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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슬라에 죽쓴 이차전지...K배터리가 살릴까

삼성SDI, ‘46파이 배터리’ 개발 소식에 목표주가 55만원
금양, ‘4695 배터리’ 개발 소식에 급등…기술검증은 필요

6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2024 인터배터리(INTER BATTERY)' 삼성SDI 부스에 자사 배터리를 활용한 전기차 배터리팩 컨셉 모델이 전시돼 있다. [연합뉴스]

[이코노미스트 이승훈 기자] 최근 테슬라 악재 여파 등으로 주가 흐름이 좋지 못했던 이차전지주의 상승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국내 주요 배터리기업들이 ‘차세대 배터리’를 공개하면서 반등세를 이어나갈지 관심이 쏠린다. 

8일 한국 거래소에 따르면 삼성SDI(006400)는 전 거래일 대비 3.40% 오른 42만6000원에 장을 마감했다. 전날에는 전 거래일 대비 13.03% 오르기도 했다. 

삼성SDI가 이틀 연속 강세를 이어간 이유는 지난 6일 개막한 배터리 박람회 ‘인터배터리 2024’에서 기술력을 보이고 미래 먹거리를 발표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삼성SDI는 배터리 박람회 개최 당일 원통형 46파이(지름 46㎜) 배터리를 2025년부터 양산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2026년부터 양산하기로 한 기존 계획보다 시기를 앞당긴 것이다.

증권가에서도 긍정적인 반응이 나왔다. 신한투자증권 이날 삼성SDI의 46파이 배터리 개발이 기대된다며 목표주가를 50만원에서 55만원으로 올렸다.

정용진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SDI는 46파이로 명명한 차세대 원통 제품의 개발을 가속해 기존 계획보다 1년 빨리 양산을 계획하고 있다”며 “기존에는 투자·개발 과정이 더디게 소통되는 등 이차전지 산업에 대한 소극적인 태도로 섹터 내에서도 저평가 대상이었는데, 최근 신기술 공개와 JV(합작법인) 설립 등은 과거와 달라진 회사의 입장을 반증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업황이 어려워진 상황에서 역발상적으로 EV(전기차) 시장에 적극적인 신호를 보여주고 있는데, 안정적인 재무 구조를 감안하면 장기적인 관점에서 매우 현명한 오퍼레이션 전략”이라며 삼성SDI를 이차전지 섹터 내 최선호주로 꼽았다. 

‘차세대 배터리’ 공개에 주요 이차전지 주 상승

‘파우치형 셀투팩’(CTP) 배터리를 최초 공개한 LG에너지솔루션(373220)도 이틀 연속 주가가 상승세다. LG에너지솔루션 주가는 이날 전 거래일 대비 0.75% 오른 40만2500원에 거래를 마쳤다. 파우치형 배터리 공개된 지난 7일에는 3.22% 상승 마감했다.

‘배터리 아저씨’ 회사로 주목받았던 금양의 주가도 연일 상승세다. 금양은 지난 5일 전 거래일 대비 24.80% 급등했다. 이후 6일에는 5.18% 하락했지만 7일과 8일 이틀 통안 7%이상 상승했다. 

금양의 주가 상승세는 ‘꿈의 이차전지’로 불리는 ‘4695 배터리’ 개발 소식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금양은 이차전지 소재 기업인 에스엠랩을 약 1000억원에 인수한 지 넉 달 만에 4695 배터리를 개발했다고 밝혔다. 이 배터리는 지름 46㎜, 높이 95㎜인 원통형으로, 이미 개발해 둔 21700 배터리의 성능을 높인 것이다.


금양이 개발에 성공한 4695 배터리(왼쪽)과 21700 배터리. [사진 금양]

이른바 ‘테슬라 배터리’로 불리는 ‘46시리즈(지름 46㎜) 원통형 배터리’는 차세대 배터리로 주목받는 제품이다. 국내 배터리 3사도 앞 다퉈 개발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금양 측은 4695배터리는 테슬라 전기차에 탑재된 4680 배터리보다 에너지 밀도가 높아 배터리 팩 생산성을 31%가량 향상했다고 설명한다. 또 내년 6월부터 4695 배터리 1억셀 양산을 시작해 점차 생산역량을 늘릴 계획이다. 

다만 배터리 업계에서는 금양이 개발한 4695 배터리가 국내 배터리 3사 개발 제품과 시장에서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을지에 대해 의구심을 내비친다. 단기간에 이뤄낸 성과이고 아직 완성차 업체 등을 상대로 별도의 공급 계약을 성사시킨 것이 없는 만큼 향후 기술 검증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테슬라 영향 벗어날까…리튬 가격 추이 등 ‘변수’

전문가들은 이차전지 업황에 대한 불확실성을 경계하면서도 리튬 가격 추이에 따른 반등 가능성이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권준수 키움증권 연구원은 “올해는 유럽의회 선거, 미국 대선 등 이차전지 산업 내 불확실성이 높은 한 해”라며 “특히 미국 환경보호청(EPA)의 차량 배출 규제, 인플레이션감축법(IRA) 등의 정책 변동성이 높을 것으로 판단하며 포드(Ford), 폴크스바겐(VW) 등 주요 글로벌 OEM(주문자 상표 부착 생산) 기업도 최근 전동화 전략 추진 속도 조절을 시사하면서 국내 업체들의 실적 둔화에 대한 우려도 확대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불확실성 확대 구간 속 리튬 가격 추이가 업황의 주요 변수로, 하반기 신차 출시·금리 인하를 감안할 때 리튬 가격이 현재 수준에서 하락 폭을 멈출 경우 올해 1분기 실적이 바닥일 가능성이 높다”며 “그동안 전기차 시장이 연초를 저점으로 하반기로 갈수록 판매량이 증가한 점을 감안하면 올해 2분기부터 점진적인 수요 증가가 가능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한편 국내 이차전지주는 전방의 전기차 산업을 이끄는 미국 테슬라의 주가가 급락하면서 하락세를 지속했다. 한때 서학개미들의 ‘원픽’ 종목이었던 테슬라는 올해 들어서만 27% 가까이 하락했다. 지난해 4분기 실망스러운 실적을 발표한 데 이어 올해 실적도 불안한 상황이다. 글로벌 전기차 수요 부진과 중국 및 하이브리드카 업체와의 경쟁이 예상되면서다. 최근 독일 공장에서 화재가 발생해 생산이 일시 중단된 것도 실적 우려를 키우고 있다.

모건스탠리는 테슬라가 올해 전기차 사업 부문에서 손실을 낼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애덤 조나스 모건스탠리 애널리스트는 “올해 테슬라의 전기차 출고 대수가 전년 대비 10% 늘어난 200만 대 선에 그칠 것”이라며 “자동차 사업 부문에서 순영업이익(EBIT) 기준으로 적자를 볼 수도 있다”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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