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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기술중립’ 호평받은 SKB, 정작 SO부문 ‘적자’…17년 공표 중 처음

SKB, MSO 사업자 중 ‘가입자 증가’했지만 ‘적자 기록’도 유일…“아이러니”
과기정통부, 유료방송 기술중립 서비스 효과 홍보 욕심 지적 나와

SK브로드밴드는 2023년 5월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추진하는 정책에 따라 유료방송 사업자 중에서 가장 먼저 기술중립 서비스를 도입했다. [사진 SK브로드밴드 홈페이지 캡처]


[이코노미스트 정두용·원태영 기자] SK브로드밴드가 종합유선방송(SO·케이블TV) 사업 부문에서 지난해 282억원 규모의 연간 적자를 기록했다.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가 방송사업자 재산상황을 공표하기 시작한 2007년 이래 첫 영업손실이다. 그런데도 과학기술정보통신부(과기정통부)는 SK브로드밴드의 성과를 치켜세웠다. 유료방송 기술중립 서비스에 가장 먼저 동참했다는 이유에서다.

17일 방통위가 최근 공개한 ‘2023년도 방송사업자 재산상황 공표집’에 따르면 SK브로드밴드는 지난해 SO 사업 부문에서 연간 매출 3060억원·영업손실 282억원을 올렸다. SK브로드밴드가 SO 방송 사업 부문에서 적자를 기록한 건 방통위가 해당 조사 결과를 공표한 17년 기간 중 처음이다. 티브로드 시절에도 SO 방송 사업 부문에서 단 한차례도 적자가 나오지 않았다는 의미다.

인터넷서비스사업자(ISP)이자 인터넷(IP)TV 운영사인 SK브로드밴드와 복수종합유선방송사업자(MSO)인 티브로드가 합병한 건 지난 2020년 4월이다. 비상장사인 SK브로드밴드는 SK텔레콤의 자회사다. 비상장 기업임에도 SK그룹이 상호출자제한집단에 지정된 상태라서 분기별 실적을 공시하고 있다. 다만 사업 부문별 매출·영업이익을 별도로 표기해 공개하고 있지는 않다. 인터넷·유선전화·전용회선 등의 사업은 ‘유선통신’ 부문으로, IPTV·케이블TV 사업은 ‘미디어’ 부문으로 묶어 매출만 공개하는 구조다.

SK브로드밴드와 티브로드의 합병법인 출범 후 회사의 SO 방송 사업 부문 실적은 ▲2020년 매출 4528억원·영업이익 661억원 ▲2021년 매출 4243억원·영업이익 446억원 ▲2022년 매출 4046억원·영업이익 133억원으로 꾸준히 감소했다. 케이블TV 가입자가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IPTV 등으로 이동하는 ‘코드커팅’(Cord-Cutting) 현상이 국내 시장에서도 두드러지고 있다는 게 실적 하락의 원인으로 꼽힌다.

다만 방통위가 재산상황을 공표하는 방송사업자 중 MSO 부문에서 지난해 적자를 기록한 건 SK브로드밴드가 유일하다. 국내에서 유일한 위성방송사업자인 KT스카이라이프도 코드커팅에 골머리를 앓고 있지만, 방송 사업 부문에서 지난해 매출 4920억원과 영업이익 442억원을 기록했다.

과기정통부는 그런데도 SK브로드밴드가 SO 사업에서 성과를 올리고 있다고 강조했다. 과기정통부는 지난 5월 ‘2023년도 하반기 유료방송 가입자 수’ 조사 결과를 발표하며 “유료방송 사업자 중에서 가장 먼저 기술중립 서비스를 도입한 SK브로드밴드(SO)는 2023년도 상반기 대비 가입자 수 및 점유율이 MSO 중 유일하게 증가했다”고 평가했다. 국내 MSO 사업자는 SK브로드밴드를 비롯해 LG헬로비전·딜라이브·CMB·HCN이 있다.


과기정통부 ‘정책 홍보’ 욕심 과했나

유료방송 기술중립 서비스 신고 수리 기준 등을 정한 ‘방송법 시행령’ 개정안은 2022년 12월 도입됐다. 과기정통부는 이에 따라 유료방송 기술중립 서비스 확산을 추진하고 있다. 기술중립 서비스는 유료방송사업자가 전송방식을 자율적으로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를 말한다. 케이블TV 운영사가 IPTV 전송방식을 사용해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식이다.

개정안 시행 전 IPTV 업체는 IP 방식으로만, 케이블TV 기업은 유선주파수(RF)를 통해서만 전송이 가능했다. 과기정통부는 개정안 시행 당시 “국정과제인 ‘세계적인 방송 강국 실현’을 위해 방송 산업 전반의 규제를 혁신하기 위한 정책의 일환”이라며 “그간 유료방송 산업 발전의 저해 요인으로 지적받아 온 칸막이식 전송 기술 규제를 완화한 의미를 가진다”고 했다.

SK브로드밴드는 과기정통부 정책 추진에 따라 2023년 5월 유료방송 사업자 중 가장 먼저 기술중립 서비스를 도입했다. IPTV와 케이블TV 사업을 동시에 운영하는 구조라 비교적 빠른 적용이 가능했단 평가가 나온 바 있다. SK브로드밴드 이후 SO 사업자 중 ▲서경방송(2023년 12월) ▲LG헬로비전(2024년 4월)이 기술중립 서비스를 도입해 운영 중이다.

