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약홈 접속 대란’ 원인…국민은 주택 공급 원하는데 시장엔 ‘로또’만 나왔다
래미안 원펜타스 시세차익 20억원 기대
부동산 공급 부족, 분양가 상한제, 집값 급등이 원인
[이코노미스트 이병희 기자] “국민은 충분한 주택공급을 원하는데 로또만 나오니 이런 사달이 났다”
최근 벌어진 한국부동산원 ‘청약홈 접속 대란’에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주택공급이 원활하지 않은 상황에서 수억원의 시세차익까지 기대할 수 있는 아파트 청약이 나오면 지원자가 몰릴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지난 29일 한국부동산원 ‘청약홈’ 사이트는 하루 종일 접속 차질을 빚었다. 청약하려는 수요자가 한꺼번에 몰렸기 때문이다. 대기 인원이 100만명을 넘어서고 대기시간은 300시간이 걸릴 수 있다고 안내가 되기도 했다. 결국 청약 접수 마감 시각을 늦추는 대응이 필요했다.
이날 청약홈에 접속자가 한꺼번에 몰린 것은 이른바 분양시장 최대어로 꼽히는 아파트 단지 세 곳의 청약이 같은 날 시작됐기 때문이다. 서울 서초구 ‘래미안 원펜타스’, 서울 양천구 ‘호반써밋 목동’, 경기 화성시 ‘동탄역 롯데캐슬’ 등 수억 원 시세 차익이 기대되는 무순위 청약이었다.
래미안 원펜타스는 29일 특별 공급을 시작으로 30일에는 1순위 청약을 받는다. 전용면적 84㎡ 기준 아파트 분양가가 22억~23억원대로 책정됐다. 이 단지 주변 아파트 중 하나인 ‘래미안 원베일리’의 같은 평형 시세가 42억원을 웃도는 것을 고려하면 당첨 시 20억원 안팎의 시세 차익이 기대된다.
동탄역 롯데캐슬은 전용 84㎡ 1가구가 4억8200만원에 나왔다. 2017년 분양 당시 가격으로 나온 것이다. 현재 이 아파트 시세는 약 15억원인데 당첨되면 10억원을 벌 것으로 예상된다. 청약 통장이 없어도 전국 19세 이상이면 누구나 신청할 수 있어 신청자가 몰렸다. 호반써밋 목동 역시 2020년 분양가로 시세보다 5억원가량 저렴한 계약 취소 가구 2가구가 무순위 청약으로 나왔다.
아파트 분양가와 시세가 이렇게 크게 차이 나는 건 ‘분양가 상한제’와 ‘집값 급등’이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분양가 상한제는 주택 분양 가격을 ‘택지비+건축비’ 이하로 제한하는 제도다. 1999년 분양가 자율화가 시행된 이후 고분양가 논란이 일었고 주택 가격이 급하게 오르며 시장 불안이 커지자, 정부는 2005년 이 정책을 도입했다. 투기수요 억제와 실수요자 보호를 위한다는 목적이었다. 이 때문에 청약은 시세보다 저렴하게 아파트를 마련하면서 자산을 확대할 수 있는 고속도로가 됐다. 그런데 집값 상승세가 이어졌고 시세가 가파르게 뛰자, 청약에 나온 아파트 가격이 훨씬 저렴하게 된 셈이다.
서울에서는 ‘오늘 아파트 가격이 제일 싸다’는 말이 정설로 굳어지는 분위기다. 실제 30일 우리은행 자산관리컨설팅센터가 국토교통부의 서울아파트 거래량과 거래 비중을 조사(21일 계약일 집계 기준)한 결과를 보면, 올해 상반기 서울 아파트 매매 계약 가운데 15억원 이상 초고가 아파트 비중이 20.45%를 기록했다. 2006년부터 실거래 집계를 공개한 이후 이 거래 비중이 반기 기준 20%를 넘어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올해 상반기 서울에서 9억원이 넘는 고가아파트 거래 비중은 54.02%로 반수 이상을 차지했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은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 완화, 종합부동산세 인하 기대 등 똘똘한 한 채의 선호가 강남 3구와 한강 일대로 집중하고 있다”며 “서울 아파트 신규 분양공급량이 저조한 편이라 고급 유효수요가 밀집한 지역의 주거 선호나 공급 희소성이 부각되고 서울 내 가격 흐름을 주도하는 양상을 보인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현재 서울은 준공된 지 30년 초과 아파트 재고 비중이 26%로 4채 중 1채는 정비사업이 가능할 만큼 노후화한 상태로, 향후 신축 공급 희소성이 더 큰 곳과 주택시장 경기변동에 대비해 가격 회복 탄력성이 더 높은 지역으로의 수요 쏠림이 당분간 지속할 것으로 판단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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