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삼성전자의 선택적 ‘생태계 확장’…600만원 TV 샀지만 워치3 ‘연동 불가’
TV 신제품, 갤럭시 워치 연동성 강화…‘헬스뷰’ 업데이트 단행
워치3 이전 모델 ‘지원 불가’…“생태계 입성에 추가 비용 부당”
‘헬스 기능’ 강화 시작한 갤럭시 워치3 시리즈 정작 ‘외면’…왜?
[이코노미스트 정두용 기자] #직장인 A 씨는 최근 큰마음을 먹고 2024년형 삼성전자 TV를 구매했다. 600만원이 훌쩍 넘는 금액이 부담됐지만, 올해 제품에 처음으로 적용한 다양한 기능들이 그 가치를 한다고 생각했다. 특히 대대적으로 강조한 ‘갤럭시 생태계’ 확장이 그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기다리던 ‘워치-TV’ 연동 서비스 업데이트가 최근 이뤄졌지만, A 씨에게 남은 건 ‘실망’뿐이다. 그가 가진 ‘갤럭시 워치3’로는 데일리 플러스(Samsung Daily+) 내 일부 기능을 이용할 수 없어서다.
삼성전자는 2024년형 TV 신제품을 출시하며 강조한 ‘갤럭시 생태계’ 확장 전략의 일환으로 최근 웨어러블 기기 소프트웨어(SW) 업데이트를 진행했다. 그러나 회사가 핵심 기능이라고 강조한 연동 기능 중 일부는 2021년 이후 출시된 갤럭시 워치 제품부터 적용되는 것으로 2일 확인됐다.
갤럭시 워치 SW 업데이트 배포는 2024년형 네오 퀀텀닷발광다이오드(Neo QLED)와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TV의 국내 출시를 전후로 진행됐다. ‘헬스뷰’ 제공을 목적으로 한 업데이트다. 소비자는 이를 통해 2024년형 TV와 갤럭시 워치를 연결하고, 운동 데이터를 TV 화면에서 볼 수 있다. TV뿐 아니라 올해 신규 출시된 프로젝터·스마트 모니터 등의 제품에서도 헬스뷰 이용이 가능하다. 갤럭시 워치에서 이용 중인 삼성 계정을 TV·프로젝터·스마트 모니터 운영체제(OS)에서 접속하면 연결이 이뤄지는 식이다.
다만 헬스뷰가 제공되는 기기는 ‘갤럭시 워치4 시리즈’까지로 한정된다. 삼성전자 측은 “갤럭시 워치3 시리즈 이전 모델을 대상으로 한 헬스뷰 업데이트 계획은 아직 정해진 게 없다”고 밝혔다. ‘갤럭시 워치3 시리즈’는 2020년 9월 출시됐다.
최신 기기 구매 유도?
삼성전자가 갤럭시 워치3 시리즈 이전 모델에 대한 헬스뷰 지원에 미온적 태도를 보이자, 시장에선 ‘선택적 생태계 확장’이란 비판이 나온다. 갤럭시 워치 최신 모델에 대한 업데이트는 2024년형 TV 신제품 출시에 맞춰 발 빠르게 진행한 점과 사뭇 대조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삼성전자는 헬스뷰 업데이트를 ▲3월 5일 ‘갤럭시 워치6 블루투스 모델’ ▲3월 7일 ‘갤럭시 워치6 LTE 모델’ ▲3월 12일 ‘갤럭시 워치5 블루투스 모델’ ▲3월 14일 ‘갤럭시 워치5 LTE 모델’과 ‘갤럭시 워치4 블루투스 모델’ ▲3월 21일 ‘갤럭시 워치4 LTE 모델’ 등으로 순차 적용했다.
갤럭시 워치 최신 모델에 대한 업데이트를 2024년형 TV 제품 국내 출시일(3월 15일) 전에 진행한 셈이다. A 씨는 이를 두고 “당시 70만원 넘는 돈을 주고 산 ‘갤럭시 워치3 티타늄 모델’이 왜 벌써 구식 취급을 받는지 모르겠다”며 “삼성전자가 말하는 생태계에 입성하려면 또 비용을 부담해야 하는 구조”라고 꼬집었다.
