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걸 다 해” 얘기 들었던 지난 1년, 코레일유통을 변화시키다[이코노 인터뷰]
김영태 코레일유통 대표 인터뷰
지난해 역대 최대 실적…모빌리티 전환 강조
18억명 찾는 철도역사, ‘재밌는 공간’으로 탈바꿈 노력
[이코노미스트 김정훈 기자] 코레일유통은 국토교통부 산하 공공기관으로 한국철도공사의 자회사다. 지난 2004년 12월 설립됐지만 기본 모태는 1936년 설립된 철도강생회(1967년 홍익회로 개칭)다. 지난 2007년 현재의 사명으로 다시 태어났다.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코레일’(한국철도공사)은 익숙하지만 코레일유통은 낯설다. 이곳은 철도역사 내 편의점이나 자판기, 광고물 등을 관리하고 점포 임대 사업도 추진한다. 우리가 KTX(고속철도)를 타기 위해 잠시 머무는 철도역사 내 모든 유통 관련업을 관리한다고 이해하면 쉽다.
지난 몇 년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신음했던 코레일유통은 최근 날개를 펴는 분위기다. 여객 수요가 늘면서 실적은 자연스레 상승세를 탔다. 지난해에는 5992억원의 매출을 내며 역대 최대 실적을 냈다. 물론 코레일유통의 실적 상승은 단지 늘어난 여객 수요 때문만은 아니다. 지난해 3월 부임 후 모빌리티 서비스업을 지향하며 회사에 ‘변화의 씨앗’을 심은 김영태 코레일유통 대표이사의 공을 빼놓을 수 없다.
긍정적 경험 제공…모빌리티 서비스의 시작
Q.부임 1년이 지났다. 1년간의 소회를 밝히자면.
-철도역사가 달라졌다는 얘기를 많이 들었다. 또 “쟤네들(코레일유통) 별걸 다 하네”, 뭐 이런 얘기들을 많이 들어서 기분이 좋다. 부임 후에 ‘어떻게 하면 고객들이 철도역사를 재미있는 곳으로 인식할까’를 많이 고민했다. 서울역에 커다란 곰돌이(초대형 벨리곰)를 세우기도 하고, 부산역에서는 롯데자이언츠 야구단 출정식도 했다. 지난해 한국에서 열린 2023 세계스카우트잼버리 때 철도역사를 방문한 대원들한테 생수를 무상으로 나눠주기도 했다. 5월 어린이날에는 아이들에게 인기가 많은 ‘캐치티니핑’ 캐릭터 전시회도 열었다. 우리 역사를 찾는 모든 고객들이 좀 재밌어했으면 해서 뭐 이것저것 많이 한 것 같다.
Q.코레일유통이 ‘모빌리티 서비스’를 강조하는 이유는.
-모빌리티 혁명의 시대에서 철도가 중심이 되기 위해서는 철도 고유의 경쟁력인 안전·친환경·정시성 등만으로는 부족하다고 생각한다. 고객이 ‘이동’을 위해 모빌리티 서비스를 경험할 때는 집에서 나와 원하는 곳에 도착할 때까지 모든 순간을 총체적으로 경험하고 평가한다. 그러면 결국 고객의 시간과 공간을 어떻게 구성하느냐가 모빌리티 서비스 퀄리티(질)의 관건이 될 수 있다. 그래서 철도역사는 고객에게 먹거리·볼거리 등을 제공할 수 있어야 하고, 다른 모빌리티 서비스와의 연계를 통한 질 좋은 서비스 제공도 고민해야 한다. 이것이 우리가 할 일이라고 생각한다.
Q.철도역사는 코레일유통 모빌리티 서비스 혁명에 있어 매우 중요한 곳일 텐데.
-지난해 전국에 있는 모든 철도역사에 다녀간 고객 수가 약 18억명이다. 이분들 시선이 우리 역사 내부에 꽂힌다. 그래서 고객들에게 어떤 풍경을 보여줄지가 우리에게 매우 중요한 일이다. 특히 철도역사 방문객의 60%는 KTX 이용객이다. 현재 KTX 정시율은 무려 99.8%다. 열차 지연 등이 거의 일어나지 않는다는 얘기다. 정시율 수치가 높으면 고객들이 역사 내에 머무는 시간이 그만큼 적어질 수밖에 없다. 우리에게는 아쉬운 부분이다. 그래서 우리는 이런 분들이 철도역사를 방문했을 때 ‘역사 내 식당 밥이 생각보다 맛있네’, ‘고향 방문 선물을 미리 준비 못했는데 역사 내에서 꽤 살만한 상품들이 많잖아?’ 등의 인식을 심어주는 것이 목표다.
