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int

구광모式 ‘LG 성장’ 빅픽처…‘5년간 100조 국내 투자’ 분야는?

구광모 ‘픽’…AI·바이오·클린테크 ‘경쟁력 강화’
배터리·자동차 부품·차세대 디스플레이 ‘확장’
R&D에 투자 재원 55% 투입…“소재 개발”

구광모 LG그룹 회장(왼쪽)이 2023년 8월 캐나다 토론토 자나두 연구소에서 크리스티안 위드브룩 자나두 최고경영자(CEO)와 함께 양자컴퓨팅 관련 실험 장비를 살펴보고 있다. [사진 LG]

[이코노미스트 정두용 기자] LG그룹이 향후 5년간 100조원을 국내에 투자한다. 재계에선 구광모 LG그룹 회장의 ‘미래 먹거리’ 청사진이 나왔다고 본다. 대규모 투자가 이뤄지는 분야로 구 회장이 그간 강조한 산업군이 선정됐기 때문이다.

구 회장은 2018년 6월 ㈜LG 대표이사 취임을 기점으로 LG그룹 경영 전면에 나섰다. 특유의 ‘실용주의’ 관점에서 사업을 재편하고, 미래 역량 강화 전략을 추진했다. 이런 경영 기조가 이번 대규모 투자계획을 통해 방점을 찍었단 평가가 나온다.

㈜LG는 27일 서울 여의도 LG트윈타워에서 제62기 정기 주주총회를 개최하고 100조원 규모의 중장기 투자계획을 공유했다. 권봉석 ㈜LG 각자 대표(부회장·최고운영책임자)가 의장을 맡아 주주총회를 진행했다. 하범종 ㈜LG 경영지원부문장(사장)과 홍범식 ㈜LG 경영전략부문장(사장) 등 주요 경영진도 참석했다.

㈜LG 측은 이번 주주총회에서 “LG그룹 차원에서 2024년부터 2028년까지 향후 5년간 약 100조원을 국내에 투입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는 LG의 글로벌 총투자 65%에 해당하는 규모다.

㈜LG는 주요 투자 분야로 인공지능(AI)·바이오·클린테크(근본적인 오염 발생을 줄이는 환경기술) 등을 꼽았다. 또 LG그룹 차원에서 경쟁력 강화를 추진 중인 배터리·자동차 부품·차세대 디스플레이 등도 투자 분야로 선정했다. 국내 투자 예산에 50%를 해당 산업군 투입해 차별화된 경쟁력을 확보한다는 구상이다.

대규모 투자를 통해 기술 역량 강화도 노린다. 투자 재원의 약 55%를 연구개발(R&D)에 투입, 국내서 핵심 소재 개발을 진행할 계획이다. 또 한국을 스마트 팩토리 등 제조 핵심 기지로 육성한다는 구상도 함께 내놨다.

‘구광모 안목’ 반영된 중장기 투자계획

㈜LG가 그룹 차원에서 투자 강화를 언급한 분야 모두 구 회장이 일찍이 주목한 산업들이다. 구 회장은 지난해 8월 미국 보스턴과 캐나다 토론토를 방문해 AI·바이오 산업을 점검하며 “(이 분야에 대한 LG 사업이) 지금은 비록 작은 씨앗이라도 꺾임 없이 노력하고 도전해 나간다면 LG를 대표하는 미래 거목으로 성장할 수 있다”며 “‘LG의 미래를 만든다’라는 자부심을 지니고, 집요하게 실행해 가길 기대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구 회장은 또 “그룹의 성장사를 돌이켜보면, LG는 늘 10·20년을 미리 준비해 새로운 산업을 주도해 왔다”고 말했다.

구 회장이 미래 산업으로 점찍은 AI·바이오를 점검하며 ‘씨앗에서 거목으로’를 언급한 이유는 배터리·자동차 전자장비(전장)·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산업에서 LG가 이룬 성공 경험에서 찾을 수 있다. 역량 강화로 지금은 LG그룹의 먹거리로 자리 잡은 3가지 사업처럼, AI·바이오가 향후 성장 동력의 역할을 해달라는 주문이다. 이번 계획에서 주요 투자 대상으로 선정된 분야 모두 ‘구 회장의 안목’이 반영된 결과라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구 회장의 이런 ‘미래 먹거리’ 마련 전략은 최근 성과로도 이어지고 있다. LG AI연구원은 세계적인 유전체 비영리 연구 기관인 잭슨랩과 최근 본계약을 체결하고 협업 관계를 더욱 확장해 ‘알츠하이머’와 ‘암’의 발병 원인과 진행 과정을 분석하기로 약속한 바 있다. 치료제 효과까지 예측하는 AI 모델을 개발해 개인 맞춤 치료 연구의 초석을 다지겠단 취지다.

