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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과 구분 없이 선발하는 무전공 선발 도입…인문 vs 자연, 누구에게 유리할까[임성호의 입시지계]

지역인재 선발 강화된 의·치·한·약·간…지역 학생들에게 기회
자연계 학생들 내신·수능에서 인문계 학생들 앞서…무전공 선발에도 영향 끼칠 듯

 지난 2월 29일 서울 관악구 서울대학교에서 입학식이 열렸다. [사진 연합뉴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 의대 모집 정원 확대·반도체 첨단관련학과 집중 육성 정책·간호학과 모집 정원 확대 이슈는 모두 자연계열 학생에게 입시에서 매우 유리한 상황으로 볼 수 있다. 

특히 의대는 최상위권 학생들이 이공계 일반학과에서 이동하기 때문에 최상위권 대학 이공계 학과의 합격선이 중위권 대학들의 합격선에도 연쇄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이슈다. 반도체 등 첨단관련학과 또한 서울대 등의 최상위권 대학에서 정원이 확대되어 연쇄적으로 최상위권·중위권 대학의 합격선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간호학과 선호도 높으면 이공계 합격선에도 영향 

간호학과 모집 정원 확대는 현재 서울권 소재 대학에서 간호학과의 위상은 학과별 합격점수 기준으로 의약학계열 다음으로 이공계 최상위권 학과의 합격 점수와 비슷하다. 지방거점 국공립대학의 간호학과도 대학 내 학과별 합격점수 기준으로 상위 10%대를 기록하고 있다. 지방 국공립대에서도 대학 내 서열상 1, 2위권을 차지하고 있다. 취업이 어려운 상황에서 의대 선호가 높아지고 있다. 여기에 전문직 관련 학과인 간호학과의 선호도가 높아질 경우, 이공계 일반학과에 진학하려는 학생들 상당수가 간호학과로 이동할 경우, 중상위권·중위권 일반 이공계 합격선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이런 변화는 지방권 소재 자연계 학생들에게 큰 호재다. 현재 지역인재로 선발해야 하는 법적 규정을 적용 받는 학과는 의대뿐만 아니라 치대·한의대·약대·간호대까지 해당한다. 이들 각 대학의 자체 선발인원 70% 이상이 지방에 소재하고 있다. 여기에 더해 의대의 경우 지역인재전형을 현행 40%에서 60% 이상으로 확대한다는 계획이 발표된 상황이다. 

인문계 학생들에게 영향을 직접 주는 교대의 경우는 정반대의 상황이다. 학령 인구수 감소에 따라 교대 모집 정원의 10% 이상을 2025학년도부터 줄일 계획이다. 지방소재 교대도 전체 선발인원의 37.1%를 지방 학생들로 선발하는 지역인재전형으로 선발하고 있다. 교대 선호도가 과거와 달리 매우 떨어진 상황에서 지역 소재 대학들의 내신 합격선은 이미 3등급대도 합격하는 상황이다. 최근 4년 연속 내신 합격선이 떨어지고 있다. 수능도 3등급대 학생들까지 합격하고 있고, 상황에 따라 일부 과목에서 4등급을 받아도 합격한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선호도 하락한 교대…선발인원 못 채운 대학도  

지난해 교대 입시에서 수도권 소재 교대도 수시 전체 선발인원의 80.5%를 못 채운 대학이 발생했다. 지방권 주요 교대들도 60~70%를 수시에서 선발하지 못했다. 수시 미선발의 주요 원인은 수능 최저를 못 맞춘 것이 가장 크고, 상위권 학생들이 교대 외에 주요대학에 동시 합격해 빠져나갔기 때문이다. 

교대 입학은 인문계 학생들에게 사실상 의대처럼 전문직에 종사할 기회지만, 선호도가 하락하면서 최상위권 학생들을 흡수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 자연계 학생들처럼 정책적 변화에 따른 입시에 대한 기대가 줄어들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인문계 학생들에게 그나마 전문직으로 볼 수 있는 로스쿨의 경우도 상위권 로스쿨 합격생의 대다수는 서울대·연세대·고려대(서연고) 등 주요대 출신들로 집중되어 있다. 최근 5년간 로스쿨 합격생의 출신 대학을 살펴보면 서울대 44.4%, 연세대 21.3%, 고려대 20.6%, 성균관대 3.1%, 한국과학기술원 2.1%, 경찰대학 1.8% 순이다. 서연고를 제외한 수도권, 지방권 로스쿨 또한 상위권 대학 집중 현상은 동일하다. 

지난 3월 28일 2025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대비 3월 전국연합학력평가가 시행된 서울 영등포여자고등학교에서 수험생들이 시험 준비를 하고 있다. [사진 사진공동취재단]


2024학년도 로스쿨 합격자 출신 학과는 서울대의 경우 경영학과(18.4%), 경제학과(15.1%), 정치외교학과(12.5%), 화학과(3.9%), 심리학과(2.6%) 순이다. 연세대는 경영학(18.7%), 경제학(13.8%), 정치학과(10.6%), 어문학(8.9%), 행정학(5.7%), 기타 사회계열(5.7%) 순이다. 고려대는 사회계열(24.6%), 인문계열(19.7%), 경제(16.4%), 경영(14.8%), 사범계열(6.6%), 공학계열(4.9%) 순이다. 

결과적으로 인문계 최상위권은 자연계와 달리 상위권 대학으로만 집중될 수밖에 없다. 우수학생들이 지방권으로 분산되기 어려운 상황이다. 

또 하나 주요 정책 변화가 2025학년도부터 전 대학에서 실시하는 무전공선발이다. 인문· 자연계열 모든 학생에게 영향을 줄 수 있는 이슈다. 현재 고등학교 내신에서 자연계 학생들이 인문계 학생들을 앞서고 있다. 서울권 주요대에서 내신 합격선이 자연계가 인문계보다 0.4등급 정도 높게 나오고 있다. 수능도 현재 통합 수능에서 특히 수학 과목 최상위권은 자연계 학생들이 인문계 학생들을 압도적으로 앞서고 있다. 

무전공 선발이 각 대학에서 어떤 비율로 인문·자연계 학생이 합격하느냐가 관심일 수밖에 없다. 내신도 수능도 모두 자연계 학생들이 앞서는 상황에서 과연 대학들이 무전공 선발에서 어떤 선택을 할까. 인문·자연계 학생 합격 비율에 따라 향후 무전공 선발이 어느 계열의 학생들에게 유리하게 작용하는지 중요 관심사다. 

5월에 발표되는 각 대학의 무전공 선발인원 및 선발 방식·통합학과 구성도가 일차적으로 중요하다. ▲대학별 수시 경쟁률과 수시합격 이후 이탈 비율 ▲내년도 5월에 발표되는 대학별 합격선 ▲합격 이후 대학에서 중도 이탈하는 비율 ▲합격자들의 인문·자연 비율 ▲최종학과 선택에서 인문·자연학과 선호도 상황 등에 따라 인문·자연 유불리 현상이 명확하게 드러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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