Q.철도역사가 고객에게 줄 수 있는 ‘긍정적인 경험은’ 또 어떤 것이 있을까.
-철도역사는 모빌리티 허브(Hub)가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철도역사는 하나의 거대한 플랫폼 아닌가. 그러면 우리가 이 플랫폼 안에서 고객과 어떤 것을 연결시켜 줄 수 있을까를 고민하면 된다. 지난해에는 카셰어링 업체인 ‘쏘카’랑 함께 여러 고객 서비스를 고민했고 현재도 구체적인 서비스화를 위해 테스트하고 있다. 또 토스가 특정 지역에서 애플리케이션(앱)을 작동하면 10원을 나눠주는 서비스가 있다. 이를 참고해 우리 철도역사 내 특정 매장 앞에서 토스앱을 켜면 20원을 주는 공동 마케팅을 진행했었다. 지금은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지 않지만 우리와 토스 모두에게 의미있는 시도였다고 생각한다.
Q.모빌리티 서비스 강화를 위한 다음 계획은.
-철도 모빌리티 서비스는 다른 모빌리티 서비스보다 지역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더 크다. 특히 우리나라는 국토균형발전과 지역소멸 완화를 위해서라도 모빌리티 서비스를 국가적으로 육성해야 한다. 이에 지난해 취임 이후 전북 무주군·강원 인제군·강릉시·부산광역시·강화도 등과 관련 프로젝트를 진행했고 앞으로도 전국 지차제들과 더 많은 협력을 통해 서비스를 확장해나갈 예정이다.
커뮤니케이션 전문가가 강조하는 ‘청취의 중요성’
김영태 대표는 기자 출신으로 언론사 퇴사 이후 하이트진로·한샘·쿠팡 등 굵직굵직한 기업에서 커뮤니케이션 업무를 역임했다. 또 윤석열 정부 대통령실 초대 국민소통관장도 맡았다. 커뮤니케이션의 기본은 소통이다. 그리고 소통을 위해서는 일단 들어야 한다는 것이 김 대표의 생각이다. 그래서 그는 청취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지난해 4월 취임 당시 김 대표는 스스로 ‘최고청취책임자’(CLO·Chief Listening Officer)라는 표현을 썼다.
Q.커뮤니케이션 분야에서 화려한 이력을 자랑한다.
-제가 어렸을 때 벤처 미디어 관련 기업을 두 번 창업했다가 모두 망했다. 그래서 ‘지금은 때가 아니구나, 나는 창업과 안 맞구나’하고 생각했다. 그런데 기업들을 잘 되게 도와주는 일은 적성에 맞았다. 오히려 그쪽에서 내 실력을 발휘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하이트진로 혁신 담당 임원으로 들어갔다. 당시 하이트진로는 ‘하이트’가 ‘진로’를 인수하는 변화의 시기였다. 한샘 커뮤니케이션 총괄을 맡았을 때는 한샘과 이케아가 치열한 홈퍼니싱 경쟁을 할 때였다. 쿠팡 커뮤니케이션 부사장 때는 쿠팡이 고속성장을 위한 발판을 마련하기 위해 미친 듯이 경쟁하던 시기였다. 쉽지 않은 시기에 커뮤니케이션 업무를 맡았지만 나름의 성과를 내온 것 같다.
Q.정치 커뮤니케이션에까지 영역을 넓혔다.
-정치 커뮤니케이션 쪽도 관심이 있었다. 그러다 대통령 선거 커뮤니케이션의 기회가 찾아왔다. 대통령 선거 커뮤니케이션은 어떻게 보면 커뮤니케이션 일의 끝판왕 아닌가.(웃음) 당시 윤석열 대통령의 정책과 관련한 현장 스피치 등을 관여했다. 내가 낸 의견이 꼭 받아들여지지도 않았고 많이 깨지기도 했지만 어떤 의견은 좋은 성과를 내기도 했다. 그리고 결과적으로 선거를 이기지 않았나.(웃음)
Q.청취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이유가 있다면.