유료방송 기술중립 서비스 설명 자료. [자료 SK브로드밴드]

SK브로드밴드는 지난해 하반기에 케이블TV에서 전 반기 대비 7314 가입자(단말장치·단자)를 늘렸다. 이에 따라 시장점유율도 이 기간 0.03%포인트(P) 상승했다. 코트커팅이 두드러지고 있는 SO 시장 상황에서도 가입자 수 증가를 이뤄낸 셈이다. 과기정통부는 마치 이런 변화가 ‘기술중립 서비스’ 도입 효과라고 읽히도록 보도자료를 작성했다.

이에 대해 업계 관계자는 “SK브로드밴드는 지난해에 MSO 사업자 중 유일하게 가입자 수 증가와 유일한 적자란 ‘아이러니’한 기록을 남겼다”며 “이런 상황에서 과기정통부가 MSO 사업자 중 유일하게 가입자 수가 증가한 원인이 마치 ‘기술중립 서비스 도입’ 때문인 양 발표한 건 사리에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반기란 비교적 짧은 기간에 평균 가입자 수를 증가시키는 방법은 할인 행사 등 다양한 방법이 있다”며 “정책 성과를 홍보해야 하는 과기정통부의 ‘속사정’이 반영된 결과라는 해석도 있다”고 했다.

과기정통부 측은 지난해 하반기 유료방송 가입자 수 조사 결과를 발표하며 “고품질의 기술중립 서비스가 확산될 수 있도록 중소 SO들을 대상으로 기술중립 서비스를 위한 셋톱박스 개발을 지원(2024년 기준 4억원·2개 사)하고 있다”며 “향후 지원 대상을 더 확대할 계획”이라고도 강조했다. 또 기술중립 서비스를 2023 12월 기준 7만7825 가입자가 이용 중이라는 점도 밝혔다.

SK브로드밴드가 지난해 SO 사업 부문에서 영업손실을 올렸지만, 전체 실적이 적자로 전환된 건 아니다. 2023년 연간 기준 전체 매출은 4조2747억원, 영업이익은 3137억원으로 집계됐다. 이 기간 인터넷 제공 사업 등이 포함되는 ‘유선통신’ 부문에서 2조3691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IPTV와 케이블TV 사업 등이 묶여있는 ‘미디어’ 부문에선 1조9056억원의 매출이 나왔다.

과기정통부 자료에 따르면 SK브로드밴드는 지난해 하반기에 IPTV에서 전 반기 대비 9만9583 가입자 증가를 이뤘다. 방통위 자료에 따르면 회사는 지난해 IPTV 방송 사업 부문에서 1조5954억원의 매출과 3486억원의 영업이익을 각각 기록했다. IPTV 부문 2023년 연간 매출은 전년 대비 3.1%, 영업이익은 19.7% 상승했다. SO 부문에서 영업손실을 기록했음에도 전체 영업이익이 3000억원이 넘어설 수 있었던 배경이다.

SK브로드밴드 측은 지난해 SO 사업이 적자 전환된 이유에 대해 “결합 할인 제공이 가능한 IPTV와 OTT 등으로 가입자 전환이 가속화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가격경쟁력을 내세운 SO 사업 특성상 기본료와 주문형비디오(VOD) 매출은 감소했으나, 서비스 품질 향상을 위해 콘텐츠 등 ‘프로그램사용료 투자’와 셋톱박스와 같은 ‘장비 투자’ 등이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SK브로드밴드는 또 사업 구분에 따른 차이도 SO 부문 적자의 배경으로 짚었다. 회사 측은 “티브로드 합병 후 기존 알뜰폰·렌탈 등을 중단했다. 해당 사업을 영위하는 다른 SO와 비교해 매출에서 빠진 경향이 있다”며 “신규 가입 고객이 열위인 케이블 인터넷보다는 SK브로드밴드의 기가 초고속인터넷 상품을 더 많이 선택하는 영향도 적자 전환의 원인 중 하나”라고 전했다. 케이블망을 사용해 제공되는 인터넷 상품이 방통위 조사엔 ‘SO 방송 사업’으로 들어간다. 신규 고객이 합병 후엔 초고속 인터넷 상품에 몰려 SO 사업에서 적자를 기록했지만, 회사 전체 실적에는 긍정적인 요인이 됐다는 설명이다.

SK브로드밴드 관계자는 “정부 규제 완화로 기술중립성이 도입돼 IPTV망으로 품질이 우수한 케이블 방송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며 “케이블 업계에서 유일하게 가입자 턴어라운드를 달성했고, 이는 향후 손익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SK브로드밴드의 올해 1분기 전체 매출은 1조900억원, 영업이익은 780억원으로 집계됐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SK브로드밴드가 기술중립 서비스를 처음으로 운영한 하반기에 MSO 사업자 중 가입자 수가 유일하게 증가했다. 다른 기업과 차별되는 지점이 기술중립 서비스이기도 해 가입자 수 증가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판단했다”며 “유료방송 기술중립 서비스 도입을 사업자에 강요하고 있지는 않다”고 말했다.

SK브로드밴드는 2023년 5월 유료방송 기술중립 서비스를 도입하며 ‘B tv 팝’(POP)을 출시했고, 대대적인 가입 홍보를 진행했다. [사진 SK브로드밴드 홈페이지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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