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 모집정원 확대, 고교 선택에 불러올 파급력은…[임성호의 입시지계]
지방권 의대 지역인재 전형 강화
중학교 때부터 지방학교 입학 관심 높아져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 2023학년도부터 지방권 의대는 지역인재 의무 선발로 전환됐다. 그 이전까지 지역인재 선발은 권고사항이었다.
2025학년도부터 의대 모집정원 확대가 추진되고 있다. 전체 의대 모집정원 증원된 수치의 80% 이상이 지방권 소재 의대에 배정되었다. 지방권 의대는 전체 모집정원의 60% 이상을 지역인재 전형으로 선발할 것으로 요구받고 있다. 올해 기준으로 현재 고1~3 학생들은 지방권 소재 고교를 졸업하면 해당 고교가 소재한 지역권 의대의 지역인재 지원 자격을 얻게 된다. 중학교는 서울·수도권 출신이어도 상관없다.
그러나 2028학년도 대학입시부터 중학교 때도 지방권 소재 중학교에 입학·졸을 동시에 하는 것으로 지원 자격이 강화됐다. 중학교는 지방권 어느 지역도 상관없고, 고교는 지방권 소재 권역 내에 있어야 해당 의대 지역인재 지원 자격을 얻을 수 있다. 현재 중3부터 적용되기 때문에 지방권 의대에 지원하려면 2024년 기준으로 지방권 소재 중학교 입학한 상태라야 한다. 지금 수도권에 있는 학생이 지방권 중학교로 중간에 전학을 가는 것은 지원 자격에 해당되지 않는다. 서울·수도권 소재 초등학교에 재학 중인 학생들이 중학교 때부터 지방학교에 입학하느냐가 관심 사항으로 부각되고 있는 것이다.
보건·의료계열 희망 학생들 지역인재 전형에 관심
현재 지방권은 6개 권역으로 구분된다. 강원권·충청권·제주권·호남권·부산울산경남(부울경)권·대구경북권이다. 지역인재 전형은 의대뿐만 아니라 지역에 있는 치대·한의대·약대·간호대까지 포함된다. 보건·의료계열 진학을 희망하는 학생들이 지역인재 전형에 관심을 기울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의대 모집정원이 확대되기 전에도 전체 3000명의 의대 선발 인원 중 70%가 지방권 소재 대학에 배치되어 있었다. 지방권 소재 의대 2000명 중 약 1000명이 지역인재 전형이다. 의대 모집정원이 2000명이 증가하면 지방권 의대 지역인재 전형은 현재 1000명에서 2000명까지 확대될 수 있다. 지방권 전체 선발인원의 60%가 지역인재 전형이고, 의대 전체 선발인원의 40%가 지역인재 전형이다.
올해 고3의 경우, 지역 내 고3 학생과 지역 내 의대 모집정원을 단순 비교해 보면 강원권이 전국 6개 권역 중 의대 입학이 가장 쉬워질 수 있는 지역으로 분류할 수 있다. 강원 지역 내 학생 수의 3.68%가 강원권 의대 모집정원이다. 충청권이 2.01%, 제주권이 1.64%, 대구·경북권이 1.62%, 호남권이 1.60%, 부산·울산·경남(부울경)이 1.36%순이다. 문·이과 구분 없이 전체 학생 수로 추정해서 이과 학생으로 범위를 좁히면 또 달라진다. 전체 학생 수의 약 절반가량을 이과로 추정할 경우(2024학년도 대입 수능에서 응시생 수 사회·과학탐구 기준으로 51.7%가 이과로 추정) 강원권은 이과 학생 수 대비 7%가 넘어가는 수준이다.
강원권에 있는 의대뿐만 아니라 약대·치대 등 의약학 계열로 범위를 확대하면 강원권 내 전체 학생 수 대비 5.29%가 된다. 호남권이 3.43%, 충청권이 2.93%, 대구·경북권이 2.82%, 제주권이 2.79%, 부울경이 1.91%순이다. 동일하게 이과생으로 범위를 좁힐 경우, 강원권은 전체 학생 수 대비 10%가 넘어가게 된다. 사실상 이과생 중 10명 중에 1명꼴이다.