-하이트진로에서 물류 담당 임원으로 일했을 때다. 2008년 화물연대가 파업을 하던 시기였다. 전국 술 배송이 마비가 됐다. 그때 청주에 위치한 소주공장 파업 현장을 찾았다. 당시 25톤(t) 탑차에 적재물을 싣는 공간에서 시위가 진행됐다. 나도 거기에 올라가서 앉았다.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 시위 노동자들의 얘기를 계속 들었다. 그분들은 자기 월급 명세서를 보여주기도 하고, 그동안의 고초를 늘어놨다. 그러다 저녁 때쯤 되니 나이가 지긋한 한 시위 관계자 분이 나에게 와서는 “파업 현장에 임원이 온 것도 처음이지만 너 같이 하루 종일 우리 얘기 다 들은 놈도 처음이야”라고 했다. 그러고 이후에 파업 문제는 일이 잘 풀렸다. 들으면 일단 문제의 절반은 해결된다. 커뮤니케이션, 그리고 혁신의 기본은 일단 듣는 데서 시작한다. 다들 소통하라고 하는데 소통은 누군가를 만나 ‘나의 말’을 하는 것이 아니라 우선 듣는 거다.
Q.청취 경영이 직원들에게 통했다고 보나.
-직원들 사이에서 ‘들어주는 최고경영자(CEO)’라는 이미지는 심어진 것 같다. 또 회사가 지금까지 안 해봤던 거를 할 수 있게 해주는 그런 분위기라는 것도 직원들 사이에서 인식이 됐다. 그래서 지난해 회사가 실적도 좋았고 직원들은 각 부서에서 안 했던 시도들을 많이 했고 여러 성과를 낸 것 같다. 제가 지난해 취임사 때도 강조했지만 뭐든지 일단 ‘실행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직원들이 하지 말아야 할 이유 10가지에 주저하지 말고, 해야 할 똘똘한 이유 한 가지를 믿고 도전했으면 좋겠다.
Q.임기 내에 이루고 싶은 부분이 있다면.
-코레일유통이 모빌리티 서비스 회사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그런 토대들을 더 구축해 놓고 싶다. 다만 공기업이다보니 예산이나 이런 부분에서 제약이 많다. 그래서 내가 할 수 있는 선에서 회사의 방향성은 만들어 놓자고 생각하고 있다. 그동안 여러 시도들을 통해 얻은 기업문화도 그런 방향성의 한 부분이다. 그리고 다음 분(사장)이 왔을 때도 그동안 구축해 놓은 기업문화를 자연스럽게 가져가게 하는 것이 목표다.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코레일’(한국철도공사)은 익숙하지만 코레일유통은 낯설다. 이곳은 철도역사 내 편의점이나 자판기, 광고물 등을 관리하고 점포 임대 사업도 추진한다. 우리가 KTX(고속철도)를 타기 위해 잠시 머무는 철도역사 내 모든 유통 관련업을 관리한다고 이해하면 쉽다.
지난 몇 년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신음했던 코레일유통은 최근 날개를 펴는 분위기다. 여객 수요가 늘면서 실적은 자연스레 상승세를 탔다. 지난해에는 5992억원의 매출을 내며 역대 최대 실적을 냈다. 물론 코레일유통의 실적 상승은 단지 늘어난 여객 수요 때문만은 아니다. 지난해 3월 부임 후 모빌리티 서비스업을 지향하며 회사에 ‘변화의 씨앗’을 심은 김영태 코레일유통 대표이사의 공을 빼놓을 수 없다.
긍정적 경험 제공…모빌리티 서비스의 시작
Q.부임 1년이 지났다. 1년간의 소회를 밝히자면.
-철도역사가 달라졌다는 얘기를 많이 들었다. 또 “쟤네들(코레일유통) 별걸 다 하네”, 뭐 이런 얘기들을 많이 들어서 기분이 좋다. 부임 후에 ‘어떻게 하면 고객들이 철도역사를 재미있는 곳으로 인식할까’를 많이 고민했다. 서울역에 커다란 곰돌이(초대형 벨리곰)를 세우기도 하고, 부산역에서는 롯데자이언츠 야구단 출정식도 했다. 지난해 한국에서 열린 2023 세계스카우트잼버리 때 철도역사를 방문한 대원들한테 생수를 무상으로 나눠주기도 했다. 5월 어린이날에는 아이들에게 인기가 많은 ‘캐치티니핑’ 캐릭터 전시회도 열었다. 우리 역사를 찾는 모든 고객들이 좀 재밌어했으면 해서 뭐 이것저것 많이 한 것 같다.
Q.코레일유통이 ‘모빌리티 서비스’를 강조하는 이유는.
