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식당서 '소맥 대신 하이볼' 인기…주류업계 새판 짜나
[고도주 열풍, 주류업계 지각변동] ②
위스키 등 고도주 열풍에 소주·맥주 인기 상대적 저조
주류업계, 제품 개발 및 리뉴얼 단행으로 위기 타파 계획
[이코노미스트 이혜리 기자] 평소 술을 즐겨하지 않던 김연주(30)씨는 최근 유행하는 하이볼(위스키+탄산수)을 직접 만들어 먹기 위해 위스키를 구비해 두기 시작했다. 김씨는 “위스키 한 병으로 온더롹, 스트레이트 등 다양하게 술을 만들어 먹을 수 있어 가성비가 좋다”고 말했다.
소위 ‘아재술’로 통하던 위스키 열풍이 계속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을 계기로 홈술(집에서 마시는 술)·혼술(혼자서 마시는 술) 트렌드가 자리 잡으면서 위스키를 찾는 소비자들이 늘었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해부터 하이볼 문화가 유행하면서 MZ세대(1980~2000년대 출생) 사이에서 위스키가 대세 주류로 등극했다.
위스키, 테킬라 등 다양한 고(高)도수 주류가 인기를 끌면서 상대적으로 맥주, 소주 등 기존 인기 주류의 성장세는 다소 주춤한 분위기다. 이에 국내 주류업계는 다양한 소비자 니즈에 대응하기 위해 새 판짜기에 나서고 있다.
소주·맥주 소비 감소세…수제맥주 타격 커
관세청 수출입무역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위스키 수입량은 3만586톤(t)으로, 관련 통계가 집계된 2000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는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위스키 수입량이 약 2만t이었던 것과 비교해 크게 증가한 수치다.
위스키 수입량 상승과 대조적으로 소주에서도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희석식 소주 소비량은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국세청 국세통계포털 주세 신고 현황에 따르면 희석식 소주 출고량은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91만5596㎘에서 2022년 86만1540㎘으로 줄었다.
코로나19 영향으로 혼술·홈술 문화가 확산하면서 원하는 주종을 탄산수 등에 섞어 마시는 ‘믹솔로지’(Mix+Technology) 문화가 하나의 주류 트렌드로 자리 잡으며 국내 위스키 소비량은 증가했고, 이에 따라 소주 소비는 줄어든 것으로 분석된다.
맥주 소비도 감소세다. 시장 조사 기관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국내 맥주 시장 80%를 점유하는 라거 맥주 판매액은 2018년 1조3327억원, 2019년 1조2619억원, 2020년 1조1321억원, 2021년 1조1268억원 순으로 3년 연속 감소했다.
코로나 격리가 완화된 2022년엔 1조2610억원으로 살짝 반등했지만 전반적으로 성장세가 주춤하다. 맥주 수입액 또한 최근 몇 년째 감소세다. 2018년 3억968만달러(약 4045억원)였던 맥주 수입액은 2022년 1억9508만달러(약 2548억원)로 하락했다.
고도수 주류의 인기로 가장 큰 타격을 받은 건 수제맥주다. 팬데믹 기간 큰 성장을 이뤄낸 수제맥주는 엔데믹을 기점으로 식당에서의 주류 소비가 회복돼 집에서의 소비량이 줄었다. 특히 위스키나 하이볼 등 타 주류로 관심이 옮겨가면서 경쟁력을 잃었다는 분석이다.
국내 수제맥주업계 1호 상장사인 제주맥주는 저조한 실적 끝에 최근 경영권을 매각했다. 제주맥주의 지난해 매출은 224억원, 영업손실은 -109억원이었다. 2022년에 이어 2년 연속 영업손실 규모가 100억원을 넘었다. 또 다른 수제맥주업체 세븐브로이맥주도 지난해 수십억원대 영업손실을 내며 적자 전환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해 3분기까지 누적 영업손실은 -39억원이었다.
새판 짜기 전략은
국내 주류업체는 급속도로 변하는 주류 트렌드에 맞춰 새판짜기에 나서는 모습이다. 신제품 개발 및 제품 리뉴얼 등 라인업을 세분화하고 있으며 체험형 이벤트러 팝업스토어를 열고 젊은 소비자들을 모으는 데 안간힘을 쓰고 있다.
