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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덕서 구워냈더니 매출 100억…“서울 대표 베이글 되고파”[이코노 인터뷰]

[K베이글 열풍]②
천홍원 코끼리베이글 대표 인터뷰
2017년 1호점 오픈 이후 3호점까지 확장
“브랜드 차별화로 K베이글 알리고파”

천홍원 코끼리베이글 대표가 서울 성동구 성수동에 위치한 코끼리베이글 성수점에서 이코노미스트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 신인섭 기자]
[이코노미스트 이혜리 기자] 번화가도 아닌 인적 드문 골목길에 위치한 이곳. 마치 투박한 공장과도 같은 모습이다. 붉은색 벽돌로 꾸며진 건물 외관은 성수동 골목을 방문한 사람들의 시선을 단숨에 사로잡는다. 내부에는 커다란 화덕이 자리 잡고 있다. 안에 들어서면 고소한 베이글 냄새가 진동한다. 매장 밖은 대기 줄이 길게 이어질 정도로 큰 인기인 이곳. 빵을 좋아한다면 모를 리 없는 베이글 전문점 ‘코끼리베이글’ 이야기다.

코끼리베이글은 지난 2017년 서울시 영등포구 양평동에 1호점을 열었다. 인기에 힘입어 현재 용산점·성수점까지 총 3개의 직영 매장을 확장했다. 젊은 층 뿐만 아니라 30·40세대까지 오로지 베이글 맛 하나로 고객들을 사로잡아 지금까지 인기가 이어지고 있다.

화덕서 구워낸 K-베이글

코끼리베이글의 시작과 끝에는 천홍원 대표가 있다. 천 대표는 과거 베이커리 카페에서 일을 한 경험을 토대로 베이글 창업에 나선 케이스다. 2010년대 당시에만 해도 단일 아이템만을 판매하는 카페는 드물었다. 그는 매장 운영·관리·생산 등 일을 통해 우리나라 소비자들이 전문적인 제품을 더 선호한다고 판단, 새로운 식감과 맛의 베이글을 만들어 나갔다.

“한국 소비자들이 어떤 종류의 빵을 좋아하는지 베이커리 카페에서 일을 하다 보니 눈에 보이더라고요. 너무 달지도 않고, 딱딱하지 않으면서 편하게 사 먹을 수 있는 빵 종류에 대해 고민하다가 베이글을 떠올렸죠. 전통 뉴욕식 베이글은 한국 사람들이 먹기에 좀 뻑뻑한 느낌이 있어서 더 부드럽고 쫀득하게 바꿔봤어요. 또 베이글에 발라먹는 스프레드는 최대한 지양하고 베이글 자체의 맛을 내는 데 중점을 뒀어요.”
천홍원 코끼리베이글 대표가 서울 성동구 성수동에 위치한 코끼리베이글 성수점에서 이코노미스트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 신인섭 기자]

화덕에서 갓 구워져 나온 코끼리베이글.[사진 코끼리베이글 SNS 캡처]
코끼리베이글의 가장 큰 차별점이자 경쟁력은 ‘화덕’에서 빵을 구워내는 것이다. 일반 오븐이 아닌 참나무로 불을 지핀 화덕에 베이글을 구워내 불맛을 살려냈다. 아무도 알려주는 사람이 없었기에 천 대표는 무작정 이탈리아 수입 화덕부터 구매했다. 설치하고 굽는 방법을 제대로 알기까지 2년의 세월이 소요됐다. 천 대표는 화덕 베이글을 ‘자부심’이라고도 표현했다.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다른 곳에 없는 베이글을 팔아야 하는데 어떻게 차별화를 줘야 할지 고민이었죠. 단순히 재료를 바꾸는 것만으로는 차별화가 어려웠어요. 그러다 캐나다 몬트리올에서는 베이글을 화덕에 굽는다는 사실을 알게됐죠. 거기에서 착안해 한국 사람들이 좋아할 만한 식감과 맛 그리고 굽는 방법이 합쳐져서 K-베이글이 탄생했습니다.”

코끼리베이글의 특별한 점은 또 있다. 보통 유행하는 식품 아이템이 있으면 백화점이나 쇼핑몰에 입점하기 마련인데, 8년 동안 직영점만 운영했다. 고유한 맛을 지키기 위해 직접 매장을 운영·유지하고, 맛에 집중하기 위한 결정이었다. 빠르게 피고 지는 브랜드가 아닌 항상 그 자리에 있는 브랜드가 되고 싶은 게 천 대표의 지향점이다. 

“입점 제안은 정말 많이 받았어요. 몇백 억대의 투자 제의도 받았죠. 그럼에도 입점 제안을 모두 고사한 이유는 천천히 우리만의 베이글을 만들고 싶어서죠. 또 화덕에서 굽기 때문에 제품 자체를 대량으로 만들기 어려웠던 점도 있고요. 맛에 집중하기 위해 매장 수도 급격하게 늘리지 않으려고 해요. 너무 빠르게 소모되는 브랜드가 되고 싶진 않았어요.”
‘오조’ 작가가 그린 핑크 코끼리 그림 옆에 선 천홍원 대표. [사진 신인섭 기자]
코끼리베이글 외에도 ‘런던베이글뮤지엄’ 등 베이글 전문점들이 늘면서 ‘베이글 열풍’을 이끌고 있다. 베이글 가게마다 오픈런은 기본이고 몇 시간씩 대기는 기본인 상황이다. 어떻게 보면 시장이 포화·과열됐다고도 볼 수 있지만 천 대표는 아직 과도기 상태에 놓여있다고 봤다.

“베이글 전문점 수는 여전히 적다고 생각해요. 베이글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이 확대돼서 시장 자체가 더 커져도 괜찮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냥 베이글을 한번 먹어보고 끝나는 게 아닌 진짜 베이글을 좋아하게 된 고객들도 많아요. 1~2년 사이에 단순히 일어난 일이 아니잖아요. 그래서 베이글 인기는 더 오래가지 않을까 싶어요. 하지만 베이글 전문점들도 그 과정에서 정리되고 재편되겠죠.”

코끼리베이글의 매출은 약 100억원이다. 천 대표는 매출을 무리하게 늘릴 생각이 없다. 오랫동안 사랑받는 베이글 브랜드로 성장하기 위해 느리지만 신중한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는 것이 그의 얘기다. 천 대표가 생각하는 코끼리베이글의 앞으로 10년·20년 후의 모습은 어떨까.

“돈을 좇기보다는 코끼리베이글이란 브랜드를 제대로 성장시키고 싶은 마음이 크죠. 지금 수익의 100% 재투자하고 있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입니다. 올 가을엔 4호점을 오픈하고 내년엔 세컨드 브랜드 론칭 계획도 있습니다. 베이글을 단순히 판매하는 게 아닌 문화와 결합한 브랜드로 성장시키고 싶어요. 고객들에게 저희가 정말 정성을 다해 진심으로 베이글을 만들고 있다 것을 보여주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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