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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저가’ 中 쉬인, 한국 상륙…패션업계 흔드는 ‘메기’ 될까

알리·테무 이어 상륙한 쉬인, 한국 마케팅 강화 예고
초저가 옷부터 가전·가구도 판매
패션업계 “움직임 예의주시…타격 크지 않을 것”

초저가 의류를 전문으로 판매하는 온라인 플랫폼 ‘쉬인’이 본격적인 한국 진출을 예고했다. [사진 쉬인 홈페이지 화면 캡처]
[이코노미스트 이혜리 기자] 중국 이커머스 플랫폼의 연이은 국내 진출 공세에 국내 유통업계가 바짝 긴장하고 있다. 이번엔 초저가 의류를 전문으로 판매하는 온라인 플랫폼 ‘쉬인’이 본격적인 한국 진출을 예고하며 국내 패션업계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한 장에 1만원도 안 되는 반팔, 2만원도 안 되는 원피스 등 초저가가 쉬인의 무기다. 알리익스프레스·테무에 이어 가장 마지막으로 국내로 들어오는 쉬인이 시장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지 업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쉬인은 지난 20일 본격적으로 한국 시장에 진출한다고 밝혔다. 쉬인은 앞서 2022년 12월 한국 법인을 설립하고 지난 4월 말 한국 공식 홈페이지를 개설하며 국내 시장 진출을 시작했다. 쉬인은 서브 브랜드인 ‘데이지’의 첫 글로벌 앰버서더로 배우 김유정을 발탁해 한국 시장을 공략하고 나섰다. 

전 세계 월간 이용자 수만 3억명에 달하는 쉬인은 지난해 미국과 유럽 등 150개 나라에서 매출 62조원을 기록할 정도로 급성장하고 있다. 지난해 순이익은 20억 달러(2조7000억원)로 이미 세계적인 패스트패션 브랜드 자라와 H&M을 추월한 상황이다.

쉬인이 급성장한 배경에는 ‘초저가’가 있다. 유행하는 스타일의 옷을 빠르게 만들어 값싸게 판매하는 전략이 통한 것이다. 5000원대 티셔츠와 1만원대 청바지 등 초저가 제품을 앞세워 인기몰이 중으로 옷이나 액세서리 외에도 가구, 전자기기 등을 판매 중이다. 

배송경쟁력은 다소 아쉽다. 쉬인의 배송은 중국에서부터 시작된다. 소비자가 옷을 주문하면 중국 공장에서 생산된 의류를 배송한다. 배송기간은 무료 배송을 선택하면 10~14일, 3000원을 지불하고 특급배송을 선택할 시 5~7일 소요된다. 

김유정 데이지 화보 이미지. [사진 쉬인]

가격경쟁력을 앞세운 쉬인은 국내 시장에서 서서히 영향력을 키워가고 있다. 앱 분석 플랫폼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지난달 쉬인의 월간활성사용자(MAU)는 66만명이었다. 무신사(524만명), 에이블리(489만명), 지그재그(294만명)에 비해 사용자가 월등히 낮지만 카카오스타일이 운영하는 포스티(63만명), 국내 토종 앱 브랜디(48만명) 등은 이미 제쳤다. 쉬인의 신규 앱 설치 건수도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쉬인이 한국 소비자를 늘리기 위해 공격적으로 마케팅을 강화하자 국내 패션업계도 바짝 긴장하는 분위기다. 그러면서도 아직은 쉬인의 행보가 큰 위협이 되지는 않는단 입장이다. 빠른 배송이나 반품, 콘텐츠적인 면에서 아직 중국 이커머스에 비해 자사 경쟁력이 우수하다고 판단해서다. 

한 패션플랫폼 업계 관계자는 “당장에 타격은 없을 것”이라며 “쉬인에서 판매하는 옷들의 가격대가 초저가이다보니 고객층도 10대 소비자들이 주를 이룰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간 쌓아온 고객 데이터가 있고, 이를 활용해 소비자 취향을 잘 파악할 수 있다”며 “국내 패션플랫폼만이 내세울 수 있는 퀵 배송, AI 추천 등의 서비스를 통해 더 잘하는 분야를 강화하려고 한다”고 덧붙였다. 

다만 동대문에서 옷을 사입해 판매하는 개인 쇼핑몰은 큰 타격을 입을 전망이다. 해당 쇼핑몰들은 중국 공장에서 생산된 옷을 동대문에서 사입해 판매하는 경우가 많은데, 가격 면에서 쉬인이 압도적인 경쟁력을 갖기 때문이다. 

다른 패션업계 관계자는 “쉬인과 가격대가 비슷한, 오픈마켓이나 패션 플랫폼에 입점해 의류를 위탁 판매하는 중소 사업자들은 가격 경쟁력에 밀려 매출에 타격이 올 수 있다”고 내다봤다.

다만 쉬인의 사업 확장 가능성은 국내 패션업계의 가장 큰 위협 요소로 꼽힌다. 초저가 의류를 유통하는 것으로 시작해 패션 전반을 다루는 플랫폼으로 성장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실제 쉬인은 국내 패션업체와 접촉한 것으로 전해진다. 앞서 알리익스프레스가 국내에 들어온 이후 CJ제일제당, 동원, 삼양식품 등 국내 대기업 상품을 입점하며 소비자의 대거 유입을 꾀하기도 했다. 패션업계 관계자는 “쉬인이 플랫폼으로서 역할을 강화하기 위해 국내 패션업체와 접촉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쉬인이 다른 나라에 진출해 어떤 결과를 낳았는지를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국이 이미 ‘알테쉬’에 이어 ‘틱톡샵’ 등을 통해 세계시장에서 독보적인 유통채널로 변모했다는 점을 짚었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중국이 전 세계 직구 시장에서 강세를 보이면서 생산과 유통을 다 담당하는 새로운 중국으로 거듭났다”며 “쉬인은 이미 전 세계에서 파급력이 입증됐기 때문에 초저가 부문에서 국내에 새로운 패션 시장이 형성되면 한국 패션 산업에 엄청난 메기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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