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드커팅’에 골머리 앓는 이통3사…‘위기 원인’ OTT서 해답 찾았다
[통신사 합종연횡]②
유료방송 가입자 수 ‘첫 감소’…IPTV 증가율도 첫 0%대 진입
‘케시카우’ 흔들리자…이통3사, 요금제·구독 상품에 OTT 결합
[이코노미스트 정두용 기자] 한국에서 제작된 드라마·예능·영화 등 K-콘텐츠가 세계서 인기다. 이에 따라 국내서도 ‘볼거리 수요’가 자연스럽게 증가하고 있다. 미디어 시장이 자체가 커지고 있다는 의미다. 그런데도 인터넷(IP)TV·종합유선방송(SO·케이블TV)·위성방송 등 유료방송 가입을 해지하는 ‘코드커팅’(Cord-Cutting) 현상은 국내서 점차 뚜렷해지고 있다. 콘텐츠 시장이 호황기에 접어든 것과 사뭇 대조된다.
유료방송과 결별한 이들이 ‘콘텐츠 시청’ 자체를 끊어낸 건 아니다. 이들은 유료방송을 해지한 대신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와 같은 비교적 신규 플랫폼 가입을 택하고 있다. 콘텐츠업계 관계자는 “OTT는 유료방송 대비 시간·공간 제약이 적어 소비자 편의성 측면에서 경쟁력이 있다”며 “콘텐츠 역시 OTT가 더 풍부하다고 볼 수 있다. 특히 ‘오리지널 시리즈’ 등과 같이 특정 플랫폼에서만 볼 수 있는 작품 수가 증가하면서 ‘유료방송에서 OTT로’ 이동하는 이들이 점차 많아지는 추세”라고 말했다.
이동통신 3사(SK텔레콤·KT·LG유플러스) 입장에선 이런 변화가 달갑지 않다. 그간 유료방송을 통해 막대한 수익을 올려왔기 때문이다. 유료방송 시장 중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IPTV의 경우 KT·LG유플러스가 직접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SKT는 자회사 SK브로드밴드를 통해 IPTV 시장에 진출했다. SO 역시 LG유플러스의 자회사 LG헬로비전과 SKT의 자회사 SK브로드밴드가 1·2위를 차지하고 있다. KT는 KT스카이라프를 통해 국내서 유일하게 위성방송 사업을 전개한다. 유료방송 시장의 침체는 이통3사 수익 감소를 의미한다.
이통3사는 이런 시장 변화에 대응책을 마련하기 위해 분주하다. 특히 유료방송 가입자가 ‘볼거리 대안’으로 삼은 OTT 서비스를 품으려는 움직임이 활발하다. 유료방송 가입자 감소로 줄어든 매출을 OTT 업체와의 협력을 통해 메우겠단 취지다. 자체 OTT 플랫폼이 있음에도 넷플릭스·디즈니플러스(+)·유튜브와 같은 해외 플랫폼과 통신 요금제를 연동하는 식의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유료방송 가입자 수 ‘첫 감소’ 기록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최근 발표한 조사 자료에 따르면 2023년 하반기 평균 유료방송 가입자(단말장치·단자)는 3631만으로 나타났다. 이는 2023년 상반기 대비 0.1%(3만7389 가입자) 감소한 수치다. 유료방송 가입자 수가 줄어든 건 2015년 하반기 조사 이래 처음이다.
전체 유료방송 시장에서 57.63%를 차지하는 IPTV의 경우 전 반기 대비 가입자 수 감소는 면했다. 그러나 증가율이 0%대로 고꾸라졌다. IPTV는 지난해 하반기 평균 기준 2092만5902 가입자로 나타났다. 이는 전 반기 대비 0.54% 증가한 수치다.
IPTV 가입자 수는 2016년 하반기만 하더라도 전 반기 대비 6.3% 증가했다. 2018년부터 2020년까지 증가율은 4%대를 유지했다. 2022년엔 증가율이 1%대로 떨어지더니, 이번 조사에선 역대 처음으로 0%대를 기록했다. 지난해 하반기 유료방송 시장 점유율 24.31%로 IPTV 3사 중 1위인 KT의 경우, 전 반기 대비 3만8576 가입자 감소를 나타내기도 했다. 업계에선 올해 IPTV 가입자 수가 역대 처음으로 역성장할 수 있단 우려가 나온다.
SO 중에선 SK브로드밴드(7314 가입자 증가)를 제외하고 모두 가입자 수가 감소했다. 특히 SO 시장 1위 업체인 LG헬로비전은 전 반기 대비 3만9778 가입자를 잃었다. 이에 따라 유료방송 시장점유율도 0.1%포인트(P) 하락한 9.97%로 집계되면서 한 자릿수로 내려앉았다. 국내 유일 위성방송 사업자인 KT스카이라프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전 반기 대비 5만9108만 가입자를 잃으면서 지난해 하반기 유료방송 시장점유율은 0.15%P 감소한 7.83%로 집계됐다.
