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환경 불확실, 기본역량 강화해야” 권오갑 HD현대 회장 [기업인 말말말]
AI 거품론이 불러온 세계 경제 불안
美 흔들리면 수출 비중 큰 우리 기업에 악재
기업인의 말 한마디에는 여러 의미가 담겨 있습니다. 개인적인 바람이나 생각부터, 추구하는 목표나 향후 사업 계획까지 결코 단순하지 않습니다. 회사의 규모, 회사에서 일하는 임직원이 많은 만큼 회사를 이끄는 기업인 한 마디의 무게는 가볍지 않을 것입니다. 최근 언급된 기업인의 말을 모아 그 의미가 무엇인지 들여다봅니다. [편집자 주]
[이코노미스트 이병희 기자] “불확실한 경영환경 속에서 기본역량 강화로 주력사업의 경쟁력을 높이고 우리의 내실을 다져나가는 것이 필요하다”
권오갑 HD현대 회장은 지난 7일 HD현대 주요 계열사 사장단 전체 회의에서 “최근 주가, 환율, 유가 등 글로벌 경제 지표들의 변동이 심상치 않다”며 이렇게 말했다. 권 회장은 “불확실성이 큰 상황일수록 리더들의 역할과 판단이 더욱 중요해진다”며 “지금 이 자리에 있는 각사 대표들의 진심 어린 책임감이 불확실성 극복의 첫 단추임을 명심해달라”고 당부했다. 또 “회사가 직면한 위험과 그에 따른 영향을 직원들에게 명확히 설명하고 같은 목표를 향해 한마음 한뜻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공감대를 형성해야 한다”고도 했다.
권 회장이 글로벌 경제의 불확실성, 기업의 경쟁력 강화, 경영진의 책임감을 언급한 것은 그만큼 최근 경영 환경이 녹록지 않다는 것을 보여준다는 해석이다. 이날 HD현대는 주요 계열사의 사장단 전체 회의를 긴급 소집했다. 회의에는 권오갑 회장, 정기선 부회장을 비롯한 HD한국조선해양, HD현대중공업, HD현대오일뱅크 등 주요 15개 계열사 사장단 20명이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는 미국 경기침체 우려, AI 등 주요 빅테크 기업의 거품 논란을 포함해 ‘엔 캐리 트레이드 청산’, 중동 지정학적 불안 재확산 등 최근 급격한 글로벌 경영환경 변화에 따른 리스크를 점검하고 대책을 모색하기 위해 마련됐다고 HD현대 측은 설명했다.
이는 최근 미국 주식시장의 출렁임과 이로 인해 벌어진 한국 경제의 충격, 이 밖에 앞으로 예상되는 국제 분쟁 등이 산적해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지난 5일 한국 유가증권시장에서 코스피는 8.77% 급락하며 ‘블랙먼데이’의 공포를 실감했다. 6일 3.3% 상승하고 이튿날에도 1% 상승하는 등 충격 이전으로 돌아가려는 모습을 보였지만 역부족이란 평가를 받았다.
이런 충격이 발생한 것은 미국 미국 빅테크(거대 기술기업)에 대한 거품론이 불거지며 미국 증시가 폭락하자 외국인 투자자들이 한국 주식시장에서 대거 자금을 빼면서 발생했다. 미국 경기 침체 우려의 확산과 엔화 절상에 따른 엔 캐리 트레이드(엔화를 저리로 빌려 고수익 자산에 투자) 청산 본격화 등 유동성 환경이 급격히 악화된 탓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세계 최대 석유 소비국 중 하나인 미국에서 경기가 가라앉으면 석유소비가 줄어 유가가 하락할 가능성도 크다. 이스라엘과 이란의 충돌 예상 등 중동 지역에서 전쟁 위기감이 고조되는 가운데서도 국제유가가 떨어진 것은 이를 방증한다. 6일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브렌트유 선물은 전 거래일보다 0.1% 하락한 배럴당 76.77달러를 기록했고, 미국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은 0.2% 하락한 배럴당 73.39달러를 기록했다. 수출비중이 큰 우리 기업 입장에서는 주식시장의 충격을 넘어 세계 경제의 변화와 이에 대한 대응이 더 심각한 문제로 다가올 수 있다는 것이다.
이승석 한국경제인협회 한국경제연구원 책임연구위원은 “금리는 높고 (우리 기업의) 부채 부담이 큰데, 매출이 크게 늘지 않는 등 회복세가 좋지 않다”며 “우리나라의 주요 수출국인 미국이 살아나지 않으면 우리에게 미치는 여파가 클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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