지금까지 크게 이슈화되지 않았던 상황이기에 초·중생 학부모들은 새로운 시각으로 충분히 검토해 볼 수 있다. 물론 초등학교 때 의약학 계열 진학을 목표로 결정하는 것은 상당히 부담될 수 있다. 진로 결정을 사실상 중학교 입학 전에 하고, 과감하게 지방권으로 이동을 결정할 수 있는 가정이 얼마나 될지는 가늠하기 어렵다. 예상보다 크지 않을 수 있다.
지역인재 전형 강화로 지방권 관심 지역으로 떠올라
그러나 시간이 지나고 입시 결과가 나오면 상황이 크게 바뀔 수 있다는 점은 분명하다. 지방권이 이렇게까지 교육적 이슈로 관심 지역으로 올라간 적도 드물다. 수도권에 비해 학령인구 수 하락 속도가 빠른 지방일수록 지역 학생들의 유출을 막을 수 있고, 반대로 지역 내 유입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점은 분명 새로운 이슈다. 학부모 입장에서 다각도로 검토해 볼 만한 상황일 수 있다.
피치 못할 사정으로 지방권으로 이동해야 하는 경우 교육 문제로 걱정이 앞섰다. 하지만 이런 걱정이 상당 부분 약화할 수 있는 상황으로 변화할 수 있는 것이다.
서울·수도권에 있는 명문 학원들도 지방권으로 이동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서울권 학생들도 예전에 비해 학생 수가 반토막 수준이다. 우수한 강사진들이 서울에 머물러야 하는 환경도 바뀐 것이다. 수요가 있는 지역으로 이동이 불가피한 상황일 수도 있다.
고교는 지금까지 수시·정시에서 두각을 나타냈던 지방권 일반계 고교, 전국 단위 자율형사립고(자사고), 이과 중심으로 운영되는 지역 내 자사고 등에 관심이 집중될 수도 있다.
호남권의 경우 336명을 선발하는 상산고와 224명을 선발하는 광양제철고가 있는 지역 의대로는 전남대·전북대·조선대·원광대가 있다. 수시에서 지역 내 지역인재 전형과 서울·수도권 의대를 동시에 지원하고, 정시에서도 서울·수도권 또는 지방권 의대에 동시 지원할 수 있는 상황이다.
반면 서울·수도권 학생들은 수시에서 지방권 소재 의대는 전형 중 80% 이상, 상황에 따라 100%를 지역인재로만 선발한다. 서울·수도권 학생들에게 지방권 의대 수시 지원이 사실상 원천 차단된다. 반면 지방권 수시 6회 지원 중 서울·수도권, 지방권에 동시 지원했는데 중복으로 합격할 경우, 본인이 원하는 대학으로 결정하면 되는 상황이다.
향후 의대 모집정원이 최종 확정되고, 대학별로 수시·정시 지역인재 전형 선발 구성이 확정되면 중·고교 진학 판도에 상당한 변화가 불가피할 것이다.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많이 본 뉴스
1美 대선 ‘10번 중 9번’ 맞힌 교수…이번에 예측한 당선인은 누구
2위메이드, 3분기 영업이익 518억원…‘흑자 전환’
3김성태 기업은행장, 대구상공회의소에서 중소기업 현장의견 청취
4대우건설, 김보현 대표이사 체제 전환…내달 이사회서 선임
5금투세 폐지 업계 ‘환영’…美 대선 앞두고 시장은 ‘관망세’
6한화자산운용 방문한 김승연 회장 "또 한번의 도약 준비하자"
7정부, 그린벨트 풀어 5만가구 공급…서초·고양·의왕·의정부 등 4곳 후보
8카카오페이, ‘티메프 사태’ 못 피했다…3분기 순손실 275억원
9IDC "삼성 태블릿, AI 기술 탑재 이후 판매량 급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