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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주의’와 ‘당신의 일상’ 어떤 관계가 있을까[순화동필]

한국의 잠재된 인도주의 역량 일깨워야
“인도주의 리더십…외교 관계 및 경제 성장을 풀어내는 실마리”

국경없는의사회 구호활동 모습. [사진 국경없는의사회]

[엠마 캠벨 국경없는의사회 한국 사무총장] 인도주의. 국경없는의사회(MSF)와 같은 비영리기관을 움직이는 대표적 단어다. 언뜻 보면 구호 단체에만 한정된 단어로 보일 수 있다. 그렇지만 국경없는의사회의 재정 98%가 모두 개인 또는 기업으로부터 왔다는 사실만 보더라도 인도주의의 개념은 이미 이 시대를 살아가는 많은 이들에게 영감을 주고 있음이 분명하다.
 
특히 한국은 인도적 지원의 수혜국이라는 예전 지위를 뛰어넘어 긴급 구호 활동의 주요 기여국으로 부상한 전 지구적으로 유례없는 역사를 기록하고 있다. 국경없는의사회를 비롯해 여러 비영리기관이 한국에 설립된 이후, 기부금 증가뿐만 아니라 전 세계 구호 활동에 직접 참여하는 국민의 수 역시 증가하고 있다. 

지난해 튀르키예-시리아 지진 발생 당시 국민들의 자발적인 모금 참여와 숙련된 기술 인력으로 구성된 긴급 구호대 파견 등이 대표적이다. 세계가 대한민국의 도움이 필요할 때 주도성과 영향력을 가감 없이 보여주기도 했다.

인도주의 리더십은 국제사회에서 국가의 위상으로 연결된다. 인도주의적 노력은 국제 관계를 형성하는 초석이자 전 세계에 자비와 연대를 보여주는 증거가 되기도 한다. 또한, 거시적 관점에서 이러한 노력으로 얻을 수 있는 가장 명백한 유익은 ‘세계 안정’이다. 

출렁이는 세계 정세가 각국의 경제·안보·보건 등에 미치는 파급효과는 돌고 돌게 된다. 누군가에게는 수입 원자재 폭등으로, 누군가에게는 살벌한 장바구니 물가로 기억된다. 인도주의적 기여는 장기적 관점에서 국가 간의 충돌 대신 평화로운 해결책으로 작용할 수 있다. 전염병 등 기타 불안정한 요소의 확산을 막아 세계 정세를 안정화하는 가장 적극적인 전략이기도 한 것이다.

인도주의 리더십을 높이는 것은 위기에 처한 이들에 대한 도덕적 책임을 다하는 것이다. 동시에 자국의 이익을 보호하고 외교적 영향력을 확대하는 전방위적 요소를 포함한다. 

한국의 인도주의 성적을 높이는 방법

한국은 세계 인도주의 지형도를 바꿀 만한 잠재력을 지니고 있다. 한국의 숙련된 의료, 물류 및 행정 전문가, 생명과학 기술 등이 그것이다. 실제로 한국은 인도적 지원과 직접적으로 연관있는 의료 및 생명공학 분야에서 세계적 선도자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 글로벌보건안보구상(GHSA), 전염병대비혁신연합(CEPI) 등과 같은 국제기구의 선도그룹으로서 다방면에 기여하고 있다. 백신 관련 유일한 국제기구인 국제백신연구소(IVI)가 한국에 본부를 두고 3000명 이상의 백신 전문가 육성, 40개 이상의 임상 시험 및 2개의 신규 백신 개발 등 엄청난 쾌거를 만들어 냈다. 한국의 재정지원과 기술력이 밑바탕으로 작용했다고 볼 수 있다.
 
무한한 잠재력을 지닌 한국임에도 불구하고 이를 제한하는 장벽 또한 여전히 두껍게 존재한다. 가장 근본적으로는 인도주의의 가치와 중요성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한국은 세계적인 경제 강국으로 빠르게 발전했지만 여러 가지 인도적 문제를 내 문제로 인식하는 사회적 문화는 아직 무르익지 못했다.

또 하나의 커다란 장벽은 한국의 여행 금지 제도다. 잠재력이란 그 능력이 있어야 하는 곳에 가야 발휘되는 법이다. 하지만, 현재 한국의 여행 금지 제도는 인도적 지원을 제공하려는 구호 단체 및 개인들에게 상당한 장애물이다. 가장 위급한 지역에 한국의 뛰어난 기술과 인력이 닿지 못하는 실정이다. 자국민 보호를 최우선으로 하는 한국 정부의 방향성은 충분히 존중받아 마땅하다. 그러나 한국이 국제사회에서 갖는 중요성과 영향력이 커지는 만큼 국제적 책임도 함께 고려돼야 한다.

국경없는의사회 구호 활동 모습. [사진 국경없는의사회]

또한 인도주의적 노력은 누군가의 위기를 해결하면서 동시에 자국에 긍정적 결과물을 남긴다는 사실이 아직 잘 알려지지 않았다. 직접적 실례를 들어보자. 어려운 환경을 경험한 전문 인력들은 자국의 의료 시스템 발전에 엄청난 전력이 된다. 독특한 의료 사례에 대한 경험은 그들이 한국으로 돌아왔을 때 새로운 시각과 전문성으로 지역 보건 시스템을 발전시키는 데 도움이 된다. 

제한된 자원 속에서 보건 문제를 해결해 온 경험은 새로운 전략 및 기술 개발로 이어지게 된다. 이러한 혁신은 한국을 포함한 전 세계 의료 시스템을 개혁한다. 또한, 국제 보건 위기를 관리해 본 전문가들은 미래에 직면할 수 있는 전염병·재해 등과 같은 비상사태에서 자국의 위기관리 능력으로 발현된다.

한국은 독특하고 매력적인 국가다. 개인적으로 석·박사 모두 한국과 관련된 전공을 택한 것도, 국경없는의사회 한국사무소 총장 직무에 지원했던 것도 한국에 대한 애정을 넘어 한국이 지닌 잠재력에 대한 확신 때문이다. 한국의 잠재적 인도주의 역량에 국경없는의사회와 같은 조직이 가진 현장경험과 전문성이 더해진다면 국제 지형도를 바꿀 만큼 폭발적인 영향력으로 나타날 것이다. 

인도주의적 대응은 회복의 출발점이다. 고통받는 이들의 회복이자 세계 정세 안정화의 출발점이다. 한국 정부가 목표로 두고 있는 외교 관계 및 경제 성장을 풀어내는 실마리가 될 수 있다. 세계 무대 속에 더욱 높아진 한국의 위상을 눈앞에 그려본다.
 
엠마 캠벨 국경없는의사회 한국 사무총장 [사진 국경없는의사회]

필자는_호주국립대에서 한국 정치사회학으로 박사학위를 취득한 후, 동 대학에서 한국학 연구·강의를 진행하며 한국에 대한 깊은 관심과 전문지식을 쌓았다. 국경없는의사회 한국사무소 부임 전 국경없는의사회 호주사무소 이사회 회원으로 활동했다. 에스와티니·레바논·튀르키예·시에라리온 등에서 국경없는의사회 현장 활동 경험을 쌓아온 구호활동가이다. 현재 국경없는의사회 한국 사무총장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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