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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라인야후 ‘손해’ 소뱅 ‘실익’…손정의 야욕에 결탁한 日 정부

[라인야후 사태 네이버가 잃은 것]②
‘라인야후 사태’ 후 소뱅 지배력 강화…’AI 강화‘ 외친 손정의
네이버가 만든 서비스도 소뱅에 흡수…日 정부, 소뱅 ’지원사격‘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 [사진 AP/연합뉴스]

[이코노미스트 정두용 기자] 한국과 일본 내 각각 반일·혐한을 확산케 한 이른바 ‘라인야후 사태’가 일단 네이버의 지분변동 없이 마무리됐다. 일본 총무성이 ‘지분 관계 재검토’란 기존 입장을 사실상 철회했기 때문이다. 라인야후의 최대 지분을 들고 있는 A홀딩스는 네이버와 소프트뱅크가 절반씩 소유하고 있다. 일본 정부의 ‘자본 관계 재검토’ 요구는 사실상 소프트뱅크에 네이버가 지닌 라인야후 경영권을 완전히 넘기라는 압박이다.

네이버는 이번 사태로 라인야후의 경영권을 잃게 되는 ‘최악의 상황’은 면했다. 그러나 네이버는 ‘라인을 통한 세계 사업 확장’이란 계획에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라인 애플리케이션(앱)의 세계 월간활성이용자수(MAU)는 2억 명에 달하는데, 이중 일본에서만 9700만 명이 접속한다.

‘일본 국민 메신저’ 라인이 네이버가 만든 서비스란 게 이번 사태를 계기로 알려지게 됐고, 곧장 혐한 감정과 묶이게 됐다. 업계에선 이에 “네이버의 일본 사업 확장은 사실상 ‘시계 제로’ 상태”란 말이 나온다. 네이버웹툰의 일본 서비스 라인망가로 혐한 감정이 번질까 우려 중인 것으로도 전해진다. 특히 라인야후 내 네이버 입지가 줄어들면서 라인을 통한 글로벌 사업 확장 전략도 흔들릴 수 있는 형국이다.

IT업계에선 라인의 한국 법인인 라인플러스의 글로벌 전략에 차질이 있을 수 있는 점을 ‘가장 치명적 뇌관’으로 꼽는다. 라인플러스는 동남아·미국·중국 등 라인의 글로벌 사업 개발을 총괄해 왔다. 네이버 입장에서도 글로벌 진출의 교두보인 셈이다. 라인플러스는 네이버가 2013년 한국에 설립했다. 일본 소프트뱅크의 야후재팬과 라인을 합병하기 전부터 ‘라인의 글로벌 확장’이란 역할을 맡아왔다. 이번 사태로 라인플러스에 대한 네이버 입김이 줄어들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번 사태로 라인야후 역시 피해가 불가피하다. 라인야후는 한국 내 자회사로 라인플러스뿐 아니라 라인비즈플러스(핀테크)·라인파이낸셜(금융)·라인플레이(게임)·라인스튜디오(게임 개발)·라인게임즈(게임 개발)·라인페이플러스(페이)·라인넥스트(블록체인)·IPX(옛 라인프렌즈·IP) 등을 두고 있다. 직원 수만 2500명에 달한다. 대부분 네이버가 설립한 기업들이다. 주로 라인의 해외 사업을 담당하고 있다.

카카오톡의 영향력 때문에 국내 입지가 탄탄하진 않지만, 라인은 한국에서도 메신저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특히 한국이 ‘콘텐츠 강국’으로 올라서면서 ‘라인프렌즈’ 등 지식재산권(IP) 관련 사업도 지속 영위해 왔다. 그러나 ‘라인야후 사태’가 번지면서 국내에서도 반일 감정이 팽배해졌고, 이에 라인야후의 한국 사업 역시 일부 타격이 불가피하게 된 구조다.
경기도 성남에 위치한 라인야후 계열 한국법인 라인플러스 본사에서 직원이 걸어가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라인야후 사태로 유일하게 웃은 손정의

라인야후 사태는 지난 5월 26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한일 정상회담 테이블에 오르기도 했다. 반일·혐한 감정이 각 국가에서 팽배해지면서 외교적 분쟁으로까지 번진 데 따른 논의다. IT업계 관계자는 “부정적 인식의 확산은 네이버는 물론 라인야후에도 사업적 관점에서 득이 될 게 하나도 없다”고 말했다. 네이버와 라인야후 모두 이번 분쟁으로 피해를 봤다는 설명이다.

소프트뱅크는 상황이 다르다. IT업계에선 ‘라인야후 사태’로 유일하게 실익을 얻은 곳으로 소프트뱅크를 꼽는다. 실제로 일본 총무성이 개인정보 유출 사고를 빌미로 ‘네이버와의 자본 관계 재검토’를 요구한 뒤 소프트뱅크의 라인야후 지배력이 강화됐다.

