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쏟아지는 中 ‘저가 후판’ 공세…철강·조선업계 ‘희비교차’

올해 1월부터 4월까지 중국산 후판 421만톤 수입
선박 제조 핵심 자재 후판, 원가 비율 20% 이상 차지
후판 가격 협상 난항 원인으로 ‘중국산 후판’ 지목

현대제철 후판 제품.[사진 현대제철]
[이코노미스트 박세진 기자] 중국의 ‘저가 후판’ 공세에 국내 철강기업들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중국과의 가격 경쟁에서 밀려나는 동시에 조선업계와 후판 가격 협상에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5일 한국철강협회에 따르면 올해 1~4월 수입된 중국산 후판은 421만톤(t)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 수입 물량은 147만t이다. 1년 새 수입 물량이 약 300만t이 증가한 셈이다. 

후판은 두께 6㎜ 이상의 두꺼운 철판이다. ▲열간 압연 ▲가속 냉각 ▲열처리 과정 등을 거쳐 생산된다. 주로 사용되는 곳은 선박 건조, 풍력발전, 건설 등이다. 이 중 특히 후판을 많이 사용하는 업종은 조선 분야다. 업계는 지난 2022년 HD한국조선해양을 비롯한 국내 주요 조선 3사의 후판 사용량을 430만t으로 추정하고 있다.

후판은 통상 선박 1척당 원가 비율에서 20% 이상을 차지한다. 후판 가격이 국내 조선업계 원가 절감에 주요하게 작용하는 셈이다. 업계에서는 후판 값이 1t당 10만원 내려갈 경우 약 4000억원의 원가 절감 효과가 있다고 본다.

하나증권이 발표한 ‘5월 4주 철강 가격 동향’에 따르면 국내 후판 유통가는 약 100만원대로 집계됐다. 중국에서 수입하는 후판은 이보다 저렴한 80만원 후반대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약 10% 가까이 차이가 난다. 가격 경쟁력에서 중국이 우위를 점할 수 밖에 없는 이유다. 

미국이 중국산 철강에 대한 관세장벽을 높이면서 값싼 중국산 후판이 한국 시장으로 더욱 몰릴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는 지난 5월 14일(현지 시간) 중국산 철강에 대한 관세를 기존 7.5%에서 25%로 약 3배 이상 인상하겠다고 밝혔다. 높아진 관세율은 오는 8월 1일부터 적용된다.

한국 철강업계의 반사 이익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 2018년부터 대미 철강 수출에 쿼터(공급 물량 제한)를 적용 받고 있다. 수출 물량이 애당초 제한된 탓에 반사 이익을 누리기 어려운 구조다. 현재 한국의 대미 철강 수출 물량은 연 263만t 규모다.

이어지는 악재에 국내 철강 업계는 중국산 철강재에 대한 ‘반덤핑 제소’도 검토 중이다. 제소 대상엔 후판도 포함됐다. 최근 포스코, 현대제철, 동국제강 등 철강기업 7곳과 한국철강협회는 산업통상자원부와 ‘철강 수출입 현안 점검 회의’를 갖고 의견을 나누기도 했다.

반덤핑 제소는 ‘무역구제책’으로 통한다. 외국 수입 물품이 국내 시장 가격보다 현저히 낮은 가격으로 수입돼 국내 산업에 실질적인 피해를 끼칠 경우 추진할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제품 수입 증가로 국내 산업이 피해를 입고 있고, 2% 이상의 가격 덤핑이 있었다는 사실이 입증돼야 한다. 이를 위해 위해 철강업계는 구체적인 피해 사례를 조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경남 거제시 옥포조선소에서 작업자가 용접 작업을 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후판 가격’ 협상 두고 철강·조선업계 갈등 지속

밀려오는 중국산 후판은 국내 철강·조선업계 간 ‘후판 가격 협상’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끼친다. 양측 업계의 후판 가격 협상은 상·하반기 각 1회씩 이뤄진다. 지난해 하반기의 경우 연말까지 협상에 어려움을 겪었다. 올해도 마찬가지다. 가격을 둘러싸고 업계 간 합의점을 쉽사리 도출하지 못하고 있다. 

후판 가격 협상이 난항을 겪는 이유로 ‘중국산 후판’이 지목됐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현재 후판 가격 협상은 치열하게 진행 중이다. 철강업계가 제시하는 구체적인 협상 가격은 공개하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다만, 가격 인하가 어렵다는 입장은 모두 같다”며 “중국산 저가 후판 가격이 협상에 큰 영향을 주고 있다. 국내의 경우 원자재, 전기료, 인건비 영향 등의 요인으로 인해 가격이 인하가 어렵다. 상호 간 양보와 배려를 통해 협의가 필요한 과정이다”고 말했다.

앞서 철강업계는 지난해 후판의 가격을 기존 대비 5% 인하한 바 있다. 당시 합의 가격은 90만원 중반대다. 다만, 올해는 인하가 어렵다는 입장이다. 철강업계의 불황이 지속되는 가운데 더 이상 수익성 악화를 감내하며 양보하기 힘들다는 이유다.

조선업계도 마찬가지다. 국내 조선 3사(HD한국조선해양·삼성중공업·한화오션)는 이미 3년 치에 달하는 일감을 확보했을 정도로 많은 수주에 성공했다. 13년 만에 동반 흑자전환에 성공한 만큼, 수익성 강화를 위해 가격 경쟁력 있는 후판 선택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중국산 후판의 경쟁력은 가격에서 나온다. 물론 과거에는 중국산 후판에 대한 품질 문제로 가격이 저렴해도 기피하는 경향이 있었지만, 최근 들어 중국의 후판 기술력이 올라왔고 한국 후판이 가격 경쟁력 측면에서 밀리고 있다. 결국 대체제로 선택하는 것이 중국산 후판”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국내 조선 3사는 올해 1분기 동반 흑자에 달성했다. HD한국조선해양·삼성중공업·한화오션의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은 각각 1602억원, 779억원, 529억원이다. 조선 3사의 동반 흑자는 2011년 이후 13년 만이다. 

이에 반해 국내 최대 철강업체 포스코는 올 1분기 매출은 15조4420억원, 영업이익 3390억원이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6.9%, 영업이익은 17.3% 감소했다. 현대제철 매출과 영업이익도 각각 5조9478억원, 558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6.9%, 83.3% 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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