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기준금리 인하 카드 '만지작'…한은은 ‘요지부동’ [부채도사]
유럽 중앙은행, 통화정책 전환 가능성 시사
한은 “금리 인하 시점 원점서 재검토 필요”
미 연준 금리 인하 전까지 금리 동결 분위기
[이코노미스트 이용우 기자] “대출은 동지도 적도 아니다.” 한 은행원의 말입니다. 가계부채는 1876조원을 넘었고, 가계들의 상환 능력은 떨어지고 있습니다. 적과의 동침이 불가피할 때입니다. 기사로 풀어내지 못한 부채에 관한 생생한 이야기를 ‘부채도사’에서 전합니다. [편집자주]
미국보다 유럽의 중앙은행들에서 먼저 피벗(pivot·통화정책 전환)의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이미 스위스와 스웨덴, 체코 등이 기준금리를 인하했다. 유럽중앙은행(ECB)과 영국 중앙은행(BOE·영란은행)도 금리 인하 카드를 꺼낼 준비를 하고 있다. 한국은행은 어떨까. 한은은 생각보다 신중한 입장을 내비친다. 예상보다 잘 버티고 있는 국내 경제로 인해 금리 인하를 서두를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특히 금리 인하를 단행하면 잡히지도 않은 물가에 기름을 붓는 격이 될 수 있다.
유럽 중앙은행들, 연준보다 먼저 피벗 단행할 수도
올해 들어와 브라질과 아르헨티나 등 중남미 국가들이 기준금리를 내렸고, 연이어 스위스와 헝가리, 체코, 스웨덴 등이 기준금리를 인하했다. 이들 국가가 비(非)유로존이라는 점에서 나름대로 자율적인 통화정책을 한 것으로 평가됐다. 그런데 최근 ECB와 BOE가 올여름 인하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어 주목을 받는다.
ECB는 5월 10일(현지시간)에 공개한 4월 통화정책이사회 회의록에서 “3월 전망에 포함된 중기 인플레이션 예측이 추가 증거로 확인되면 6월 회의에서 통화정책 완화를 시작할 수 있을 것”이라며 피벗의 가능성을 제시했다.
영란은행은 앞서 5월 9일(현지시간) 기준금리를 6차례 연속 연 5.25%로 동결하면서도 비슷한 입장을 시사했다. 베일리 총재는 이날 “물가상승률에 대한 고무적인 소식이 있었고 물가상승률이 향후 두 달 내로 우리의 목표치인 2% 부근까지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그는 최근 국제통화기금(IMF)과의 인터뷰에서도 “인플레이션 역학은 유럽과 미국이 다르다”라고 말했다.
이후 영국이 미국보다 먼저 금리를 내릴 있다는 분석이 시장에 나왔다. 금리 인하 기대가 시장에 커지자 영국과 프랑스, 독일 등 유럽 각국 증시 대표지수는 5월 들어와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5월 영란은행에서 금리 인하에 투표한 위원은 직전 회의보다 1명 더 늘었다. 금리 인하를 언급한 위원은 “인플레이션이 예상보다 더 떨어질 수 있기 때문에 지금 (금리) 인하가 필요하다”고 평가했다.
이창용 총재 “기존 금리 논의 재검토해야”
유럽에서 피벗 분위기가 무르익고 있지만, 한은 사정은 이들과는 다른 것으로 분석된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5월 2일(현지시간) 아시아개발은행(ADB) 총회 참석차 방문한 조지아 트빌리시에서 “지난달까지 생각했던 통화정책의 전제가 모두 바뀌었다”며 “기존의 논의를 재점검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 총재는 ▲미 연준의 정책금리 인하 시기 지연 ▲국내 성장률 ▲유가 및 환율 등을 재점검의 이유로 꼽았다. 국내외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했을 때 금리 인하 시점을 원점에 두고 봐야 한다는 설명이다.
미 연준과 관련해서 이 총재는 “미국의 경제 데이터가 좋게 나오면서 금리를 낮출 것으로 예상하는 시점이 뒤로 밀리기 시작했다”고 진단했다. 실제로 제롬 파월 연준 의장도 5월 1일(현지시간) 연준의 금리를 동결하면서 “지금까지 데이터는 금리 인하가 적절하다는 확신을 주지 못했다”며 “(금리인하를) 더 확신하려면 이전 예상보다 시간이 더 걸릴 것 같다”고 설명했다.
또 지난 1분기 국내 실질 국내총생산 성장률이 1.3%를 기록하며 ‘깜짝 성장’을 한 점도 한은의 금리 인하 시점을 뒤로 미루는 요소가 되고 있다. 지난 한 해에 연간 1.4% 성장했는데, 1분기 만에 비슷한 수준으로 성장한 것이다. 한은은 경기침체 우려가 커졌을 때 금리를 낮춰 경기 회복을 도울 수 있다. 지금처럼 경기가 뒷받침된다면 물가에 더 집중하며 금리 동결을 유지할 여유가 생긴다.
아울러 한은은 수출과 수입 의존도가 상대적으로 높은 국내 상황으로 인해 환율 방어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 원달러 환율이 4월 16일 장중 1400원을 돌파했는데, 기준금리를 낮추면 원화 가치 불안정을 더 부추길 수 있다. 이로 인해 수입 물가가 높아져 국내 소비자물가에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다.
