규제로 정한 것인데, 이를 줄여줄 필요가 있다. 인터넷은행에는 오프라인 지점이 없고 비용 절감이 가능하기 때문에 고객에게 낮은 금리를 제공할 수 있다.
다만 금융사가 은행업을 할 경우엔 원금이 보장되는 상품만 판매하도록 해 은행에서 홍콩 항셍중국기업지수(H) 주가연계증권(ELS)와 같은 논란이 일어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아울러 정부는 은행이 예대금리차를 너무 높이지 않는지 관리·감독하고, 금융사 간 장벽을 낮춰 금리 경쟁이 일어나도록 해야 한다.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많이 본 뉴스
1기아, ‘The 2025 K5’ 출시…가격 2766만원 부터
2 尹 대통령, 오는 7일 대국민 담화·기자회견
3한데 모인 ‘삼성전자 역사’...합격 통지서부터 식권까지 각양각색
4 ‘강남 8중 추돌 사고’ 무면허 운전자 구속
510번째 논의에도 ‘합의 불발’...배달앱 상생협의체, 7일 추가 논의
6우크라 당국자 “北 파병 군인, 이미 러 쿠르스크서 공격 받았다”
7尹, 중앙아시아 5개국 만나…“北파병, 위험하고 전례 없는 일”
8‘북한강 시신 훼손’ 완전범죄 꿈꿨나...피의자 軍 장교, ‘피해자 행세’ 문자
9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 위해 “주주환원 높이고 공매도 재개 돼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