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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펀드레이징 당분간 없어…이젠 투자와 엑시트에 집중할 것” [이코노 인터뷰]

유승운 스톤브릿지 대표
AI·바이오·반도체 등 딥테크 분야에 투자 집중
“이공계 계열 전공자가 심사역에 더 유리”

유승운 스톤브릿지벤처스 대표 [사진 신인섭 기자]

[이코노미스트 최영진 기자] 대학을 졸업하고 1998년 입사한 첫 직장은 ‘월급이 세다’는 LG텔레콤(현 LG유플러스)이다. IMF 위기 속에서 대기업에 입사한 것이라 많은 이들이 부러워했던 순간이다. 하지만 대기업 샐러리맨 생활은 2년 만에 끝났다. 당시 주위 사람들은 그가 하려고 했던 일을 대부분 이해하지 못했다. 그 역시 잘 몰랐다. 다만 ‘호기심’ 때문에, 그리고 ‘뭔가 새로워서’ 사표를 내고 그 일을 선택했다. 

20여 년이 지난 후 그는 한국을 대표하는 벤처캐피탈(VC)의 대표로 스타트업 생태계에 좋은 영향력을 끼치고 있다. 유승운 스톤브릿지벤처스(이하 스톤브릿지) 대표가 그 주인공이다. 

유 대표는 사표를 내고 투자심사역을 선택했던 이유에 대해 “2000년대 초반 한국의 금융시장이 개방되면서 해외 유학파 출신들이 대거 한국에 들어왔고, 그들 중에서 투자사를 설립한다는 친구들과 친해졌다”면서 “당시 그 일을 잘 몰랐는데, 실패해도 다시 시작하면 된다는 생각에 사표를 내고 투자심사역에 도전했다”고 설명했다. 또한 “그 선택 때문에 2000년부터 지금까지 투자업계에서 일한 것은 행운이다”며 웃었다. 당시 투자사로 전직한다고 했을 때 그의 주변에서 투자심사역을 이해한 사람은 단 한 사람이었다고. 그만큼 투자심사역이라는 일이 잘 알려지지 않았던 시기였다. 

“호기심에 심사역으로 전직…20년 넘게 일한 것은 행운”

그는 2000년 CJ창업투자를 시작으로 소프트뱅크벤처스, 카카오벤처스 등을 거쳐 2019년부터 스톤브릿지 대표를 맡고 있다. 스톤브릿지는 VC업계에서 꾸준하게 성장을 하는 곳으로 평가받고 있다. 2023년 말 기준으로 스톤브릿지가 운용하는 펀드는 19개, 총 1조3336억원에 달한다. 이를 통해 투자한 포트폴리오는 260여 곳이나 되고, 내부수익률(IRR)은 27%나 된다. 지금까지 10개의 펀드 청산에 성공했고, 이를 통해 펀드 자금 출자자(LP)들은 원금과 이익 등으로 6000억원을 배분받았다. 

스톤브릿지의 투자를 받고 유니콘(기업가치 1조원 이상의 스타트업)으로 성장한 곳은 무신사·두나무·직방·펄어비스·배민·리디 등이 꼽힌다. 또한 상장을 준비 중인 기업은 아이디어허브·온코닉테라퓨닉스·원프레딕트·에너에버배터리솔루션 등이 꼽힌다. 

스톤브릿지가 투자한 분야는 바이오(30%), AI·반도체(25%), 모바일서비스·플랫폼(20%) 등 딥테크 분야에 집중되어 있다. 1분기에 2500억원 규모의 펀드를 결성한 후에도 반도체·AI·모빌리티·바이오헬스케어 등의 분야에 집중적으로 투자할 계획이다. 유 대표는 “1분기까지 2500억원 규모의 펀드 레이징을 하면 당분간 더 이상 펀드를 결성하지 않을 것”이라며 “올해부터는 본격적으로 엑시트를 많이 해서 멋있는 모습을 보여주려고 한다”며 웃었다. 

스톤브릿지의 장점은 초기 스타트업 투자부터 상장 준비 기업 투자까지 다양하다는 것이다. 초기 스타트업에 투자한 이후 후속 투자까지 진행하기 위해서는 투자금, 흔히 말하는 펀드 규모가 커야 가능하다. 유 대표는 “현장에서 투자를 하는 것도 매력적이지만, 매니지먼트 역할을 하는 것도 중요하다”면서 “투자 심사역들이 공격적으로 투자할 수 있도록 재원을 마련하는 게 내 역할이고, 그 역할을 충실히 하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스톤브릿지에는 16명의 투자 심사역이 일하고 있다. 유 대표는 주니어 심사역과 시니어 심사역을 묶어서 2인 1조 한 팀으로 일하는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주니어 심사역이 선배와 함께 일하면서 일하는 방식을 배울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시니어 심사역이 규모가 큰 투자를 맡고, 주니어 심사역에게는 시드 투자 같은 규모가 작은 투자를 적극적으로 찾게 하기 위해서 팀 방식으로 일하게 하고 있다. 유 대표는 “주니어 심사역이라도 그 친구의 목소리를 많이 존중해주려고 한다”면서 “투자를 결정하는 데 심사역의 목소리를 최대한 반영할 수 있도록 하는 게 우리 조직의 장점이다”라고 강조했다. 
심사역과 토론하며 투자 방향성 정해

스톤브릿지는 몇 년 동안 투자 회수를 잘해 수십억원의 인센티브를 받는 심사역도 배출하고 있다. 대표적인 예로 2022년 상장에 성공한 AI반도체 기업 오픈엣지테크놀로지를 들 수 있다. 2018년부터 네 번에 걸쳐 총 115억원을 투자해, 5년 만에 540억원 규모로 회수에 성공했다. 2018년 최초 투자 당시를 기준으로 하면 내부 수익률이 67.9%나 된다. 이 외에도 상장을 준비 중인 기업들을 살펴보면 바이오·AI·반도체·특허수익화 등 딥테크 기업이 대부분이다. 빠르게 변하는 기술 흐름을 놓치지 않고 캐치하는 게 이곳의 장점이다. 유 대표는 이를 “심사역을 분야별로 전문화하고 항상 토론하면서 기술의 흐름을 공유한다”고 설명했다. 

바이오 분야의 경우는 모두 박사급 심사역 두 명이 맡고 있다고 한다. 유 대표는 “AI나 바이오 등의 딥테크에 투자하려면 심사역도 전문가가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아무래도 요즘 기술의 발전 속도를 따라가려면 심사역은 이공계 계열을 전공한 이들에게 유리하다”고 조언했다. 

스톤브릿지가 올해 집중할 분야 역시 반도체와 AI·모빌리티·바이오헬스케어를 꼽았다. 지난해 유 대표가 관심을 가졌던 ‘디지털 치료제’ 분야 역시 성장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그는 “디지털 치료제 시장의 성장 속도가 더디지만 한국 시장에 안착은 할 것이다”면서 여전히 성장 가능성을 높게 봤다. 

유승운 대표가 올해 투자 방향성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 신인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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