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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창업 생태계 세계 9위 서울의 명암[최화준의 스타트업 인사이트]

베를린·파리·도쿄 등의 순위보다 서울이 높아
‘서울의, 서울에 의한, 서울을 위한’ 생태계가 전부

오영주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7월 25일 서울 영등포구 중소기업중앙회에서 글로벌 창업허브 조성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최화준 아산나눔재단 AER지식연구소 연구원] 얼마 전 국내 스타트업 생태계에 기분 좋은 소식이 들렸다. 대한민국 수도 서울이 ‘스타트업 지놈’(Startup Genome)에서 발간한 ‘글로벌 스타트업 생태계 랭킹 보고서 2024’(The Global Startup Ecosystem Ranking Report 2024 Top 40)에서 9위를 차지했다. 서울이 상위 10위 안에 들어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독일 베를린·프랑스 파리·일본 도쿄 등 각국 글로벌 스타트업 허브 도시들이 서울보다 순위 경쟁에서 밀렸다.

스타트업 지놈은 글로벌 스타트업 생태계 연구 및 평가 기관으로 해마다 글로벌 스타트업 생태계 지역을 평가해 순위를 발표한다. 올해 보고서는 2021년부터 2023년까지 수집된 자료를 근거로 발간됐다. 2020년 처음으로 20위권 안에 진입한 서울은 계속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고, 마침내 올해 10위권에 올라섰다. 

서울 글로벌 스타트업 생태계 내 선두 그룹에 속해

스타트업 지놈 보고서는 서울을 아시아를 대표하는 글로벌 스타트업 허브로 평가했다. 아시아 경제 선진국의 주요 도시들과 비교해 보면 서울시 스타트업 생태계가 쌓은 업적은 두드러진다. 

서울은 베이징에 이어 높은 생태계 가치를 보유하고 있고, 스타트업 생애 주기의 처음과 끝을 의미하는 지표인 초기 단계 펀딩과 투자금 회수(Exit) 가치에서도 상위권에 있다. 기업과 지역 관련 수준 모두 선두 그룹에 속해 있다. 

개별 생태계 평가 점수 항목에서도 서울이 거둔 성과는 돋보인다. 스타트업 지놈에서 제시하는 평가 항목은 총 5가지다. 성과(Performance), 펀딩(Funding), 인재 및 경험(Talent & Experience), 시장 접근성(Market reach), 지식(Knowledge)이 이에 해당한다. 

서울은 성과·펀딩·인재 및 경험 평가 항목에서 10점 만점 중 각각 9점·10점·9점을 받으며 높은 경쟁력을 보여줬다

반면 시장 접근성 항목은 7점으로 서울이 상위권 경쟁 도시들에 비해 낮은 평가를 받았다. 이는 서울이 시장 접근성을 구성하는 하위 항목인 로컬 시장 규모(Local market)와 글로벌 도달성(Global reach)에서 각각 2점과 5점을 받았기 때문이다. 

9점을 받은 지식 항목은 높은 평가를 받은 것처럼 보이지만, 하위 구성 항목을 살펴보면 불균형이 발견된다. 지식의 하위 지표인 특허(Patent) 부분은 10점 만점을 받은 반면, 연구(Research) 부분은 2점에 불과하다. 

요약하면 정부에서 관심이 높고 공적 자금 투입이 많았던 항목에서는 높은 점수를 받았다. 이에 반해 국내 스타트업에서 관심이 비교적 낮은 글로벌 및 연구 관련 항목에서는 낮은 평가를 받았다. 이는 국내 스타트업 생태계가 처한 현황을 고스란히 반영했다고 생각한다. 


서울만 부각된 한국 스타트업 생태계의 한계  

글로벌 스타트업 생태계 랭킹 보고서는 신흥 스타트업 생태계 100여 곳(Emerging Ecosystems Ranking 2024 Top 100)을 추가로 선정해 공개한다. 여기에는 선진국과 개발도상국의 거점 도시들이 포진해 있다. 우리나라가 속한 동아시아 지역으로 범위를 좁혀 보자. 중국은 홍콩, 광저우, 우시, 난징, 청두, 우한을 포함하고 있고, 일본은 오사카 주변 지역을 일컫는 간사이 지방을 포함하고 있다. 아쉽게도 국내 도시나 지역은 보이지 않는다.

스타트업 지놈 보고서가 공개되자 많은 언론이 서울 스타트업 생태계를 칭찬하는 기사를 쏟아냈다. ‘글로벌 9위’를 부각하면서 ‘베이징, 도쿄를 앞섰다’ 등과 같은 눈길을 끄는 제목으로 소식을 전달했다. 

하지만 글로벌 스타트업 생태계 40개 지역과 신흥 스타트업 생태계 100개 지역을 통틀어 국내에서 선정된 곳은 서울뿐이다. 부산 및 대전과 같은 다른 국내 도시들은 충분한 창업 자원을 보유하고 있음에도 글로벌 존재감을 전혀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결국 국내 스타트업 생태계가 처한 실상은 ‘서울의, 서울에 의한, 서울을 위한’ 생태계가 전부이다. 

물론 스타트업 지놈 보고서에 대한 부정적인 의견도 존재한다. 보고서는 지역 스타트업 생태계를 정량적으로 평가해 순위를 매긴다. 이것이 보고서가 정성적으로 중요한 요인과 내용을 빼고 숫자로만 줄 세우기를 했다고 비판을 받는 이유다. 게다가 스타트업 지놈 후원사 도시들은 조금 더 우호적으로 평가를 받는다는 일각의 목소리도 있다. 참고로 서울시 산하 창업지원 기관인 서울경제진흥원은 스타트업 지놈 후원사이다.

스타트업 지놈 보고서 내 글로벌 스타트업 생태계 9위 서울. 이는 분명 대단한 성과이다. 다만 이것이 국내 스타트업 생태계가 보여줄 수 있는 전부라는 것이 안타깝다. 보고서 행간 속 의미는 국내 스타트업 생태계의 미래가 결코 긍정적이지 않음을 보여준다. 지금껏 거두어 온 외형적 성과에 도취되어 미래를 준비하는 내실 다지기에 소홀하지는 않은지 곰곰 돌이켜 볼 필요가 있다.

최화준의 스타트업 인사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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