결국 한은의 향후 기준금리 결정은 현재까지도 불확실성에 놓였다고 볼 수 있다. 유럽 중앙은행들이 금리를 인하한다고 국내 시장이 같이 들썩일 이유가 없다는 설명이다. 미 연준의 금리 결정이 우선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대출이나 부동산 시장이 회복하고 있다고 말하기 어렵다”며 “기준금리의 연말 인하도 갈수록 확신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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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보다 유럽의 중앙은행들에서 먼저 피벗(pivot·통화정책 전환)의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이미 스위스와 스웨덴, 체코 등이 기준금리를 인하했다. 유럽중앙은행(ECB)과 영국 중앙은행(BOE·영란은행)도 금리 인하 카드를 꺼낼 준비를 하고 있다. 한국은행은 어떨까. 한은은 생각보다 신중한 입장을 내비친다. 예상보다 잘 버티고 있는 국내 경제로 인해 금리 인하를 서두를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특히 금리 인하를 단행하면 잡히지도 않은 물가에 기름을 붓는 격이 될 수 있다.
유럽 중앙은행들, 연준보다 먼저 피벗 단행할 수도
올해 들어와 브라질과 아르헨티나 등 중남미 국가들이 기준금리를 내렸고, 연이어 스위스와 헝가리, 체코, 스웨덴 등이 기준금리를 인하했다. 이들 국가가 비(非)유로존이라는 점에서 나름대로 자율적인 통화정책을 한 것으로 평가됐다. 그런데 최근 ECB와 BOE가 올여름 인하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어 주목을 받는다.
ECB는 5월 10일(현지시간)에 공개한 4월 통화정책이사회 회의록에서 “3월 전망에 포함된 중기 인플레이션 예측이 추가 증거로 확인되면 6월 회의에서 통화정책 완화를 시작할 수 있을 것”이라며 피벗의 가능성을 제시했다.
영란은행은 앞서 5월 9일(현지시간) 기준금리를 6차례 연속 연 5.25%로 동결하면서도 비슷한 입장을 시사했다. 베일리 총재는 이날 “물가상승률에 대한 고무적인 소식이 있었고 물가상승률이 향후 두 달 내로 우리의 목표치인 2% 부근까지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그는 최근 국제통화기금(IMF)과의 인터뷰에서도 “인플레이션 역학은 유럽과 미국이 다르다”라고 말했다.
이후 영국이 미국보다 먼저 금리를 내릴 있다는 분석이 시장에 나왔다. 금리 인하 기대가 시장에 커지자 영국과 프랑스, 독일 등 유럽 각국 증시 대표지수는 5월 들어와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5월 영란은행에서 금리 인하에 투표한 위원은 직전 회의보다 1명 더 늘었다. 금리 인하를 언급한 위원은 “인플레이션이 예상보다 더 떨어질 수 있기 때문에 지금 (금리) 인하가 필요하다”고 평가했다.
이창용 총재 “기존 금리 논의 재검토해야”
유럽에서 피벗 분위기가 무르익고 있지만, 한은 사정은 이들과는 다른 것으로 분석된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5월 2일(현지시간) 아시아개발은행(ADB) 총회 참석차 방문한 조지아 트빌리시에서 “지난달까지 생각했던 통화정책의 전제가 모두 바뀌었다”며 “기존의 논의를 재점검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 총재는 ▲미 연준의 정책금리 인하 시기 지연 ▲국내 성장률 ▲유가 및 환율 등을 재점검의 이유로 꼽았다. 국내외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했을 때 금리 인하 시점을 원점에 두고 봐야 한다는 설명이다.
미 연준과 관련해서 이 총재는 “미국의 경제 데이터가 좋게 나오면서 금리를 낮출 것으로 예상하는 시점이 뒤로 밀리기 시작했다”고 진단했다. 실제로 제롬 파월 연준 의장도 5월 1일(현지시간) 연준의 금리를 동결하면서 “지금까지 데이터는 금리 인하가 적절하다는 확신을 주지 못했다”며 “(금리인하를) 더 확신하려면 이전 예상보다 시간이 더 걸릴 것 같다”고 설명했다.
또 지난 1분기 국내 실질 국내총생산 성장률이 1.3%를 기록하며 ‘깜짝 성장’을 한 점도 한은의 금리 인하 시점을 뒤로 미루는 요소가 되고 있다. 지난 한 해에 연간 1.4% 성장했는데, 1분기 만에 비슷한 수준으로 성장한 것이다. 한은은 경기침체 우려가 커졌을 때 금리를 낮춰 경기 회복을 도울 수 있다. 지금처럼 경기가 뒷받침된다면 물가에 더 집중하며 금리 동결을 유지할 여유가 생긴다.
아울러 한은은 수출과 수입 의존도가 상대적으로 높은 국내 상황으로 인해 환율 방어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 원달러 환율이 4월 16일 장중 1400원을 돌파했는데, 기준금리를 낮추면 원화 가치 불안정을 더 부추길 수 있다. 이로 인해 수입 물가가 높아져 국내 소비자물가에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다.
결국 한은의 향후 기준금리 결정은 현재까지도 불확실성에 놓였다고 볼 수 있다. 유럽 중앙은행들이 금리를 인하한다고 국내 시장이 같이 들썩일 이유가 없다는 설명이다. 미 연준의 금리 결정이 우선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대출이나 부동산 시장이 회복하고 있다고 말하기 어렵다”며 “기준금리의 연말 인하도 갈수록 확신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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