-모빌리티 혁명의 시대에서 철도가 중심이 되기 위해서는 철도 고유의 경쟁력인 안전·친환경·정시성 등만으로는 부족하다고 생각한다. 고객이 ‘이동’을 위해 모빌리티 서비스를 경험할 때는 집에서 나와 원하는 곳에 도착할 때까지 모든 순간을 총체적으로 경험하고 평가한다. 그러면 결국 고객의 시간과 공간을 어떻게 구성하느냐가 모빌리티 서비스 퀄리티(질)의 관건이 될 수 있다. 그래서 철도역사는 고객에게 먹거리·볼거리 등을 제공할 수 있어야 하고, 다른 모빌리티 서비스와의 연계를 통한 질 좋은 서비스 제공도 고민해야 한다. 이것이 우리가 할 일이라고 생각한다.
Q.철도역사는 코레일유통 모빌리티 서비스 혁명에 있어 매우 중요한 곳일 텐데.
-지난해 전국에 있는 모든 철도역사에 다녀간 고객 수가 약 18억명이다. 이분들 시선이 우리 역사 내부에 꽂힌다. 그래서 고객들에게 어떤 풍경을 보여줄지가 우리에게 매우 중요한 일이다. 특히 철도역사 방문객의 60%는 KTX 이용객이다. 현재 KTX 정시율은 무려 99.8%다. 열차 지연 등이 거의 일어나지 않는다는 얘기다. 정시율 수치가 높으면 고객들이 역사 내에 머무는 시간이 그만큼 적어질 수밖에 없다. 우리에게는 아쉬운 부분이다. 그래서 우리는 이런 분들이 철도역사를 방문했을 때 ‘역사 내 식당 밥이 생각보다 맛있네’, ‘고향 방문 선물을 미리 준비 못했는데 역사 내에서 꽤 살만한 상품들이 많잖아?’ 등의 인식을 심어주는 것이 목표다.
Q.철도역사가 고객에게 줄 수 있는 ‘긍정적인 경험은’ 또 어떤 것이 있을까.
-철도역사는 모빌리티 허브(Hub)가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철도역사는 하나의 거대한 플랫폼 아닌가. 그러면 우리가 이 플랫폼 안에서 고객과 어떤 것을 연결시켜 줄 수 있을까를 고민하면 된다. 지난해에는 카셰어링 업체인 ‘쏘카’랑 함께 여러 고객 서비스를 고민했고 현재도 구체적인 서비스화를 위해 테스트하고 있다. 또 토스가 특정 지역에서 애플리케이션(앱)을 작동하면 10원을 나눠주는 서비스가 있다. 이를 참고해 우리 철도역사 내 특정 매장 앞에서 토스앱을 켜면 20원을 주는 공동 마케팅을 진행했었다. 지금은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지 않지만 우리와 토스 모두에게 의미있는 시도였다고 생각한다.
Q.모빌리티 서비스 강화를 위한 다음 계획은.
-철도 모빌리티 서비스는 다른 모빌리티 서비스보다 지역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더 크다. 특히 우리나라는 국토균형발전과 지역소멸 완화를 위해서라도 모빌리티 서비스를 국가적으로 육성해야 한다. 이에 지난해 취임 이후 전북 무주군·강원 인제군·강릉시·부산광역시·강화도 등과 관련 프로젝트를 진행했고 앞으로도 전국 지차제들과 더 많은 협력을 통해 서비스를 확장해나갈 예정이다.
커뮤니케이션 전문가가 강조하는 ‘청취의 중요성’
김영태 대표는 기자 출신으로 언론사 퇴사 이후 하이트진로·한샘·쿠팡 등 굵직굵직한 기업에서 커뮤니케이션 업무를 역임했다. 또 윤석열 정부 대통령실 초대 국민소통관장도 맡았다. 커뮤니케이션의 기본은 소통이다. 그리고 소통을 위해서는 일단 들어야 한다는 것이 김 대표의 생각이다. 그래서 그는 청취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지난해 4월 취임 당시 김 대표는 스스로 ‘최고청취책임자’(CLO·Chief Listening Officer)라는 표현을 썼다.
Q.커뮤니케이션 분야에서 화려한 이력을 자랑한다.
-제가 어렸을 때 벤처 미디어 관련 기업을 두 번 창업했다가 모두 망했다. 그래서 ‘지금은 때가 아니구나, 나는 창업과 안 맞구나’하고 생각했다. 그런데 기업들을 잘 되게 도와주는 일은 적성에 맞았다. 오히려 그쪽에서 내 실력을 발휘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하이트진로 혁신 담당 임원으로 들어갔다. 당시 하이트진로는 ‘하이트’가 ‘진로’를 인수하는 변화의 시기였다. 한샘 커뮤니케이션 총괄을 맡았을 때는 한샘과 이케아가 치열한 홈퍼니싱 경쟁을 할 때였다. 쿠팡 커뮤니케이션 부사장 때는 쿠팡이 고속성장을 위한 발판을 마련하기 위해 미친 듯이 경쟁하던 시기였다. 쉽지 않은 시기에 커뮤니케이션 업무를 맡았지만 나름의 성과를 내온 것 같다.
