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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이전 명가 에이비엘바이오…“올해 ADC 리더로 도약”[이코노 인터뷰]

올해 미국 시장 기술이전 ‘사이클’ 도래
"국내 기업 이중항체 ADC서 한발 늦어"
내성·불응 환자 대상 치료제 개발할 것

이상훈 에이비엘바이오 대표 [사진 신인섭 기자]
[이코노미스트 선모은 기자] 신약 개발을 위해선 여러 노력이 필요하다. 치료제가 될 만한 약물을 찾아내는 것부터 ‘임상시험’ 등 여러 단계의 검증 과정도 거쳐야 한다. 실험 진행 시 약물 치료를 진행할 질환 환자도 모집해야 하고, 이 환자들에게 약물 투여 시 치료 효과가 있는지, 부작용은 없는지 등도 확인해야 한다. 인간을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 진행 전에는 미리 동물에 이 약물을 투여하는 실험도 거친다. 모두 의약품이 환자의 생명을 위협하지 않을지 확인하는 과정이다.

이처럼 의약품 하나가 개발되기까지는 수많은 단계와 과정을 거쳐야 한다. 신약 개발 과정이 지난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신약 하나를 개발하려면 10년이 걸린다”라는 말도 그래서 나왔다. 문제는 10년 동안 신약 개발에만 매달릴 여력 있는 기업이 많지 않다는 점이다. 치료제 개발 기간 연구개발(R&D) 등을 위해 수많은 인력을 투입하는 데 이를 감당할 수 있는 기업을 찾기 어려워서다.

그렇다 보니 신약 개발 기업은 자금력을 갖춘 기업과 함께 공동 개발에 나서곤 한다. 약물을 통째로 다른 기업에 넘기는 거래(딜) 소식도 잦다. 치료제로 개발될 가능성이 높은 약물이지만, 당장 R&D에 투입할 자금이나 경험이 부족해 이를 뒷받침할 기업과 손잡기 위해서다.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애써 발굴한 약물을 신약 개발로 발전시키지 못하고 대형 제약사, 이른바 ‘빅파마’와의 기술이전에만 매달리게 된 이유다.

이상훈 에이비엘바이오 대표. [사진 신인섭 기자]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한국파스퇴르연구소에서 만난 이상훈 에이비엘바이오 대표는 “기업들의 인수합병(M&A) 흐름이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다”며 “올해는 기술이전 논의가 세계적으로 활발하게 진행될 한 해”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기술이전은 적절한 기업(right partner)과, 적절한 시기(right time)에, 적절한 규모(right amount)로 진행돼야 한다”며 “지난 한 해는 빅파마가 몸값이 낮아진 기업들을 사들이는 M&A에 관심을 뒀기 때문에, 기술이전 시장은 상대적으로 한가했다”고 말했다.

빅파마들이 최근 직원들을 잇달아 해고(레이오프)하는 것도 올해 기업 간 기술이전이 활발하게 진행될 신호로 볼 수 있다. 이 대표는 “몇년 간 유망 기업을 좋은 가격에 사들인 빅파마라면 올해 상반기까지 구조조정을 진행할 수밖에 없다”며 “후기 임상 단계에 들어선 물질을 확보했으니, 초기 단계의 R&D 인력은 필요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는 이어 “이들의 공백은 빅파마가 다시 초기 단계의 유망 물질을 찾아 나서게 할 것”이라며 “이런 흐름이 미국 제약·바이오 시장의 사이클”이라고 설명했다.

이 대표가 이런 진단을 내릴 수 있는 이유는 에이비엘바이오가 기술이전 명가로 꼽혀서다. 에이비엘바이오는 2016년 설립 이후 암 치료제와 뇌질환 치료제에 사용할 수 있는 기술 분야를 연구해, 국내외 여러 기업에 넘겼다. 미국 오하이오주립대 분자세포생물 전공으로 박사 학위를 취득한 뒤 아스트라제네카, 제넨텍 등에서 연구원으로 일하며 제약·바이오 분야에서 쌓은 이 대표의 경험이 빛을 발했다. 이 대표는 에이비엘바이오 창업 전 파멥신을 공동 설립한 경험도 있다.

