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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병 은행연합회장, 금융사 수장 출신 노하우로 ‘제2 전성기’ 맞을까[피플&피플]

[금융산업의 숨은 조력자들]①
국내 은행 대변자…밸류 상승 지원
상생금융 이끌고…글로벌 행보 눈길

[이코노미스트 김윤주 기자] ‘23개 국내 은행의 대변자’. 이는 조용병 은행연합회장에게 부여된 역할이다. 조 회장 인생에서 두 번째 회장직이다. 1984년 신한은행에 입행해 2015년 신한은행장에 오른 그는 2년 만에 신한금융지주 회장으로 취임했다. 조 회장은 2022년 12월 신한금융 회장직에서 용퇴를 결정한 뒤, 2023년 12월에는 23개 정사원‧34개 준사원이 있는 은행연합회 회장에 올랐다. 
 
상생금융·홍콩ELS 사태…녹록지 않은 업황
그가 은행연합회장 취임했을 당시 은행권 상황은 녹록지 않았다. 막대한 이자이익을 챙기는 은행을 향한 ‘상생금융’ 요구가 빗발쳤고, 주요 은행들이 판매한 홍콩H지수 주가연계증권(ELS)의 손실 사태로 사회적 시선 또한 곱지 않았다.

우선 조 회장은 취임 이후 발 빠르게 ‘2조원+α’ 규모의 ‘은행권 민생금융 지원방안’을 발표했다. 은행권의 상생금융 추진현황을 살펴보면, 지난 2023년 3월부터 2024년 2월 말까지 약 344만명의 금융소비자에게 제공한 혜택은 9076억원으로 추산된다. 이는 은행권 목표 기대효과 9524억원의 95.3% 수준이다. 

조 회장은 은행권의 ‘홍콩 ELS 사태’에 대한 협회 차원의 노력을 지속하겠다고도 했다. 조 회장은 지난 3월 11일 취임 100일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은행 내부통제의 구조나 실천을 실질화하는데 은행연합회가 힘쓸 것”이라고 말했다.

당시 그는 “저도 (금융사 재직 당시) 사모펀드 사태에 얽혀서 고생을 많이 했고 반성도 했다”면서 “이후 금융소비자법도 도입됐는데 이런 사태가 다시 발생한 점 죄송스럽고 유감스럽다”고 고개를 숙였다. 이어 “협회의 가장 중요한 기능이 자율규제”라며 “각 사원은행들과 협의해 협회의 자율규제를 강화해서 생태계 안에서 (은행이) 기능을 해야한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지난 5월 2일 조용병 은행연합회장(오른쪽)과 밥 위글리 영국은행협회 회장이 MOU를 체결하고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사진 은행연합회]

‘에너자이조’ 글로벌 행보에도 주목
조 회장은 ‘에너자이조’라는 별명도 갖고 있다. 유명 건전지 브랜드 ‘에너자이저’와 그의 성 ‘조’를 조합한 말이다. 과거 신한금융을 리딩금융으로 끌어올리며 저돌적인 추진력을 보여줬던 덕분에 얻은 별명이다. 그의 별명답게 은행연합회장 취임 이후 적극적인 글로벌 행보도 돋보였다. 전임 은행연합회장인 김광수 회장의 재임기간이 코로나19 시기와 겹치는 등으로 해외 활동이 적었던 것과 대비된다. 

글로벌 확장에 대한 조 회장의 의지는 지난해 취임사에서부터 드러난다. 조 회장은 취임사에서 “은행은 글로벌 진출을 통해 대한민국 경제영토 확장을 위한 노력에도 동참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 신년사에서도 “글로벌 진출 과정에서도 디지털화와 현지화를 통해 우리나라 은행이 진출한 국가의 경제에도 기여하는 진정한 동반자가 되자”고 강조했다.

올해 조 회장은 폴란드와 영국 해외 출장을 다녀왔다. 조 회장은 지난 3월 25일 취임 4개월 만에 첫 해외출장으로 폴란드를 공식 방문했다. 당시 조 회장은 타디우즈 비알렉 폴란드은행협회 회장을 만나 업무협약(MOU)을 맺고 양국 은행산업의 발전을 도모하기로 했다. 해당 업무협약은 금융산업 전반에 걸친 ▲세미나 개최 ▲금융규제 관련 정보 교환 등 업무협력 추진 ▲교육·연수 관련 업무제휴 등이 골자다. 

조 회장은 지난 5월 2일에는 영국을 방문해 밥 위글리 영국은행협회 회장과 만나 양국 은행산업 발전을 위한 MOU를 체결했다. MOU의 주요 내용은 ▲ESG·금융소비자보호·디지털금융 분야에 대한 협력 강화 ▲온·오프라인 교육 ▲공동 프로젝트 활성화 등이다.

당시 조 회장은 “이번 MOU를 통해 ESG, 금융소비자보호 등 선진적 금융제도를 갖춘 영국과의 협력을 강화해 국내은행이 글로벌 은행으로 발전해나갈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양국이 가진 금융 강점과 노하우를 적극 교환해, 한국-영국 금융시장이 동반 성장할 수 있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은행협회장으로 ‘제2 전성기’ 맞을까
추후 조 회장이 금융지주 회장을 지낸 경력을 활용해 ‘제2 전성기’를 누릴 수 있을지도 관건이다. 현재 은행권은 비금융 사업 확장 등 다양한 안건이 산재해 있는 상황으로, 조 회장이 앞선 경험을 토대로 은행권 전체의 발전을 도모하는 것이 과제다.

조 회장은 취임 100일 기자간담회에서 “저는 은행원으로부터 시작해서 이 자리에 왔다”면서 “평생을 시중은행에서 종사해 온 제가 보기에 은행연합회의 가장 중요한 역할은 은행이 스스로 밸류를 높일 수 있도록 기반을 다지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그는 금융사에 자산관리 등 비이자이익 확대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은행을 대표하는 협회 수장으로서 해법을 제시하겠다고 했다.

그는 “은행의 미래를 위한 과제인 비금융·플랫폼·디지털 역량 강화, 사업다각화와 해외진출 촉진을 위한 환경 조성에 힘쓰겠다”며 “은행의 ‘밸류’ 상승이 경제생태계의 건강한 순환을 촉진하고 우리 사회와의 상생으로 이어지도록 비전을 제시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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