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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이국환 대표 사임 직전, 배민 독일 본사 ‘배달 수수료 인상’ 요구

DH “경쟁사만큼 인상” 이국환 “지금 어렵다”…요금제 개편 ‘초읽기’
“점주 수수료 인상 막아온 CEO 교체…배민 수익화 전략 확대 전망”
규제 강화·상생 훼손 우려한 듯…쿠팡 진격에 명분 잃은 방어 논리

이국환 전 우아한형제들 대표가 지난 3월 전사 발표에서 ‘지속가능을 위한 배민다운 약속’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 우아한형제들]

[이코노미스트 정두용 기자] 이국환 우아한형제들 대표이사가 사임을 발표하기 직전, 모기업인 독일 딜리버리히어로(DH)가 플랫폼을 이용하는 자영업자를 대상으로 한 ‘수수료 인상’을 요구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 전 대표는 인상 지침에 ‘현재 시점 도입은 불가’ 의사를 DH 측에 전했고, 이에 갑작스러운 사임이 이뤄졌다는 해석이 회사 안팎에서 나오고 있다. 우아한형제들은 국내 1위 배달 앱 ‘배달의민족’(이하 배민)을 운영하는 곳이다.

9일 본지가 복수의 업계 관계자를 취재한 내용을 종합하면 DH는 최근 우아한형제들에 “경쟁업체만큼 배민의 배달 중개수수료를 올려야 한다”고 요구했다. 우아한형제들은 직접 배달을 중개하고 가게로부터 음식값의 6.8%를 수수료로 받고 있다. 같은 형태의 서비스에 경쟁 플랫폼인 쿠팡이츠가 부과하는 수수료는 9.8%다. 요기요는 12.5%를 받고 있다. 부가세는 모두 별도다.

이를 고려하면 DH가 우아한형제들에 사실상 배민 배달 중개수수료를 현행보다 최소 3%포인트(P) 올리라고 요구한 셈이다.

회사는 가게에 부과하는 배달 중개수수료 인상을 이르면 이달 중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이 전 대표를 비롯한 회사 주요 경영진은 해당 인상안에 꾸준히 “지금은 어렵다”는 입장을 DH 측에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 대표가 사임하면서 DH 측 요구를 조율할 동력이 현재는 상당히 떨어진 상태라는 말도 들린다.

이 사안에 정통한 관계자는 “DH 측에서 요금제를 개편해 수익성을 끌어올리라는 요구를 배민 쪽에 보낸 건 사실 꽤 오래전부터 지속됐다"며 "이 대표를 필두로 경영진이 철회를 요청하며 도입 시기를 늦춰온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최근 쿠팡이츠가 ‘무료 배달’을 앞세워 시장 점유율을 높이면서 배민 입지가 줄어들었고, 이에 모회사의 요구 사항을 거절할 명분도 떨어졌다"며 "이 과정에서 이 전 대표가 고심이 깊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회사 관계자도 “이 전 대표의 사임 후 ‘모회사와의 불화설’이 흘러나왔는데, 주요 정책에 대한 의견 차이가 있었던 것은 맞다”며 “DH 측에서 우아한형제들에 수익성 강화 방안 마련을 요구하고 있는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갑작스러운 사임…수수료 인상 ‘초읽기’


우아한형제들은 지난 2일 보도자료를 내고 이국환 전 대표의 사임을 알렸다. 피터얀 반데피트 사내이사가 현재 임시 대표를 맡고 있다. 차기 대표는 오는 8월 주주총회를 통해 선임될 예정이다.

이 전 대표는 2017년 합류해 김봉진 우아한형제들 창업자가 대표직을 내려놓은 뒤인 2023년 3월 최고경영자(CEO)에 공식 취임했다.  이 전 대표는 회사에 합류한 후 배민1·B마트·배민스토어 등 다양한 신사업을 만들고 이를 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시키는 성과를 냈다.

특히 이 전 대표가 경영을 이끈 지난해 회사의 실적은 고공 성장했다. 2023년 우아한형제들의 연간 매출은 전년 대비 16% 증가한 3조4155억원을 기록했다. 이 기간 연간 영업이익 역시 전년 대비 65% 상승한 6998억원을 써냈다. 이에 따라 DH 측은 지난해 배당금으로 4127억원을 챙겼다. 무려 81.5%에 달하는 배당 성향은 연간 적자에서 4241억원 영업이익을 내며 흑자로 돌아선 2022년 실적을 기준으로 책정됐다. 비슷한 시기 우아한형제들은 딜리버리히어로의 사우디아라비아 자회사 헝거스테이션에 약 4000억원을 대여해주기도 했다.

DH는 지난 2020년 약 4조7500억원을 투자해 우아한형제들을 인수했다. 보유한 지분은 99.1%다. 당시 독일 모회사에 막대한 자금이 흘러가면서 업계에서는 “우아한형제들이 재투자를 통한 성장 동력 마련에 난항을 겪을 것”이란 우려가 나오기도 했다.

