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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중앙은행 ‘금 사재기’에도…한국은행은 ‘신중론’

[금 나와라 뚝딱]③ 
중국·폴란드 등 금 매입…금값도 ‘쑥’
한은 “美 달러화 유동성 유지가 바람직”
전문가 “외환보유액 내 금 비중 2%까지 높여야”

서울 종로구 한국금거래소에 골드바 상품 모습. [사진 연합뉴스]
[이코노미스트 김윤주 기자] 각국 중앙은행이 ‘안전자산’인 금(金) 보유 비중을 늘리고 있는 가운데, 한국은행의 금 보유량은 10년간 단 1g도 늘지 않고 있다. 한국은행은 금 보유 확대에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며, 현 시점에선 미 달러화 유동성을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입장이다.

금값 ‘쑥’ 각국 중앙은행도 사들여
세계금협회(WGC)에 따르면 금값은 지난 6월 25일 온스당 2325.05달러를 기록했다. 금값은 1년 만에 21.2% 가량 올랐다. 이 같은 금값 상승세는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등 은행부문 불확실성에 따라 안전자산인 금 수요가 커졌기 때문이다.

또한 전 세계 중앙은행의 ‘금 사재기’ 또한 금값 상승세에 한 몫 했다. 각국 중앙은행은 지난해 총 금 1037.4톤(t)을 사들였다. 2022년 역대 최대 규모인 1081.9t을 매입한 데 이어 2년 연속 1000t 이상 매입한 것이다. 

특히 중국 등 일부 중앙은행의 금 매입이 눈에 띄었다. 지난해 말 기준 중국의 금 보유량은 2226.4t으로 세계 6위 수준이다. 중국은 지난해 한 해 동안에만 215.9t의 금을 추가로 사들였다. 또한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와 국경을 맞댄 폴란드는 지난해 금 130.0t을 매입해 순위가 직전 23위에서 15위로 뛰어올랐다. 폴란드는 작년 말 기준 금 358.6t을 보유하고 있다.

이처럼 중앙은행들이 금을 매입하는 이유는 미국 달러화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고 투자다변화를 위한 목적이 크다. 특히 러·우 전쟁 등 지정학적 리스크가 일부 국가들의 금 매입을 촉발한 것으로 보인다. 

각국 중앙은행은 추가적인 금 매입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WGC는 전 세계 중앙은행 70곳을 대상으로 실시한 연례 설문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이들 국가의 29%는 내년까지 자체 금 보유량을 늘릴 계획이라고 밝혔다. 해당 조사가 시작된 이래 가장 높은 수준이다.

특히 선진국 중앙은행 가운데 57%는 향후 5년 내로 금 비중이 확대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는 지난해 조사 당시 38%에 그쳤던 것과 비교하면, 크게 오른 수치다. 반면 달러 비중 감소를 전망한 선진국 중앙은행 비율은 1년 새 46%에서 56%로 늘었다. 


한국은행, 금 보유량 10년간 ‘제자리’
한국은행의 지난해 말 기준 금 보유량은 104.4t이다. 이는 2013년 말 기준 보유량과 동일한 수준이다. 한국은행은 2013년 당시 20t의 금을 사들인 뒤 10년 동안 금 매입에 나서지 않았다. 

한국은행의 금 보유량은 2013년 세계금위원회 127개 국가 중 32위에 해당했지만, 현재는 38위로 떨어졌다. 한국은행이 금 매입을 하지 않는 동안 다른 국가들의 중앙은행이 매입에 나서면서 순위가 떨어진 것으로 풀이된다. 

한국은행의 전체 외환보유액에서 금이 차지하는 비율 또한 미미하다. 지난해 말 장부가 기준 금 비중은 1.1%에 불과하다. 이에 일각에선 한국은행이 금 보유량을 늘려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김영익 서강대 경제대학원 교수는 “미국 달러 지수와 금값은 역의 상관관계가 있다”면서 “장기추이를 보면 달러 지수가 떨어질 것이고, 이에 금 보유액을 늘려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김 교수는 “한국은행 외환보유액 중 금 비중이 1%대인데, 지난 5월 세계 중앙은행의 평균 금 보유 비중은 12.3%”라며 “해당 수준까진 아니더라도 금 비중을 2%까진 높여야 한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다만 한국은행은 외환보유액 중 금 보유 확대에 대해선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한은 관계자는 “금은 기타통화들과는 달리 시장전망을 반영해 적극적으로 비중을 조정할 수 있는 운용자산이 아니다”라며 “유동성이 상대적으로 여타통화들 대비 낮은 데다, 만일 시장전망이 바뀌어 매도할 경우 금은 최후수단이라는 인식이 있어 시장에 예상치 못한 시그널을 줄 가능성이 있다”고 평가했다.

또한 한국은행은 금 보유 확대보단 미 달러화 유동성을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했다. 한은 관계자는 “글로벌 경기침체 가능성, 지정학적 리스크 등이 잠재돼 있는 상황에서 금보유 확대보단 미 달러화 유동성을 충분히 공급할 수 있는 것이 나은 선택”이라며 “특히 2018년 이후 금 가격이 미 정부채 투자성과와 상당수준 커플링(동조화)되고 있어, 달러화 유동성으로 보유하고 있는 미 국채를 매도하고 금을 매수할 필요성이 크지 않다”고 설명했다.

금 가격이 전고점에 근접한 상황에서 향후 상승 여력이 불확실한 점도 고려할 요소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글로벌 경기에 따라 미 달러화 강세가 언제든 나타날 수 있고, 금보유 기회비용인 실질금리가 플러스(+)로 돌아선 점도 가격상승 제약요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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