라인야후 주주총회를 통해서 신중호 최고제품책임자(CPO)가 이사회에서 제외됐다는 점이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신 CPO가 라인야후 사내이사에서 물러나면서 이사회는 전원 일본인으로 꾸려지게 됐다. CPO 직위는 유지하며 주요 경영진 직위는 유지하고 있다. 라인야후는 일본 총무성의 개입 후 이사회를 기존 사내이사 4명·사외이사 3인 체제에서 사내이사 2인·사외이사 4인으로 바꿨다. 사내이사 2인은 소프트뱅크가 1명, 네이버가 1명으로 비중은 동일하다. 그러나 업계 일각에선 사실상 모두 소프트뱅크 측 인사가 이사회를 장악했다고 본다.

소프트뱅크는 사업적 측면에서도 이익을 봤다. 라인야후는 간편결제 서비스 ‘라인페이’의 일본 서비스를 2025년 4월 30일까지 차례로 종료하고, 소프트뱅크가 운영하는 ‘페이페이’(PayPay)에 통합하기로 했다. 라인페이는 QR코드로 온·오프라인 간편 결제·송금 기능 제공을 목적으로 2014년 시작된 서비스다. 사실상 네이버가 시작한 서비스라고 봐도 무방하다. 라인페이의 5월 기준 일본 내 사용자 수는 4400만명 수준이다. 네이버 측은 경영통합 당시 이미 합의했던 내용이라고 주장하나, 업계에서는 ‘라인야후가 네이버와 선 긋기’에 돌입한 것이란 해석이 나왔다.

라인야후 사태는 이 때문에 손정의(손 마사요시) 소프트뱅크 회장이 치밀하게 짠 계획이라고 보는 시각도 있다. 손 회장은 주주총회와 같은 대외 행사에 나와 여러 차례 인공지능(AI)을 미래 먹거리로 꼽아왔다. AI 서비스의 핵심은 학습 데이터의 질과 양이 결정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라인 앱은 AI 학습 데이터 중 최고로 치는 소비자 경향성을 볼 수 있는 거대 플랫폼이다. 소프트뱅크가 라인야후에 대한 경영권을 모두 확보하게 된다면 무려 2억명에 달하는 사용자가 만들어 내는 숱한 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다.

IT업계 관계자는 “AI를 통해 반등을 노리는 손 회장 입장에선 이미 네이버와 피를 섞은 라인이 ‘좋은 먹잇감’으로 여겨졌을 것”이라며 “보안 사고가 터지자, 일본 정부와 결탁해 라인야후 사태를 추진했으리라고 본다”고 말했다. 실제로 아사히신문은 최근 소프트뱅크 관계자 말을 인용해 “소프트뱅크는 라인을 장기적으로 ‘일본 플랫폼’으로 만들 방침”이라고 보도했다. 라인야후 사태가 일단 소강상태에 접어들면서 단기적 지분 조종은 없다. 그러나 소프트뱅크가 장기적으론 라인을 일본 플랫폼으로 만들기 위해 라인야후 주식을 추가 매입할 계획이라는 게 보도의 핵심이다.

일본 정부 역시 ‘외교적 분쟁’이란 부담이 있음에도 자본 관계 재검토란 행정지도를 내렸다. 소프트뱅크의 라인 강탈 계획에 동참한 셈이다. 이를 두고 일본 정부에도 “소프트뱅크 외 대안이 없기 때문”이란 분석이 나온다. 일본은 ‘잃어버린 30년’(1990년대 거품경제 붕괴 후 나타난 경기침체)을 겪으면서 디지털 산업의 기초 체력이 떨어졌단 평가를 받는다. 소프트뱅크는 글로벌 빅테크와 경쟁이 가능한 일본 시장에 남은 유일한 기업이라 ‘자국 우선주의’ 측면에서 지원이 이뤄졌으리란 설명이다.

네이버는 일본 내 ‘라인 국적 논란’이 거세지자, 2019년 일본 최대 포털 야후재팬을 운영하는 소프트뱅크와 협의해 라인과 야후재팬의 합병을 결정했다. A홀딩스를 2021년 세우고 라인야후의 지분 64.4%를 넘기며 최대 주주 기업으로 만들었다. A홀딩스의 지분은 네이버와 소프트뱅크가 50%씩 보유하고 있다.

소프트뱅크에 사외이사 추천권은 있지만 네이버가 합의해야 통과되는 구조다. 그러나 업계 일각에선 네이버가 라인 앱의 사업 차질을 우려, 더 많은 이사 추천권을 소프트뱅크 측에 넘겼다고 본다. 실제로 A홀딩스를 네이버는 ‘관계사’로 분류했지만, 소프트뱅크는 ‘자회사’로 두고 있다. 네이버는 지분법상 이익을 취하는 구조를 선택했다. 이런 방식의 합병은 손 회장이 네이버 창업자인 이해진 글로벌투자책임자(GIO)에게 직접 제안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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