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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의점서 대박 난 ‘생리대 파우치’…남성 MD가 만든 사연 [이코노 인터뷰]

차정현·차정모 GS리테일 라이프리빙팀 매니저(MD) 인터뷰
‘모남희 캐릭터’ 활용한 상품, ‘덕질’ 소비 이어져
“고객 소유욕 일으킬 상품 만들고 싶어”

차정현 GS리테일 라이프리빙팀 매니저가 서울 강남구 역삼동에 위치한 GS타워에서 이코노미스트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 신인섭 기자]
[이코노미스트 이혜리 기자] 최근 유통업계에 유명 캐릭터와 협업 상품들이 잇따라 ‘품절 사태’를 빚고 있다. 특히 젊은 층이 즐겨찾는 생활 밀착형 유통채널로 자리매김한 편의점은 다양한 캐릭터 협업 상품을 내놓는 데 주력하고 있다. 

이러한 열풍의 중심에는 GS리테일이 전개하는 편의점 GS25가 있다. GS25는 대구에 있는 유명 소품 가게 ‘모남희’의 유명 캐릭터를 활용한 차별화 세트 상품을 출시했다. ‘모남희생리대파우치’, ‘모남희키링’, ‘모남희아이패드파우치’ 등은 판매가 시작되자마자 완판 행렬을 이어갔다. 지난 1월 출시된 모남희생리대파우치는 출시 3일 만에 전국에서 동났다. 두터운 팬덤을 형성하고 있는 캐릭터와의 협업 상품이 ‘덕질’(무언가에 파고드는 것) 소비로 이어지며 매출 성장을 견인하고 있다.

모남희생리대파우치를 기획한 차정현 GS리테일 라이프리빙팀 매니저(MD)는 “고객의 소유욕을 일으킬 만한 상품을 만들고 싶었다”며 상품 기획 이유를 밝혔다. 

“모남희 캐릭터를 만나기 전 다른 브랜드들과 다방면으로 상품 출시를 검토했어요. 다른 캐릭터 샘플을 만들어서 테스트를 거쳤는데 마음에 안 들었죠. 그러다가 바로 옆 상품개발팀에서 모남희 지식재산권(IP)과 제휴가 가능하다고 해 여러 상품으로 기획하게 됐어요. 이후 모남희 대표와 만나 다양한 콘셉트의 시안을 보여줬더니 마음에 들어 하셨죠. 그중에서도 가장 먼저 하고 싶었던 것이 생리대 파우치였어요.”

GS25는 지난해 9월 ‘힙(HIP) 브랜드 제휴 및 육성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모남희와 1호 제휴를 체결했다. 이후 ▲대상 고객군의 설정 ▲기획 상품 종류 확정 ▲20·30 임직원 평가단의 심의 ▲다섯 차례 시제품 변경 등의 과정을 거치며 모남희생리대파우치가 탄생했다.

모남희는 2021년 대구시 중구 소재 식료품 및 소품 판매 매장으로 시작한 업체다. 2022년 ‘블핑이’라는 자체 캐릭터를 기획해 선보인 ‘블핑이 키링’이 큰 화제를 모은 바 있다. 최현정 모남희 대표는 항상 파우치를 소지하고 있다보니 파우치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있었다. 또 최 대표는 고양이 캐릭터의 얼굴 형태로 파우치가 제작되는 것에 만족감을 드러냈다.

“기존에 판매되던 캐릭터 협업 상품들은 너무 평범했어요. 파우치에 로고만 붙여놓은 형태죠. 소비자들이 봤을 때 ‘저걸 살까?’ 싶을 정도였거든요. 그런 파우치들은 다이소에 가면 3000~5000원이면 살 수 있잖아요. 그래서 진짜 캐릭터화된 파우치를 만드는 데 집중했어요. 하나는 얼굴, 다른 하나는 복주머니 형태로 두 가지 버전을 최 대표께 보여드렸어요. 여심을 잡는 데 최 대표의 의견이 필요할 것 같았거든요. 털 길이도 짧게 만들고, 눈·코·입을 크게 만드는 등 최 대표를 비롯한 협력사와 소통하면서 제품을 만들어 나갔습니다.”

