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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양가 부활 이끈 며느리...‘불닭 창시자’ 김정수 부회장의 결단

[‘불닭’ 날다]③
1998년 회사 입사 후 불닭볶음면 개발
남다른 ‘도전정신’ 제2의 전성기 이끌어

김정수 삼양식품 부회장. [사진 삼양식품]
[이코노미스트 이지완 기자] “지난해 이룬 실적이 미래를 담보하지 않는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언제나처럼 현재에 안주하기보다 미래를 겨냥한 핵심 가치에 집중해야 한다.”

김정수 삼양식품 대표이사 부회장(삼양라운드스퀘어 대표이사)는 ‘라면종가’ 삼양식품에 제2의 전성기를 안긴 인물이다. 가짜뉴스로 밝혀졌지만 1989년 논란이 됐던 공업용 소기름(인체에 유해한 공업용 소기름을 라면 생산에 썼다는 의혹) 사태와 1998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등을 거치며 부도 위기에 몰렸던 삼양식품에 ‘불닭볶음면’이라는 새로운 심장을 달아줬다. 벼랑 끝에서 살아난 삼양식품은 어느덧 글로벌 코리안 푸드(K-푸드) 열풍의 중심에 우뚝 섰다. 새로운 것에 과감히 도전하는 김 부회장의 ‘결단’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일이다.

‘존폐 위기’ 삼양 되살린 불닭

전 세계에 K-푸드 열풍이 불고 있다. 북미·유럽·아시아 등 세계 전역에서 한국 제품이 주목받는다. 그 중심에는 삼양식품의 불닭볶음면이 자리한다. 극한의 매운맛을 품은 이 제품은 모디슈머(수정+소비의 합성어, 자신만의 방식으로 재창조하는 소비자) 레시피가 유행처럼 번지며 인기를 끌고 있다.

불닭볶음면의 창시자는 김 부회장으로 알려져 있다. 2011년 초 딸과 함께 명동 매운 음식점을 방문한 그는 손님들이 “스트레스가 풀린다”며 맛있게 먹는 모습에서 아이디어를 떠올렸다. 라면에 강렬한 매운맛을 적용할 수 있겠다고 생각한 것이다.

김 부회장은 곧바로 움직였다. 마케팅 부서, 연구소 직원들과 전국의 유명한 불닭·불곱창·닭발 맛집을 직접 탐방하며 시식했다. 세계 여러 국가의 다양한 고추(청양고추·하바네로고추·베트남고추·졸로키아 등)를 연구하며 한국식 ‘맛있게 매운 소스’ 개발에 몰두했다. 김 부회장이 연구개발(R&D)에 쏟은 시간은 약 1년이다. 이 기간 매운 소스 2톤, 닭 1200마리가 소모됐다. 그렇게 2012년 4월 불닭볶음면이 세상에 나왔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불닭볶음면은 출시 1년 만에 월 30억원대 매출을 기록했다.

불닭볶음면이 국내 라면 시장에 안착했지만 김 부회장은 멈추지 않았다. 제품에 대한 다양한 소비자 요구가 있다는 것을 파악했기 때문이다. 김 부회장은 소비자들의 매운맛을 완화하기 위해 다양한 레시피를 선보였다. 치즈불닭볶음면·불닭볶음탕면·커리불닭볶음면·핵불닭볶음면·까르보불닭볶음면 등으로 제품도 확장했다. 김 부회장은 해외로 눈을 돌리며 수출길도 확보했다. 이런 판단은 옳았다. 한때 부도 위기에 몰렸던 삼양식품은 연매출 1조원을 넘어 2조원을 바라보는 기업으로 탈바꿈했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불닭볶음면의 경우 후속 제품들도 연달아 흥행하면서 ‘불닭’이라는 브랜드가 라면 시장에서 확고한 입지를 구축하게 됐다”면서 “이런 사례는 국내 식품업계의 전무후무한 사례로 평가받는다”고 설명했다.

불닭볶음면의 시작은 우연히 찾아온 아이디어에서 출발했다. 하지만 이를 순전히 운이라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 김 부회장은 1998년 회사에 입사해 섬세한 미각과 디자인, 마케팅 능력 등을 높게 평가받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삼양식품 입사 전까지는 삼양식품가(家)의 며느리이자 가정주부였다. 하지만 이전부터 경영 자질에 대해 인정받았던 것으로 보인다. 김 부회장은 입사 전부터 시아버지인 고(故) 전중윤 전 명예회장과 사업 관련 문제로 자주 대화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멈추지 않는 ‘도전’ 제2의 불닭 꿈꾼다

삼양식품의 불닭볶음면 개발 일화에서 알 수 있듯 김 부회장은 주어진 환경에서 새로운 것을 창출할 수 있는 ‘실행력’과 ‘도전정신’을 갖춘 인물이다. 즉, 현재에 안주하지 않고 또 다른 미래를 계속해서 준비해 나간다는 것이다.

김 부회장의 이런 정신은 지난해 7월 단행한 그룹명 변경(삼양식품그룹→삼양라운드스퀘어)과 상징 이미지(CI) 교체 등에서도 엿볼 수 있다. 새로운 그룹명은 ‘사람을 풍족하게 만든다’는 기업 철학인 ‘삼양’(三養)에 사람들을 연결하는 음식을 뜻하는 ‘라운드’, 혁신으로 삶을 개선하는 과학을 의미하는 ‘스퀘어’를 조합한 것이다. 음식과 과학기술을 융합해 보다 넓은 식품 영역을 개척하겠다는 의지가 담겼다.

이에 발맞춰 삼양식품은 새로운 미래를 위한 구상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김 부회장은 지난해 9월 열린 비전 선포식에서 미래 성장동력으로 ‘푸드케어’를 꼽으며 “급변하는 대외환경 속에서 가까운 미래가 불확실할수록 더 멀리 보는 시각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삼양식품은 핵심 연구개발(R&D) 시설인 삼양스퀘어랩(옛 삼양중앙연구소)를 통해 ▲식물성 단백질(대체육 등) ▲맞춤형 식품 개발 ▲신약 개발 등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지난해 비전 선포식 이후 본격화한 신사업 개발의 첫 결과물은 대체육이 될 전망이다. 이르면 올해 하반기 시제품이 공개될 것으로 예상된다.

삼양식품 관계자는 “기존에 없었던 조직을 새롭게 정비해 나가고 있는 상황”이라며 “푸드케어 관련 인력들을 지속적으로 채용해 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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