양사는 LG의 생성형 AI ‘엑사원 2.0’(EXAONE 2.0)에 잭슨랩이 보유한 알츠하이머의 유전적 특성과 생애주기별 연구 자료를 학습시켜, 질병 원인을 분석하고 치료 효율성을 높일 계획이다. 암 진단과 치료 분야에서 활약할 AI 모델도 공동 개발할 방침이다. 구 회장이 줄곧 강조한 AI·바이오 분야에서 핵심 기술 발굴이 이뤄지고 있는 셈이다.
구광모 LG그룹 회장(왼쪽에서 세번째)이 2023년 8월 미국 보스턴 ‘다나파버 암 센터’를 방문해 치료제 생산 과정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사진 LG]

구 회장이 ‘거목’으로 빗댄 배터리·전장·OLED 모두 자동차와 연관이 깊다. 구 회장이 그만큼 전장 사업 역량 강화에 높은 관심을 지녔단 방증이다. 이는 핵심 계열사인 LG전자·LG이노텍·LG디스플레이·LG에너지솔루션이 본업에서 쌓은 경쟁력을 활용해 전장 시장 공략을 꾸준히 추진할 수 있던 배경으로도 꼽힌다.

이번 주주총회에선 대규모 투자 계획 발표와 함께 상정된 모든 안건이 원안대로 의결됐다. 의안으론 ▲제62기 재무제표 승인 ▲정관 변경 승인 ▲사내이사 선임 ▲감사위원회 위원 선임 ▲이사 보수한도 승인이 상정된 바 있다.

㈜LG는 이를 통해 주당 배당금은 보통주 3100원, 우선주 3150원으로 의결했다. 지난해(보통주 3000원, 우선주 3050원)보다 배당금이 소폭 상승했다. 정관 변경 승인으로 배당 기준일(사업연도 말) 이후 배당액이 확정되던 것과 달리, 앞으로 배당액을 먼저 확정한 뒤 배당 기준일을 설정하게 됐다.

또 구 회장이 사내이사로 재선임돼 ㈜LG 대표이사직을 이어간다. 이수영 에코매니지먼트코리아홀딩스 집행임원의 ㈜LG 감사위원회 위원 재선임 안건도 통과됐다. 이사 보수 한도는 지난해 180억원에서 170억원으로 감소했다.

구 회장은 이날 서면을 통해 영업 보고와 함께 주주를 대상으로 인사말을 전했다. 구 회장의 서면 영업 보고는 권 부회장이 대신 읽었다.
구광모 LG그룹 회장이 미래형 자동차에 적용된 디자인을 살피고 있다. [사진 LG]

다음은 구 회장의 영업보고서 서면 인사말 전문

존경하는 주주, 그리고 고객 여러분. 최고의 고객 중심 기업이 되고자 도전하는 LG의 여정에 변함 없는 지지와 성원을 보내주셔서 감사합니다.

2023년은 전 세계적으로 저성장 기조가 고착화되는 가운데, 글로벌 정치·경제의 불확실성이 공급망 불안, 원가 상승 등 사업적 어려움으로 이어진 한 해였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LG는 질적 성장 기조하에 안정적인 사업 운영과 기반 경쟁력 강화에 주력하면서, 동시에 미래 고객 가치 창출을 위해 기술·인재·글로벌 공급망 등 미래 준비의 기틀을 강화하기 위한 투자를 지속하였습니다.

전자 계열의 경우, 가전 사업은 제품 경쟁력과 차별화된 고객 경험을 기반으로 1등 지위를 공고히 하면서, 친환경·고효율의 기술력을 활용해 냉난방공조의 기업 간 거래(B2B) 사업 영역을 확대하고 있습니다. TV는 LG 유기발광다이오드(OLED)만의 독보적인 고객 경험에 더해, 웹(web) OS 기반의 차별적 콘텐츠·서비스 제공에 주력하고 있습니다.

또한, 신성장 동력으로 자리매김한 자동차부품 사업의 성장 가속화와 더불어, 차세대 디스플레이·광학 솔루션·반도체 기판 분야에서도 성장 기반을 공고히 하였습니다.

