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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홀린 현대차·기아 EV 비밀...남양연구소서 답을 찾았다[가봤어요]

E-GMP 전기차 ‘세계 올해의 차’ 3년 연속 수상
국내 최대 전기차 개발 산실 ‘남양기술연구소’
최고의 상품성 갖추기 위해 끊임없이 담금질

현대차·기아 남양연구소 전기차 동력계 시험실. 로봇이 가·감속 페달 제어를 대신한다. [사진 현대차·기아]
[이코노미스트 이지완 기자] “모든 면에서 우수한 경쟁력을 가진 최고의 선택지다.” “탁월한 에너지 효율을 갖췄다.” 전 세계 자동차 관련 기관 및 매체로부터 호평을 받고 있는 현대차·기아의 전기차다. 전동화 시대, 현대차그룹의 위상이 달라졌다.

세계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세계 올해의 차’에서 3년 연속(2022~2024년) 최고의 상을 독식하기도 했다. 현대차 아이오닉 5·아이오닉 6·기아 EV9 등 모두 전용 플랫폼 E-GMP 기반의 순수 전기차다. 현대차그룹 전기차가 전 세계의 주목을 받는 이유는 뭘까.

지난 27일 경기도 화성시에 위치한 현대차·기아 남양종합연구소를 방문했다. 이곳에는 전동화 차량 개발 핵심 연구시설이 자리잡고 있다.

‘남양연구소’는 1995년 출범한 종합기술연구소다. 신차 및 신기술 개발은 물론 디자인·설계· 시험·평가 등 기반 연구시설을 두루 갖추고 있다. 승용·상용 등 전 차종에 대한 연구개발을 책임진다. 최근에는 전 세계적으로 불고 있는 전동화 트렌드에 발맞춰 전기차·수소전기차 개발 역량 확보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날 현대차·기아는 남양연구소에서 차량 개발의 주요 프로세스를 담당하는 ▲전기차 동력계 시험실 ▲배터리 분석실 ▲상용시스템시험동 ▲상용환경풍동실을 공개했다.
4축 동력계 시험실에서 아이오닉 5를 테스트 중인 모습. [영상 현대차·기아]
먼저 방문한 곳은 전동화시험센터 내 위치한 ‘전기차 동력계 시험실’이다. 전기차 핵심 구동계인 모터와 인버터의 성능을 개발하고, 실차 효율을 평가해 최적의 성능을 발휘할 수 있게 지원하는 곳이다. 1축·2축·4축 동력계 시험실로 구성되며, 다양한 상황과 조건을 모사해 실내에서 가혹한 테스트를 반복한다.

내부로 들어서자 좌우로 위치한 여러 개의 시험실 유리창 너머로 모터 소리가 들렸다. 시험실 한쪽에 위장막으로 가려진 물체가 눈에 띄었다. 현장에 있던 관계자는 “새로 개발 중인 동력계 장비라 가려놓은 것”이라고 짧게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2025년 차세대 고성능 전기차 개발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글로벌 시장에서 상품성을 인정받고 있음에도 지속적으로 새로운 것을 개발하고 있는 현대차·기아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던 순간이다.

4축 동력계 시험실은 내부가 공개되기도 했다. 다른 시험실과 달리 실제 차량을 직접 구동해 시험 평가하는 곳이다. 안전을 위해 모든 작동이 중단된 상황에서 주변을 둘러봤다. 가·감속 페달을 로봇이 밟고 있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가혹 조건에서의 파워 일렉트릭(PE) 시스템 사전 점검을 진행한다. 페달은 안정상의 이유 등으로 로봇이 제어한다”면서 “뉘르부르크링도 모사해 검증한다”고 현장에 있던 연구원은 설명했다.

뒤이어 방문한 기초소재연구센터 내 ‘배터리 분석실’. 전기차 핵심 부품 중 하나인 배터리를 분석해 세부 구성 물질을 연구하는 곳이다. 작년에 준공했다는 이 분석실의 규모는 50평 정도다. 안으로 들어서니 매우 습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재료분석팀 이재욱 팀장은 “전기차 배터리는 소재 특성상 수분에 매우 민감하기 때문에, 일정 온도와 습도 조건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드라이룸이라는 특수환경에서 셀을 해체하고 분석을 진행한다. 그래야 신뢰성 있는 분석 결과를 확보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배터리 분석실 드라이룸 메인 분석실에서 연구원이 라만광분석기로 성분 분석 중인 모습. [사진 현대차·기아]
배터리 분석의 시작은 ‘셀 해체실’에서 이뤄진다. 배터리 셀 구조 파악과 구성 소재 분석을 위한 시료 채취 작업이 진행되는 곳이다. 해체실 6면이 모두 스테인리스 스틸로 도배돼 있었다. 소방포를 깔고 해체 작업을 하며, 세라믹 도구로만 해체를 한다고 이 팀장은 설명했다.