삼성전자가 이번 웨어러블 업데이트를 통해 제공을 시작한 ‘헬스뷰’는 2024년형 TV 신제품을 출시하면서 대대적으로 강조한 기능 중 하나다. 회사는 지난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소비자 가전 전시회(CES) 2024’에서부터 TV를 중심으로 한 ‘연결성 강화’를 주요 마케팅 요인으로 삼았다. 삼성전자는 당시 2024년형 TV 신제품을 공개하며 “차세대 인공지능(AI) 프로세서와 타이젠 OS를 바탕으로 기존 스마트 TV를 넘어 새로운 삶의 방식을 선사하는 ‘AI 스크린 시대’를 선도해 갈 것”이라고 공언한 바 있다.
AI 스크린을 뒷받침하는 기능으론 ‘삼성 데일리 플러스’를 꼽았다. 삼성전자 측은 2024년형 TV 제품에서 처음으로 적용된 이 기능을 “개인 트레이닝부터 원격 의료·원격 PC 제어·화상 통화 등의 다양한 기능·서비스를 단일 인터페이스로 제공하는 홈 허브 역할을 한다”고 소개했다. 또 “TV를 중심으로 개인과 기기는 물론, 여러 기기 간의 연결성을 대폭 개선해 더욱 편리한 라이프를 제안한다”고 강조했다.
‘삼성 데일리 플러스’의 주요 기능으로는 ▲운동 시간·심박수 등 실시간 운동 데이터를 보여주는 ‘워크아웃 트래커’(Workout Tracker) ▲반려동물 원격 의료 서비스 ‘닥터 테일’(Dr. Tail) ▲블루투스 키보드·마우스로 TV·모니터·모바일 기기 간 콘텐츠를 복사·이동할 수 있는 ‘멀티 컨트롤’(Multi Control) 등이 꼽힌다. 당시 ‘워크아웃 트래커’라고 소개한 기능이 이번 ‘헬스뷰’ 업데이트를 구현된 셈이다.
헬스뷰는 TV 화면을 보며 실내 운동을 진행하는 데 적합한 기능이라 출시 전부터 시장의 주목을 받았다. 이 때문에 이번 업데이트에 ‘갤럭시 워치3 시리즈’가 제외됐다는 점을 두고 의문을 표하는 소비자 목소리도 온라인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삼성전자가 ‘헬스 기능’을 강화하기 시작한 시점이 갤럭시 워치3 시리즈 출시를 기점으로 하기 때문이다.
갤럭시 워치3 시리즈는 심전도 센서가 처음으로 적용된 제품이다. 심박수 센서(HRM) 포토다이오드도 8개로 늘었다. 또 건강 모니터링 애플리케이션(앱) ‘삼성 헬스 모니터’도 갤럭시 워치3 시리즈에 맞춰 출시됐다. 삼성전자는 혈압·심전도 등 종합적인 건강 기능 측정 기능이 탑재된 제품마저 ‘헬스뷰’ 이용에 제한을 둔 셈이다.
삼성전자는 스마트폰 중심의 ‘갤럭시 생태계’를 웨어러블 기기·PC에 이어 TV로 확장하겠다는 점을 대외에 여러 차례 강조해 왔다. ‘새로운 연결 경험’을 통해 소비자를 공략하겠단 취지다. 2024년형 TV에 데일리 플러스와 함께 ‘스마트폰을 리모컨으로 사용할 수 있는 기능’이나 ‘갤럭시 버즈와 TV 연결’ 등이 적용된 배경이기도 하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간혹 기기 성능이 떨어져 SW 업데이트만으론 신규 기능 적용이 어려운 경우가 더러 있다”면서도 “헬스뷰는 갤럭시 워치에서 측정된 데이터를 다른 화면에 띄워주는 기능이라 기기적 제한은 크지 않아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어 “갤럭시 워치3 시리즈는 최신 모델과 비교해도 건강 측정 기능이 크게 떨어지지 않아 기술적 제약을 이유로 SW 업데이트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보기 힘들다”며 “신제품 유입을 위해 전략적인 선택을 내렸다는 분석도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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