화학 계열의 경우, 에너지솔루션은 글로벌 생산 역량과 고객 기반을 바탕으로 미래 성장 포텐셜에서 우위를 지속하고, 급변하는 전기차 시장 환경에 적기 대응하기 위한 차세대 제품 개발과 공급망 강화에 주력하고 있습니다.

또한, 화학은 차세대 성장 동력인 배터리 소재와 혁신 신약의 육성을 가속하면서, 석유화학의 사업 포트폴리오를 미래 트렌드에 맞춰 친환경 소재 중심으로 전환해 가고 있습니다.

통신서비스 계열의 경우, 유플러스는 사람-사물 간의 다양한 연결을 가능케 하는 유무선 네트워크의 진화 및 품질 개선에 만전을 기하면서, 고객의 일상을 새롭게 할 수 있는 콘텐츠·플랫폼 등 혁신적 서비스 제공을 위한 역량을 축적해 가고 있습니다.

CNS는 클라우드·데이터·AI 분야에서 전문 역량을 높여가며, 제조는 물론 국내 금융·물류 분야에서 디지털 전환을 선도하는 기업으로 자리매김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각 사업 영역에서의 노력으로, 2023년 ㈜LG는 연결 기준으로 매출 7조4453억원, 영업이익 1조5890억원의 성과를 달성하였습니다.

2024년은 경기 둔화와 지정학 리스크가 지속되는 가운데, AI의 보편화·일상화와 탈탄소 전환 등 산업의 변곡점들이 뚜렷해지면서 글로벌 경영 환경의 불확실성이 더욱 높아질 것으로 보입니다. LG는 저성장과 불확실성으로 인한 위기 극복을 넘어, 그 안에서 새롭게 만들어지는 미래 기회를 선점하기 위한 노력을 더욱 강화해 갈 것입니다. 그리고, 이를 위한 해법은 대체 불가능한 LG만의 가치를 제공하는데 달려 있다는 믿음으로, 올 한 해 '차별적 고객 가치'와 '사업의 본원적 경쟁력 강화'에 더욱 매진하고자 합니다.

주력 사업은 전후방 산업의 변화를 면밀히 살피며, 사업 전반의 본원적 경쟁력 강화를 통해 어떠한 상황에서도 성과를 내는 단단한 사업 구조를 만들어 가겠습니다.

성장 사업은 고객과 시장이 요구하는 핵심 경쟁력을 조기에 확보하여 주력 사업화하고, 미래 사업은 AI·바이오·클린테크 분야를 중심으로 속도감 있게 추진하여 미래 포트폴리오의 한 축으로 키워가고자 합니다.

LG의 존재 기반이자 사업의 시작점은 고객과 사회입니다. LG는 모든 경영 활동이 미래 고객의 삶에 기여하는 방향인지, 사회와 환경에 보탬이 될 수 있는지를 진지하게 살피고 옳은 방향을 고민하겠습니다.

끝으로, 지금까지 LG의 성장을 위해 함께 해 주신 주주분들을 위해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방안을 지속해서 고민하고 앞서 실행해 나가겠습니다. 앞으로도 주주 여러분의 변함없는 성원과 격려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많이 본 뉴스

1정부 조사 끝나지 않았는데…홍채 이용 서비스 재개한 월드코인

2미국 유인 달 탐사 ‘아르테미스 프로젝트’에 한국도 적극적인 참여?

3구글 검색 반독점 소송 변론 마무리…선고 올해 안에 나올 듯

4 공수처, ‘채상병 사건’ 김계환 해병대 사령관 소환

5LG·두산 간병돌봄 가족에 대한 사회적 관심 높이는 데 앞장선다

6운전자 안도의 한숨…6주간 상승했던 주유소 기름값 둔화

7“데이터 90%는 쓰레기”…바이오 빅데이터 제대로 활용하려면

8윤 대통령과 금주령

9 민희진 신드롬?…모자·티셔츠·크록스 줄줄이 ‘완판’

실시간 뉴스

1정부 조사 끝나지 않았는데…홍채 이용 서비스 재개한 월드코인

2미국 유인 달 탐사 ‘아르테미스 프로젝트’에 한국도 적극적인 참여?

3구글 검색 반독점 소송 변론 마무리…선고 올해 안에 나올 듯

4 공수처, ‘채상병 사건’ 김계환 해병대 사령관 소환

5LG·두산 간병돌봄 가족에 대한 사회적 관심 높이는 데 앞장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