GS25와 모남희가 협력해 만든 모남희생리대파우치.[사진 모남희 SNS 캡처]

차정현 GS리테일 라이프리빙팀 매니저가 서울 강남구 역삼동에 위치한 GS타워에서 이코노미스트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 신인섭 기자]

이 파우치가 탄생하기까지 4~5개월의 시간이 소요됐다. 복슬복슬한 털이 달린 검은색 고양이 캐릭터를 모티브로 한 이 파우치는 생리대와 함께 묶어져 판매되고 있다. 판매 직후 품절 사태가 일어났고, 온라인상에서는 중고 거래 플랫폼에서 웃돈을 주고 거래가 되기도 했다. 특이점은 생리대를 사용하지 않는 남성 MD가 생리대 파우치를 기획했다는 점이다. 

“생리대 MD를 맡은 지 2년 반 정도 됐어요. 그전엔 저도 잘 몰랐던 분야인데 공부를 하면서 맡은 지 2년 만에 매출이 올랐어요. 매출이 오르다 보니 생리대 상품 쪽으로만 접근하고 있었죠. 그러던 찰나에 주변 지인들을 보니 모두 파우치를 들고 다니더라고요. ‘왜 결합 상품이 없을까?’란 생각에서부터 출발했어요. 이 정도로 좋은 반응을 얻을지는 예상 못 했습니다.”

최근 소비자들은 키링, 파우치 등 캐릭터 상품에 열광하고 있다. 특히 어린 아이들이 아닌 2030세대 소비자들이 캐릭터 상품 산업에서 주요 타깃층이 된 상황이다. 

“저희 파우치의 타깃층은 다양하게 가져가려고 해요. 이제 이런 캐릭터 상품의 주요 소비층은 굳이 나누지 않아요. 어른들도 인형 키링을 많이 쓰고 자동차 키링에도 인형을 달거든요. 캐릭터에 대한 소비 연령층이 다를 뿐, 제품에 대한 주요 연령대가 따로 있진 않아요. 다행히 저희가 만든 상품이 고연령층에 잘 맞아서 판매가 잘 된 것 같습니다.”

차정현 GS리테일 라이프리빙팀 매니저(오른쪽), 차정모 GS리테일 라이프리빙팀 매니저. [사진 신인섭 기자]

한편 편의점업계는 캐릭터 상품을 출시하는 등 식품뿐만 아니라 비식품으로도 다양한 상품 개발을 시도하고 있다. 특히 이러한 비식품군 카테고리가 편의점에서 매출 효자로 등극하면서 편의점의 핵심 품목으로 떠올랐다. 편의점업계는 이런 인기에 힘입어 모남희 캐릭터와 협업한 비식품 상품 3가지를 올 상반기 내에 출시할 계획이다. 

“편의점에서 그동안 식품이 주목받고 비식품은 크게 주목받지 못했어요. 이번 사례를 계기로 비식품이 주목받고 이슈되는 상품이 또 생기더라고요. 긍정적인 신호인 것 같아요. 예전엔 콜라보 상품이 소비자의 니즈만 충족시켰던 반면 이제는 맛과 품질이 확보돼야 해요. 소비자의 기준이 상향 평준화되면서 차별화에 중점을 두려고 해요.”(차정현 GS리테일 라이프리빙팀 매니저)  

“지난해 유통업계에 캐릭터 열풍이 불면서 편의점업계는 비식품에 주목하기 시작했어요. 편의점은 아무래도 식품 중심이긴 하지만 온라인까지 넓혀보면 사실은 비식품이 훨씬 매출 규모도 크고 좋거든요. 또 경영진들도 인식이 많이 바뀌었어요. 재미있고, 신선한 제품을 개발해야 한다는 거죠. 고객들에게 편의점에도 다양하고 좋은 비식품 상품이 많다는 걸 알리는 게 저희의 목표입니다.”(차정모 GS리테일 라이프리빙팀 매니저, 운영 M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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