에이비엘바이오는 창업 7년 차인 지난 2022년, 프랑스의 빅파마인 사노피에 당시 뇌질환 치료제 관련 기술로 개발한 파킨슨병 치료제 후보물질 'ABL301'을 넘기는 성과를 냈다. 기술이전 규모는 1조원가량으로, 계약금은 900억원 수준에 달했다.

에이비엘바이오는 현재 미국에서 ABL301의 임상 1상을 진행하고 있다. 올해 1월 임상시험과 관련한 우려는 이미 해소했다. 앞서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ABL301에 대해 부분 임상 보류(partial clinical hold) 조치를 내렸다. 이 대표는 “사노피 측도 예상하지 못한 조치”였다며 “현재 추가 실험을 진행해 ABL301의 임상 1상을 진행하고 있다”고 했다.

ADC 시장의 ‘트루 리더’로

이 대표는 이런 판단에 기반해 올해 에이비엘바이오가 개발 중인 후보물질의 기술이전에 집중한다. 동시에 항체 약물 중합체(ADC)의 치료 효과를 강화할 수 있는 R&D에 속도를 낸다. 항체(안티바디)를 하나만 활용하는 기존의 ADC와 달리, 항체 두 개를 동시에 쓰는 이중항체 ADC를 통해서다. ADC는 항체와 링커, 페이로드가 합쳐진 물질이다. 여기서 항체랑 페이로드를 링커로 묶어놓는 것이 ADC 개발 기술이라 할 수 있다.

이 대표는 “에이비엘바이오는 항체 역량만큼은 자신 있다”며 “국내 기업과 이중항체 ADC를 개발한 경험을 한차례 쌓았고, 최근 시나픽스로부터 링커와 페이로드 등 ADC 개발 기술을 받은 만큼 이중항체 ADC로 제약·바이오업계의 ‘트루 리더’(true leader)로 성장하겠다”고 자신했다.

해외에 많은 기업들은 이미 이중항체 ADC를 개발하고 있다. ADC 개발 역량이 뛰어나다고 평가받는 중국 기업이 대표적이다. 이들 기업은 이중항체 ADC 관련 기술을 사들이려는 빅파마의 수요도 높다.

브리스톨 마이어스 스큅(BMS)은 지난해 말 중국 기업인 시스트이뮨의 이중항체 ADC 후보물질 ‘BL-B01D1’을 계약금 8억 달러(약 1조원)를 포함한 84억 달러(약 11조원)에 사들였다. 이 대표는 “아스트라제네카와 젠멥, 리제네론 등 수많은 기업이 이중항체 ADC를 연구하고 있고, 이들 기업이 개발 중인 파이프라인은 임상 2상 단계”라며 “해외 시장으로 눈을 돌리면 이중항체 ADC 분야에서 한국이 한발 늦은 편”이라고 지적했다. 

에이비엘바이오는 기존 물질의 R&D를 예정대로 진행하고, 동시에 ADC의 치료 효과를 높일 이중항체 ADC 파이프라인을 더할 계획이다. ADC 기술 개발의 흐름이 링커와 페이로드를 넘어 '항체'로 향하고 있다는 점도 이 대표가 이중항체 ADC에서 가능성을 찾은 이유다. 이 대표는 “ADC로 치료 효과를 볼법하지만, 내성이나 불응으로 ADC를 투여할 수 없는 환자를 위한 치료제를 개발할 것”이라며 “에이비엘바이오는 항체 중심의 회사이지만, 기존의 ADC 치료제의 불응성을 이중항체 ADC가 극복한다는 측면에서 에이비엘바이오가 ADC 리더로 충분히 자리를 잡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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