유료방송 시장의 위축에 따라 이통3사 관련 실적 역시 주춤하고 있다. 이통3사는 IPTV 시장 성장기엔 관련 매출을 사업보고서 등에 별도로 분리해 공개해 왔다. 그러나 IPTV 시장이 정체된 최근에는 인터넷·사물인터넷(IoT) 등과 묶어 발표하고 있다. 이 때문에 IPTV 사업자별 현재 실적을 따로 확인하기 어렵다.
다만 방송통신위원회 ‘2023년도 방송사업자 재산상황 공표집’에 따르면 IPTV 3사의 지난해 방송사업 매출은 총 5조72억원으로 집계됐다. 전년 대비 2.3% 증가한 수치다. 해당 부문 영업이익 역시 전년 대비 0.5% 증가한 2조5211억원으로 나타났다. ‘코드커팅’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지만, 지난해엔 가입자 수가 역성장까진 이르지 않았던 게 실적 하락을 막은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IPTV 사업자의 주된 수익원인 유료 주문형비디오(VOD) 매출액은 이 기간 전년 대비 20% 감소한 4172억원으로 나타났다.
IPTV를 제외한 모든 유료방송 부분 모두가 지난해 매출이 전년 대비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SO 사업자들의 2023년 방송사업 총매출은 전년 대비 3.9% 감소한 1조7335억원을 기록했다. 이 기간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무려 51.8% 감소한 678억원으로 집계됐다. 1위 사업자인 LG헬로비전의 지난해 방송사업 매출은 전년 대비 2.3% 감소한 5625억이다. 영업이익 역시 12.8% 감소한 455억원을 기록했다. SK브로드밴드의 경우 SO 사업에서 282억원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적자 전환했다. KT스카이라이프의 2023년 방송사업 매출은 전년 대비 2.7% 감소한 4920억원이다. 영업이익 역시 전년 대비 12.5% 준 442억원에 그쳤다.
위기도 해답도 ‘OTT’
이런 유료방송 시장의 변화를 야기한 건 OTT 서비스의 확대가 꼽힌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은 지난해 6~8월 만 13세 이상 가구원 7055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를 ‘유료방송 가입자의 미디어 소비와 OTT’ 보고서로 정리해 최근 발표했다. 유료방송 미가입자 중 36.8%가 ‘OTT 서비스를 이용해서’를 이유로 꼽았다. 2019년 조사에서 ‘지상파 방송으로 충분하므로’(24.9%)가 가장 높게 나타났던 점과 비교하면 시장이 얼마나 달라졌는지를 가늠할 수 있다.
국내 시장조사기관 컨슈머인사이트의 조사에서도 국내 19세 이상 유료방송 이용자 2만545명 중 37%가 “코드커팅 의향이 있다”고 응답했다. 코드커팅 고려 주요 이유로 ‘OTT로 충분해서’를 꼽은 응답자가 27%에 달했다. ▲TV를 보는 일이 줄어서(31%) ▲TV에 볼 만한 것이 별로 없어서(30%)에 이어 가장 높은 응답을 받았다. 특히 코드커팅 의향률이 가장 높은 30대에선 OTT 이용을 고려 이유로 꼽은 응답자가 36%에 달했다.
이통3사는 OTT로 시작된 유료방송 수익 감소에 대응책으로 아이러니하게도 OTT를 들여다보고 있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OTT로 유료방송 가입자가 빠져나간다면, OTT를 품으면 될 일”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SKT는 구독 서비스 플랫폼 T우주에서 넷플릭스를 이용할 수 있는 ‘우주패스 넷플릭스’를 최근 출시했다. 웨이브의 콘텐츠 팩과 결합해 최대 10% 저렴한 가격으로 넷플릭스 상품을 이용할 수 있다. 웨이브는 SKT가 지상파 3사와 함께 운영하는 OTT다. KT는 요금제에 OTT 이용권 결합을 강화했다. 지난 7월 1일 CJ ENM이 운영하는 OTT ‘티빙’을 비롯해 지니뮤직·밀리의 서재 혜택을 기본으로 제공하는 요금제를 출시했다. LG유플러스도 IPTV 구독 상품 ‘유플레이’(Uplay)를 내놨다. 해외 OTT 오리지널 인기작을 포함해 영화·드라마·애니 등 콘텐츠 7만여 편을 시청할 수 있는 U+tv 구독 상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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