주류업계 관계자는 “위스키·테킬라 등의 인기가 높아지긴 했지만 여전히 시장에서의 메인 주류는 소주·맥주며 매출 차이도 크다”며 “업체들은 소주·맥주 등 기존 주력 라인의 포트폴리오를 구축하면서도 소비자와의 접점을 확대하는 식으로 마케팅을 전개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하이트진로는 20~30대를 겨냥한 라거 맥주 ‘켈리’를 지난해 4월 출시하고 2억 병 넘게 판매했지만, 성장세가 한풀 꺾인 모습이다. 하이트진로는 켈리를 앞세워 오비맥주 ‘카스’의 점유율을 뺏어오기 위한 전략을 펼치기 위해 젊은 소비자들이 모이는 장소를 중심으로 시음 행사를 열 계획이다.
소주의 경우 저도수 선호 트렌드를 반영해 ‘참이슬 후레쉬’를 전면 리뉴얼, 16.5도에서 16도로 도수를 낮췄다. 또 최근 하이트진로가 출시한 ‘진로 골드’의 도수 역시 저도수인 15.5도다.
지난해 11월 기존 맥주보다 청량한 맛을 강조한 신제품 ‘크러시’를 출시한 롯데칠성음료는 유흥 채널을 중심으로 영업을 꾸준히 확장하고 있다. 또한 롯데칠성음료의 대표 희석식 소주인 ‘처음처럼’은 상반기 중 리뉴얼이 예정돼 있으며 제로슈거 소주인 ‘새로’는 제품 패키지를 다양화하고 새로운 맛을 적용한 제품 출시를 계획 중이다.
국내 맥주 점유율 1위 업체인 오비맥주는 경쟁자들의 추격을 따돌리기 위한 다양한 전략을 펴고 있다. 오비맥주는 ‘카스 라이트’ 패키지를 리뉴얼하고, 새 모델로 배우 전종서를 발탁해 신규 TV 광고를 공개하며 소비자 참여형 팝업 이벤트를 진행했다. 지난달에는 ‘한맥 엑스트라 크리미 生(생)’을 출시하며 한맥 브랜드의 라인업을 생맥주까지 확장했다.
업계 관계자는 “소주·맥주의 매출이 줄어든 이유는 코로나19로 인해 음주 행태가 바뀌면서 소주·맥주의 존재감이 줄었고, 위스키 및 데킬라 등 대체제 일부가 그 자리를 차지했기 때문”이라며 “주류 시장 전반에 걸쳐 원자잿값 인상과 경기 불황으로 인해 수익성 강화가 절실한 시점으로 이를 극복하기 위한 업계 간의 다변화 전략 및 경쟁은 불가피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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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위 ‘아재술’로 통하던 위스키 열풍이 계속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을 계기로 홈술(집에서 마시는 술)·혼술(혼자서 마시는 술) 트렌드가 자리 잡으면서 위스키를 찾는 소비자들이 늘었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해부터 하이볼 문화가 유행하면서 MZ세대(1980~2000년대 출생) 사이에서 위스키가 대세 주류로 등극했다.
위스키, 테킬라 등 다양한 고(高)도수 주류가 인기를 끌면서 상대적으로 맥주, 소주 등 기존 인기 주류의 성장세는 다소 주춤한 분위기다. 이에 국내 주류업계는 다양한 소비자 니즈에 대응하기 위해 새 판짜기에 나서고 있다.
소주·맥주 소비 감소세…수제맥주 타격 커
관세청 수출입무역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위스키 수입량은 3만586톤(t)으로, 관련 통계가 집계된 2000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는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위스키 수입량이 약 2만t이었던 것과 비교해 크게 증가한 수치다.
위스키 수입량 상승과 대조적으로 소주에서도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희석식 소주 소비량은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국세청 국세통계포털 주세 신고 현황에 따르면 희석식 소주 출고량은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91만5596㎘에서 2022년 86만1540㎘으로 줄었다.
코로나19 영향으로 혼술·홈술 문화가 확산하면서 원하는 주종을 탄산수 등에 섞어 마시는 ‘믹솔로지’(Mix+Technology) 문화가 하나의 주류 트렌드로 자리 잡으며 국내 위스키 소비량은 증가했고, 이에 따라 소주 소비는 줄어든 것으로 분석된다.
맥주 소비도 감소세다. 시장 조사 기관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국내 맥주 시장 80%를 점유하는 라거 맥주 판매액은 2018년 1조3327억원, 2019년 1조2619억원, 2020년 1조1321억원, 2021년 1조1268억원 순으로 3년 연속 감소했다.