채취된 시료는 메인 분석실에서 본격 분석한다. 레이저 광원을 활용해 물질 간의 결합을 분석하는 라만분광분석기가 눈에 들어왔다. 시료 표면에 레이저를 쫴 나온 신호를 기반으로 물질 특성을 분석하는 장비다. 반도체 웨이퍼나 배터리 분리막 코팅 소재 등의 구조 분석에도 활용된다고 한다. 현대차·기아가 자체 연구 중인 차세대 배터리에 적용될 신규 소재에 대한 분석도 이곳에서 진행되고 있다고 현장 관계자는 전했다.

뒤이어 상용차를 테스트하는 곳도 둘러봤다. 이날 공개된 상용시스템시험동은 차량 개발 및 평가에 필요한 300여 가지 시험을 한 곳에서 진행할 수 있는 곳이다. 4400여 평에 달하는 면적으로 국내 최대 규모를 자랑한다고 현대차·기아 관계자는 설명했다.

거대한 시험동에서는 실차 거동 재현과 필드 환경을 반영한 차량 평가 검증이 한창이었다. 일직선으로 길게 뻗은 시험동 내부는 ▲차체∙안전 ▲조향∙현가 ▲구동∙제동 ▲품질∙내구 ▲NVH 등 크게 다섯 가지 구역으로 이뤄졌다.

차체·안전 구역에서 차량 내외부의 안전을 테스트하는 충돌 시험과 기후환경을 재현한 시험 장비들을 볼 수 있었다. 로봇 팔이 차 문을 일정한 강도로 반복해서 열고 닫는 모습이 가장 인상 깊었다. 담당 연구원에 따르면 문을 여닫는 강도는 실제 사람의 힘과 동일하다. 충분한 내구성 데이터 확보를 위해 로봇이 24시간 내내 몇 달간 시험을 계속하는 경우도 있다고 현장 연구원은 설명했다.

이어 방문한 BSR(Buzz·Squeak·Rattle) 시험실은 사방이 삼각뿔 모양의 흡음재로 도배돼 있었다. 내부는 귀가 먹먹할 정도로 소음이 없었다. 차량 부품 간 발생하는 민감한 소음까지 잡아내기 위해 이처럼 공간을 꾸몄다고 한다. 상용내구시험팀 이진원 책임연구원은 “앞으로 모빌리티의 발전 방향이 전기차와 같이 점점 더 조용함을 추구하기 때문에 이러한 BSR 소음을 평가하는 시험이 보다 중요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상용환경 풍동실 엑시언트 수소전기 트럭이 테스트 중인 모습. [사진 현대차·기아]
마지막으로 찾은 곳은 상용환경 풍동실이었다. 내연기관 및 친환경 상용차를 연구하고 테스트하는 곳이다. 주행 환경시험을 위한 다양한 융복합 연구 장비들이 대거 설치돼 있다. 풍동실에서는 ▲냉각 ▲열해 ▲연비 ▲냉시동 ▲히터/에어컨 ▲충·방전 ▲동력 ▲모드 주행 ▲배기가스인증 등 실차 주행 성능시험을 종합적으로 진행할 수 있다.

실내 온도를 –40℃~60℃까지, 습도를 5%~95%까지 조절할 수 있어 세계 곳곳의 날씨는 물론 극한 환경까지 재현 가능한 것도 특징이다. 3.3m의 대형 팬으로 시속 120km에 달하는 기류를 만들 수도 있다. 1000마력 다이나모 모터는 물론 세계 현지 모드를 재현할 수 있도록 160인치 모니터로 구성된 도로영상 주행 보조 시스템을 갖추고 있어 다양한 상황에 맞춘 테스트도 가능하다.

길이 20m·너비 10m·높이 6.6m로 세계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풍동실 내부. 테스트가 한창인 엑시언트 수소전기 트럭이 눈길을 끌었다. 안으로 발걸음을 옮기니 얼굴이 화끈거릴 정도로 뜨거웠다. 중동지역 테스트 기준 온도인 45℃에 실내를 맞췄기 때문이다. 이 환경에 방치된 자동차의 실내 온도는 보통 60℃ 이상으로 올라간다고 한다.

현장에는 400kW급 초고속 충전기 3대도 마련돼 있었다. 이를 통해 언제든 혹서 및 혹한의 상태에서 배터리 충전 효율을 점검할 수 있다고 한다. 상용연비운전성시험팀 이강웅 책임 연구원은 “이러한 희소성과 기술력 덕분에 국내 정부부처와 학계, 자동차 업계를 비롯해 해외에서도 수많은 기업과 정부기관이 연구 및 비즈니스 협업을 위해 환경풍동실을 방문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남양연구소 방문을 통해 전동화 시대 글로벌 게임체인저로 거듭나고 있는 현대차그룹의 저력을 느낄 수 있었다. 현재보다 미래가 더욱 기대되는 현대차그룹이다. 앞으로 이들의 도전을 지켜보는 재미가 더욱 쏠쏠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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