Q.정치 커뮤니케이션에까지 영역을 넓혔다.
-정치 커뮤니케이션 쪽도 관심이 있었다. 그러다 대통령 선거 커뮤니케이션의 기회가 찾아왔다. 대통령 선거 커뮤니케이션은 어떻게 보면 커뮤니케이션 일의 끝판왕 아닌가.(웃음) 당시 윤석열 대통령의 정책과 관련한 현장 스피치 등을 관여했다. 내가 낸 의견이 꼭 받아들여지지도 않았고 많이 깨지기도 했지만 어떤 의견은 좋은 성과를 내기도 했다. 그리고 결과적으로 선거를 이기지 않았나.(웃음)
Q.청취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이유가 있다면.
-하이트진로에서 물류 담당 임원으로 일했을 때다. 2008년 화물연대가 파업을 하던 시기였다. 전국 술 배송이 마비가 됐다. 그때 청주에 위치한 소주공장 파업 현장을 찾았다. 당시 25톤(t) 탑차에 적재물을 싣는 공간에서 시위가 진행됐다. 나도 거기에 올라가서 앉았다.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 시위 노동자들의 얘기를 계속 들었다. 그분들은 자기 월급 명세서를 보여주기도 하고, 그동안의 고초를 늘어놨다. 그러다 저녁 때쯤 되니 나이가 지긋한 한 시위 관계자 분이 나에게 와서는 “파업 현장에 임원이 온 것도 처음이지만 너 같이 하루 종일 우리 얘기 다 들은 놈도 처음이야”라고 했다. 그러고 이후에 파업 문제는 일이 잘 풀렸다. 들으면 일단 문제의 절반은 해결된다. 커뮤니케이션, 그리고 혁신의 기본은 일단 듣는 데서 시작한다. 다들 소통하라고 하는데 소통은 누군가를 만나 ‘나의 말’을 하는 것이 아니라 우선 듣는 거다.
Q.청취 경영이 직원들에게 통했다고 보나.
-직원들 사이에서 ‘들어주는 최고경영자(CEO)’라는 이미지는 심어진 것 같다. 또 회사가 지금까지 안 해봤던 거를 할 수 있게 해주는 그런 분위기라는 것도 직원들 사이에서 인식이 됐다. 그래서 지난해 회사가 실적도 좋았고 직원들은 각 부서에서 안 했던 시도들을 많이 했고 여러 성과를 낸 것 같다. 제가 지난해 취임사 때도 강조했지만 뭐든지 일단 ‘실행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직원들이 하지 말아야 할 이유 10가지에 주저하지 말고, 해야 할 똘똘한 이유 한 가지를 믿고 도전했으면 좋겠다.
Q.임기 내에 이루고 싶은 부분이 있다면.
-코레일유통이 모빌리티 서비스 회사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그런 토대들을 더 구축해 놓고 싶다. 다만 공기업이다보니 예산이나 이런 부분에서 제약이 많다. 그래서 내가 할 수 있는 선에서 회사의 방향성은 만들어 놓자고 생각하고 있다. 그동안 여러 시도들을 통해 얻은 기업문화도 그런 방향성의 한 부분이다. 그리고 다음 분(사장)이 왔을 때도 그동안 구축해 놓은 기업문화를 자연스럽게 가져가게 하는 것이 목표다.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많이 본 뉴스
1‘대세’된 미국 주식…토스증권 리서치센터장이 말한 최고 수혜주는
2강남역 뚫고 인천문학경기장 땅 만든 ‘발파왕’...광산에서 도심 발파까지
3"머스크가 공동 대통령?"…인사·정책 개입에 측근들 '짜증'
4트럼프의 ‘눈엣가시’ 中 조선...韓에 손내민 美
5트럼프 내각 입성하는 일론 머스크…한국 전기차 보조금 정책 영향 미칠까
6美 법무부·FBI, 트럼프 대선 승리에 보복성 형사기소 예상
76대 증권사 리서치센터에 물었다…증시 전망과 대응 전략은?
8'AI 긍정론자' 대표는 오늘도 일터가 즐겁다...창의력 높이는 사무실 고안
9‘트럼프 랠리’ 언제까지…국내 증시 박스피 벗어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