코로나 격리가 완화된 2022년엔 1조2610억원으로 살짝 반등했지만 전반적으로 성장세가 주춤하다. 맥주 수입액 또한 최근 몇 년째 감소세다. 2018년 3억968만달러(약 4045억원)였던 맥주 수입액은 2022년 1억9508만달러(약 2548억원)로 하락했다.
고도수 주류의 인기로 가장 큰 타격을 받은 건 수제맥주다. 팬데믹 기간 큰 성장을 이뤄낸 수제맥주는 엔데믹을 기점으로 식당에서의 주류 소비가 회복돼 집에서의 소비량이 줄었다. 특히 위스키나 하이볼 등 타 주류로 관심이 옮겨가면서 경쟁력을 잃었다는 분석이다.
국내 수제맥주업계 1호 상장사인 제주맥주는 저조한 실적 끝에 최근 경영권을 매각했다. 제주맥주의 지난해 매출은 224억원, 영업손실은 -109억원이었다. 2022년에 이어 2년 연속 영업손실 규모가 100억원을 넘었다. 또 다른 수제맥주업체 세븐브로이맥주도 지난해 수십억원대 영업손실을 내며 적자 전환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해 3분기까지 누적 영업손실은 -39억원이었다.
새판 짜기 전략은
국내 주류업체는 급속도로 변하는 주류 트렌드에 맞춰 새판짜기에 나서는 모습이다. 신제품 개발 및 제품 리뉴얼 등 라인업을 세분화하고 있으며 체험형 이벤트러 팝업스토어를 열고 젊은 소비자들을 모으는 데 안간힘을 쓰고 있다.
주류업계 관계자는 “위스키·테킬라 등의 인기가 높아지긴 했지만 여전히 시장에서의 메인 주류는 소주·맥주며 매출 차이도 크다”며 “업체들은 소주·맥주 등 기존 주력 라인의 포트폴리오를 구축하면서도 소비자와의 접점을 확대하는 식으로 마케팅을 전개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하이트진로는 20~30대를 겨냥한 라거 맥주 ‘켈리’를 지난해 4월 출시하고 2억 병 넘게 판매했지만, 성장세가 한풀 꺾인 모습이다. 하이트진로는 켈리를 앞세워 오비맥주 ‘카스’의 점유율을 뺏어오기 위한 전략을 펼치기 위해 젊은 소비자들이 모이는 장소를 중심으로 시음 행사를 열 계획이다.
소주의 경우 저도수 선호 트렌드를 반영해 ‘참이슬 후레쉬’를 전면 리뉴얼, 16.5도에서 16도로 도수를 낮췄다. 또 최근 하이트진로가 출시한 ‘진로 골드’의 도수 역시 저도수인 15.5도다.
지난해 11월 기존 맥주보다 청량한 맛을 강조한 신제품 ‘크러시’를 출시한 롯데칠성음료는 유흥 채널을 중심으로 영업을 꾸준히 확장하고 있다. 또한 롯데칠성음료의 대표 희석식 소주인 ‘처음처럼’은 상반기 중 리뉴얼이 예정돼 있으며 제로슈거 소주인 ‘새로’는 제품 패키지를 다양화하고 새로운 맛을 적용한 제품 출시를 계획 중이다.
국내 맥주 점유율 1위 업체인 오비맥주는 경쟁자들의 추격을 따돌리기 위한 다양한 전략을 펴고 있다. 오비맥주는 ‘카스 라이트’ 패키지를 리뉴얼하고, 새 모델로 배우 전종서를 발탁해 신규 TV 광고를 공개하며 소비자 참여형 팝업 이벤트를 진행했다. 지난달에는 ‘한맥 엑스트라 크리미 生(생)’을 출시하며 한맥 브랜드의 라인업을 생맥주까지 확장했다.
업계 관계자는 “소주·맥주의 매출이 줄어든 이유는 코로나19로 인해 음주 행태가 바뀌면서 소주·맥주의 존재감이 줄었고, 위스키 및 데킬라 등 대체제 일부가 그 자리를 차지했기 때문”이라며 “주류 시장 전반에 걸쳐 원자잿값 인상과 경기 불황으로 인해 수익성 강화가 절실한 시점으로 이를 극복하기 위한 업계 간의 다변화 전략 및 경쟁은 불가피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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