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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페트병이 가방으로?…쓰레기의 ‘아름다운 변신’ [이코노 인터뷰]

왕종미 플리츠마마 대표
리사이클 원사 활용한 패션 아이템 개발 및 판매
‘지속 가능성’과 ‘패션’, 회사의 핵심 축

왕종미 플리츠마마 대표가 서울 마포구 창전동에 위치한 플리츠마마 사옥 1층 랩실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 신인섭 기자]
[이코노미스트 이혜리 기자] 연간 국민 1명이 버리는 플라스틱 쓰레기는 얼마나 될까. 환경부에 따르면 국민 1인당 폐플라스틱 배출량은 하루 180g, 연간 3287개에 달한다. (2022년, 개수는 500㎖ 빈 생수병 기준) 실제 폐플라스틱 양은 지속 늘고 있으며, 이는 환경 오염을 일으키는 큰 문제로 여겨진다. 

이렇게 버려지는 플라스틱 쓰레기를 재활용한 가방이 있어 화제다. 플라스틱이 가방으로 만들어지는 것 자체도 신기한데 아예 패션 아이템으로서 미감과 실용성까지 갖췄다. 버려진 페트병에서 뽑아낸 원사로 가방을 만드는 패션 브랜드 ‘플리츠마마’(PLEATS MAMA)의 이야기다. 2017년 설립된 플리츠마마는 지금까지 폐페트병을 형형색색의 니트 가방으로 만들며 새 삶을 부여하고 있다.

플라스틱의 아름다운 재활용

플리츠마마의 창립자인 왕종미 대표는 경영 및 디자인 총괄을 맡아 회사를 이끌고 있다. 플리츠마마 론칭 전 니트 디자이너였던 왕 대표는 재직하던 회사가 문을 닫게 되며 남은 재고들을 활용해 제품을 만들어 봐야겠다고 결심했다. 

처음엔 버려지는 울 소재의 실로 가방을 제작하려 했으나 대량생산이 쉽지 않았다. 새로운 소재를 찾다가 이왕이면 친환경 생산이 가능한 방안을 떠올렸다. 그러다 왕 대표는 화학섬유 제조사인 효성티앤씨가 버려진 페트병으로부터 추출한 폴리에스터 원사 ‘리젠’을 생산한다는 것을 알게 됐다.
왕종미 플리츠마마 대표가 서울 마포구 창전동에 위치한 플리츠마마 사옥 1층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 신인섭 기자]

왕 대표는 직접 효성티앤씨에 방문했다. 리젠으로 가방을 만들 수 있다는 점을 설득했고, 효성티앤씨와 협력하는 데 성공했다. 플리츠마마는 지금까지도 리젠을 안정적으로 공급받으며 재활용 원사를 100% 사용해 제품을 만들고 있다. 

왕 대표는 폐페트병으로 만든 제품의 장점과 경쟁력에 대해 “재활용이란 단어가 주는 느낌이 새 제품을 사는 것보다 퀄리티가 떨어지지 않을까 생각할 수 있다”며 “재활용 과정에서 머리카락 굵기보다 가늘고 깨끗하게 세척 후 실을 뽑을 수 있어 퀄리티가 오히려 좋고 발색이 선명해 화려한 색감의 가방을 제작할 수 있다”고 말했다. 
플리츠마마의 시그니처 가방 숄더백. [사진 플리츠마마]

왕 대표에게는 철칙이 있다. 브랜드 슬로건도 ‘룩 시크, 비 에코’(Look chic, Be echo)다. 친환경에 진심이지만, 예쁜 것이 우선이란 지론이다. 플리츠마마의 시그니처 디자인인 플리츠 주름 모양 또한 미적인 아름다움을 제공하기 위함이다. 

“브랜드의 의미나 가치가 있는 것도 중요하지만 저희 가방이 얼마나 예쁜지를 봐줬으면 해요. ‘예뻐서 눈길이 갔는데 친환경적인 제품이라 더 좋다’는 반응을 듣고 싶거든요. 또 플리츠 디자인 자체만으로 미적인 아름다움이 있고, 주름을 가지런히 접으면 여행 갈 때 가져가기도 편하고 가벼워서 실용적이기도 하죠.”

실제 소비자들의 반응도 호의적이다. 플리츠마마의 가방을 직접 구매해 써본 소비자들은 온라인상에 ‘제품이 너무 좋다’는 리뷰를 다수 올리고 있다. 왕 대표는 이러한 소비자들의 반응이 브랜드를 지금까지 이끌어 갈 수 있는 원동력이 됐다고 말했다. 

“소비자들은 저희가 하는 환경적인 활동에 대한 가치를 인정해주는 편입니다. 저희 브랜드는 사실 아직 파급력이 작은 편인데 그럼에도 소비자들의 이러한 반응들은 저희가 지금까지 시장에서 버틸 수 있는 힘이 됐던 것 같아요.”
왕종미 플리츠마마 대표가 서울 마포구 창전동에 위치한 플리츠마마 사옥 2층에서 이코노미스트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 신인섭 기자]

패션 전문 브랜드로 도약 나선다

플리츠마마는 제주·서울·부산·전남 여수 등에서 페트병을 수거해 원사를 뽑아내고 그 지역만의 특성을 제품에 반영한 ‘러브 에디션’ 프로젝트를 2020년부터 진행하고 있다. 또 다수의 대기업과의 협업을 통해 가치 있는 소비생태계 조성에 동참하고 있다. 회사의 이익만을 위해서가 아닌 플리츠마마의 핵심 축인 ‘지속 가능성’과 ‘패션’의 영향력을 확장하고 있다. 

“저희 브랜드의 핵심 브랜딩은 진정성 있는 행동을 보여주는 거예요. 저희의 임무 혹은 미션과도 같은 거죠. 그래서 대기업과 협업할 때도 이익 보다는 지속 가능성을 더 중점적으로 보고 있어요. 아무래도 대기업에서 더 큰 목소리를 낼 수 있기 때문에 그들과의 협업을 통해 더 많은 사람들에게 우리의 이야기를 전할 수 있게 하는 것이 저희의 미션 중 하나죠. 지속 가능성과 패션의 밸런스를 맞춰가야 하는 것 또한 저희의 숙제입니다.”

왕 대표의 목표는 확실하다. 친환경 재료로 가방뿐만 아니라 의류까지 카테고리를 확장해 브랜딩을 강화하겠다는 포부다. 해외 진출도 앞으로는 더 적극적으로 나설 예정이다. 

“지금까지 브랜드의 중심을 잘 지켜왔고, 지속 가능성을 탄탄하게 자리잡히게 한 것 같아요. 쉽게 잊혀지는 브랜드가 아닌 단단한 브랜드를 만든 것 같아 뿌듯하죠. 조금 아쉬운 점이 있다면 지속 가능성에 큰 무게를 두다 보니 패션이 부각되지 못한 것 같아요. 쉽고 더 친근하게, 발랄하게 다가갈 수 있는 플리츠마마가 되기 위해 패션적인 부분을 더 강화해 보려고요. 또 현재 홍콩·대만·싱가포르·인도네시아 쪽으로 수출하고 있는데 앞으로는 해외 진출에 더 적극적으로 움직여볼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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