이 전 대표 경영 아래 모회사가 막대한 이익을 거뒀음에도 사임 소식이 나와 업계에서는 그 배경을 두고 다양한 추측과 해석이 나오고 있다. 회사 측은 다만 수수료 인상·본사 불화설 등과 관련해 “이 전 대표가 직접 밝힌 ‘일신상의 사유’ 외에는 전할 내용이 없다”고 했다.

우아한형제들 배달의민족 주요 서비스 상품 설명 자료. [사진 우아한형제들 홈페이지 캡처]

우아한형제들은 현재 배민에 입주한 업주들을 대상으로 크게 세 가지 종류의 서비스를 제공하며 수익을 창출하고 있다. ▲소비자에는 배민배달(한집·알뜰 배달)로 노출되는 ‘배민1플러스’ ▲소비자에는 가게배달로 표기되는 ‘울트라콜’ ▲카테고리 상단 등에 가게를 광고할 수 있는 ‘오픈리스트’ 등을 상품으로 판매 중이다.

가게배달을 이용하는 업주는 울트라콜이나 오픈리스트 상품에 가입해 배민의 중개 서비스를 이용하는 구조다. 울트라콜의 경우 업주가 설정한 위치(깃발)를 중심으로 특정 반경에서 접속하는 사용자들에게 가게를 노출해 주는 상품으로, 월 이용료는 8만원이다. 다만 배달은 가게가 직접 수행하거나 대행사를 통해야 한다. 고객이 부담하는 배달팁도 가게가 설정할 수 있다.

오픈리스트의 경우 플랫폼 내 가게 노출에는 이용료가 부과되지 않는다. 다만 주문이 들어오면 음식값의 6.8%를 중개수수료로 내야 한다. 배달도 대행사를 통하거나 직접 수행하는 구조다.

배민1플러스는 우아한형제들이 주문·배달을 직접 중개해 주는 서비스다. 단건으로 배달하는 ‘한집배달’과 묶음으로 전달하는 ‘알뜰배달’로 나뉜다. 가게 입장에선 주문부터 배달까지 우아한형제들이 서비스를 제공하는 구조라 편리하다. 다만 음식값의 6.8%를 중개수수료로 내야하고 2500원에서 3300원 사이의 배달비도 추가로 부담하는 구조다. 배달팁 역시 우아한형제들이 고객의 주문 환경을 분석해 자동으로 적용한다.

DH 측에서 수수료 인상을 요구한 지점은 우아한형제들의 주된 수익원인 배민1플러스 요금제로 알려졌다. 업계 최저 수준인 현행 6.8%의 수수료를 경쟁 플랫폼만큼 올려 수익성을 끌어올리겠다는 취지다. 쿠팡이츠 등 경쟁 플랫폼의 시장 점유율 상승이 최근 두드러지고 있지만 배민은 여전히 시장의 60% 정도를 차지한 1위 앱이다. 중개수수료가 인상된다면 국내 소상공인의 부담은 높아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이 전 대표를 비롯한 회사 구성원들은 이 지점을 특히 경계해 왔던 것으로 전해진다.


강화되는 수익화 전략…배경은 쿠팡?

이국환 전 대표의 사임을 전후로 우아한형제들은 무료로 제공하던 다양한 서비스에 요금을 부과하며 수익성 강화 전략을 본격화하고 있다. 

우아한형제들은 이 전 대표의 사임 전날인 1일부터 신규 입점 점포를 대상으로 포장 중개수수료를 배달과 동일한 6.8%로 책정해 부과하고 있다. 포장 중개 서비스에 가입한 기존 가게는 오는 2025년 3월 31일부터 포장 주문에도 수수료가 적용된다.

우아한형제들은 또 이 전 대표 사임 발표 직후인 지난 2일 무료 체험으로 제공하던 ‘배민클럽’의 유료화를 선언했다. 배민 이용자가 부담하는 배달팁을 무료(알뜰)로 제공하거나 할인(한집)해 주는 구독형 상품이다. 요금은 월 3990원으로 책정됐다. 9일부터 사전 가입을 시작해 내달 20일부터 이용료를 받기 시작한다. 

이에 대해 업계 관계자는 “우아한형제들 경영진이 막고 있던 봇물이 터진 것”이라고 해석했다. 이 전 대표와 주요 경영진이 본사의 수익성 강화 요구를 방어해 왔는데, 최근 쿠팡이 운영하는 쿠팡이츠가 자본력을 앞세워 배달 앱 시장에서도 두각을 나타내면서 모회사의 요구를 더 이상 무시할 수 없게 됐다는 얘기다. 또 hy(옛 한국야쿠르트)가 최근 배달 앱 ‘노크’를 론칭하고 업계 최저 수수료와 무료 배송을 앞세워 시장 공략에 나섰다는 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제공 쿠팡]

앱·리테일 분석 서비스 와이즈앱·리테일·굿즈에 따르면 지난 1월 월간활성이용자(MAU) 수 기준 배민 앱의 시장 점유율은 62%로 나타났다. 당시 요기요는 19%, 쿠팡이츠는 16%를 각각 점유하는 구도였다.

