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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증권, SK와 완전한 이별 못하는 이유

SK 브랜드 사용 계약 연장…계열 분리 이후에도 의존도 여전히 높아
'실적 악화·부동산PF 부실‧신용등급 하락' 등 암초…자생력 제고 '난망'

서울 여의도에 위치한 SK증권 사옥 [사진 SK증권]

[이코노미스트 이승훈 기자] SK증권이 SK그룹으로부터 계열분리 한 이후에도 좀처럼 자생력을 갖추지 못하는 모습이다. 그간 SK그룹의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확보한 수익구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종료 예정이던 브랜드 사용 계약을 한 차례 연장하면서 SK그룹에 대한 의존도가 지나치다는 지적도 나온다.

SK증권은 2018년 7월 SK그룹의 지주회사 체제 전환에 따라, 사모펀드 J&W파트너스가 SK증권 지분 10%(3201만1720주)를 515억원에 인수하면서 SK그룹에서 분리됐다.  

계열분리 후 6년이 지났지만 SK증권은 여전히 ‘SK' 사명을 그대로 쓰며 후광효과를 누리고 있다. 당초 SK증권의 SK 브랜드 사용 계약은지난해 만료 예정이었다. 그러나 올해 1월부터 SK증권의 브랜드 사용 계약이 갱신되면서 계약기간도 2026년 12월 31일로 연장됐다.  

SK증권이 계열사 분리 이후에도 SK와 완전한 이별을 고하지 못하는 이유에는 SK그룹과의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한 수익구조가 여전히 견고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SK증권은 2020년 SK바이오팜, 2021년 SK바이오사이언스, SK아이이테크놀로지 등의 기업공개(IPO)인수단에 합류했다. 또 SK증권은 공모 회사채 시장에서 SK그룹 계열사들에 대한 주관 업무를 대거 도맡아 왔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일각에서는 SK증권이 SK그룹에 대한 의존도가 지나치게 크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높은 SK그룹 의존도 우려…수익성·신용등급 하락 '암초'

SK증권이 처한 현재 상황도 SK그룹에 대한 의존도를 높이는 요인으로 지적된다. SK증권은 최근 실적 악화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SK증권은 지난해 4분기 순손실 216억원에 이어 올해 1분기 순손실 130억원을 기록하며 2분기 연속 역성장했다. 위탁매매(투자중개) 부문을 제외한 자산관리(WM), 기업금융(IB) 등 주요 부문들의 실적이 대부분 악화된 것으로 풀이된다.  

여기에 최근 SK증권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징후 등으로 신용등급마저 하락하며 악재가 겹치고 있다.

나이스신용평가와 한국신용평가는 지난 7일 SK증권의 파생결합사채(ELB·DLB) 신용등급을 기존 ‘A/부정적’에서 ‘A-/안정적’으로 나란히 하향 조정했다. 후순위채에 대해선 ‘A-/부정적’에서 ‘BBB+/안정적’으로, 기업어음·단기사채는 ‘A2+’에서 ‘A’로 각각 내렸다. 

신용등급이 떨어진 요인에는 부동산금융 부실화로 건전성이 크게 악화한 영향이 크다. 나신평과 한신평에 따르면 1분기 SK증권의 요주의이하자산은 2411억원으로 2022년 12월(626억원) 대비 4배 가까이 불었다. 이 가운데 부동산금융 관련 금액이 2127억원으로 대부분을 차지했다. 3개월 이상 연체돼 회수하기 힘든 고정이하자산은 1년 3개월간 490억원에서 1006억원으로 급증했다. 

신승환 나신평 책임연구원은 “익스포저 내 중·후순위 비중이 높고 지역적 분포도 비수도권 비중이 60%로 질적 위험이 큰 수준인 상황에서 부동산 PF 사업의 환경 악화로 고위험 사업장을 중심으로 자산건전성이 크게 저하됐다”며 자본 적정성에 대해선 “사업 다각화를 위해 지분 투자와 투자은행(IB) 영업을 확대하는 과정에서 총위험액이 과거 대비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한신평은 “경쟁사가 적극적인 자본 확충을 통해 시장지배력과 재무 여력을 확대한 데 반해, SK증권은 이익 누적 규모가 작다”며 “자본 규모 기준 시장점유율은 지난 2019년 1.0%에서 작년 0.7%로 하락했다”고 분석했다.

여러 악재속에 SK증권의 높은 SK그룹 의존도는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SK증권이 증권사 인수·합병(M&A) 매물로 꾸준히 거론되고 있는 상황에서 SK그룹과의 완전한 분리는 기업 가치를 떨어트리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라며 "최근 수익성 하락 등 악재가 겹치고 있는 상황에서 SK증권이 SK 브랜드를 버리기는 한동안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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