그러나 올해 6월 기준 쿠팡이츠 점유율은 21%로 상승했다. 요기요는 이 이간 점유율 16%를 기록하며 3위로 주저앉았다. 배민 역시 최근 6개월 사이 점유율이 3%P가량 빠졌다. 반면 쿠팡이츠 점유율은 최근 1년 사이 약 10%P 상승했다. 쿠팡의 와우멤버십 이용자는 약 1400만명으로, 국내 구독 상품 중 최대 규모다. 

시장에서는 “쿠팡의 자본력이 다양한 플랫폼이 구축해 온 상생 구조를 침범하고 있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무료배달 시행으로 시장 장악력을 높인다면 단기적으론 소비자에 이익이 돌아가는 구조이지만, 결국에는 쿠팡이츠 가입 점주들의 부담을 높여 소비자 혜택으로 발생한 손실을 만회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말했다. 

와우멤버십 영향력을 기반으로 다양한 시장에 침투하는 쿠팡의 행태에 불만이 나오고 있다.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 등으로 이뤄진 ‘온라인플랫폼 이용자 불만 신고센터’는 최근 공정거래위원회에 쿠팡의 ‘끼워 팔기’를 조사해달라고 신고했다. 이들은 “쿠팡은 일방적으로 와우멤버십 가격을 58%가량 인상하면서 별개 서비스인 쿠팡플레이와 쿠팡이츠 알뜰배달 서비스를 무료로 제공하는 ‘끼워 팔기’를 하고 있다”며 “이는 공정거래법 제45조 제1항 제5호 위반”이라고 주장했다. 

온라인 플랫폼 이용자 불만 신고센터가 지난 6월 19일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 사무실에서 쿠팡의 유료 멤버십 요금 인상이 공정거래법을 위반한다는 취지의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위기의 배민’ 수수료 인상 후폭풍 전망

이국환 전 대표가 사임하면서 수수료 인상이 가시화된 상황이지만, 실제 도입에는 부담이 상당하리라는 분석도 나온다. 정치권은 물론 규제 기관에서 움직일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정치권에서는 더불어민주당의 ‘을지로위원회’(을 지키기 민생실천위원회의)가 우아한형제들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위원장인 박주민 의원은 최근 국회 앞에서 열린 배민 라이더 집회에 참석해 ‘배달플랫폼 갑질 규제’를 촉구했다. 

여당은 물론 정부 역시 배달 앱 시장을 들여다보고 있다. 지난달 30일 정부·국민의힘·대통령실은 서울 삼청동 총리공관에서 고위당정협의회를 열고 소상공인·자영업자 지원 방안을 논의하며 배달 앱 상생안 마련을 주된 주제로 다뤘다. 영세음식점 대상 배달비 지원을 검토하겠다는 내용이 나온 상황에서 플랫폼 수수료가 높아진다면 규제 기관이 들여다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특히 정부는 지난 3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관계 부처 합동브리핑을 열고 ‘역동경제 로드맵 및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을 발표했다. 5대 고정비용 지원책 중 하나로 배달료가 포함됐다. 정부는 “입점 업체에 대한 플랫폼 업체의 우월적 지위 남용 등 불공정행위 여부를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 발견 시 공정위 차원의 조사 및 조치도 병행하겠다”며 사실상 배민에 사전 경고를 보내기도 했다.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지난 6월 30일 오전 서울시 종로구 삼청동 총리공관에서 열린 고위당정협의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이 전 대표 등도 DH 측에 소상공인 상생의 필요성과 긴박하게 전개되고 있는 한국의 정책 상황을 전달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런데도 DH 측이 우아한형제들에 ‘수익성 강화’를 밀어붙인 배경으론 수익성 악화가 꼽힌다. DH 계열사 중 사실상 ‘캐시카우’ 역할을 하는 곳이 우아한형제들 밖에 없기 때문이다.

DH는 ▲2012년 리퍼헬트(독일) ▲2016년 헝그리하우스(영국)·예멕세페티(태국) ▲2020년 우아한형제들 등을 인수하면서 덩치를 키웠다. 그러나 코로나19 엔데믹(풍토병화)이 되면서 사업적 위기가 찾아왔다. 회사 규모가 커진 만큼 재정적 부담은 늘어난 상태다. 실제로 현지 투자 시장에서는 DH의 현금흐름 창출과 부채 상환 능력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면서 주가가 부진한 모습을 보인 바 있다. 이에 DH는 지난 5월 대만 사업부인 ‘푸드판다’의 매각 대금 9억5000만 달러(1조3000억원) 전액을 현금으로 받고 우버 테크놀로지에 넘기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이국환 전 대표의 사임 이면에는 DH의 경영난과 쿠팡이츠의 진격, 그리고 정치권의 움직임 등 복합적인 사안이 있다”며 “우아한형제들이 국내 정서를 무시하고 얼마나 DH 측 입김에 맞춰 움직일지 두고 볼 일”이라고 말했다.

딜리버리히어로 로고. [제공 딜리버리히어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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