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당 4000만원, 껑충 뛴 분양가에 ‘1순위 청약’ 통장 5만개 깼다
청약 당첨돼도 분양가 감당 못 해
주담대 금리 계속 올라…대출도 부담
[이코노미스트 이병희 기자] 서울 아파트 분양가가 고공행진 하는 가운데 1순위 청약 가입자들이 청약 통장을 포기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분양 당첨 확률이 높지 않은 데다, 당첨돼도 분양가를 감당하지 못할 것으로 판단한 이들이 청약 통장을 깨는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7월 말 기준 전국 주택청약종합저축 1순위 가입자는 1668만2779명으로 집계됐다. 6월과 비교하면 5만2832명 감소한 수준이다. 1년 전 보다는 46만7423명 줄었다. 1순위 가입자는 2022년 11월(1760만4331명) 정점을 찍은 줄곧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청약통장은 가입 기간‧납입액 등에 따라 1, 2순위를 구분한다. 서울 강남, 서초, 송파구 등 ‘강남 3구’를 포함해 용산구 같은 투기과열지구에서 분양하는 민영주택을 분양 받으려면 가입 기간 2년 이상, 납입액이 300만 원(전용 85㎡ 이하) 이상인 조건을 충족해야 1순위 자격을 얻는다.
문제는 1순위 자격이 있는 가입자라 하더라도 수도권에서 분양하는 아파트 청약에 당첨되기 쉽지 않다는 것이다. 올해 1~7월 분양에 나선 서울 12개 단지의 경우 1순위 청약 평균 경쟁률은 148.9대 1이었다. 1481가구를 모집하는데 22만472명이 몰린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 5일 청약 신청을 받은 서울 강남구 도곡동 ‘래미안 레벤투스’ 특별공급에는 62가구에 1만2092명이 몰린 바 있다. 20억원 안팎의 시세차익을 기대할 수 있어 일반 청약에도 만점 통장이 쏟아졌다.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에 따르면 래미안 원펜타스 청약 당첨 최고 가점은 만점인 84점으로 전용면적 84㎡와 107㎡, 155㎡에서 3명이 나왔다.
84점 만점은 무주택 기간 15년을 유지하고 부양가족이 6명(7인 가구) 이상이어야 한다. 올해 서초구 반포동 ‘래미안 원베일리(조합원 취소분)’ 1가구 모집과 경기 과천시 문원동 ‘과천 디에트르 퍼스티지’, 경기 성남시 수정구 ‘산성역 헤리스톤’ 일반 분양에서도 84점 보유자가 당첨됐다.
분양가·주담대 금리 치솟아, 부담 급증
고분양가도 청약통장 해지 원인 중 하나로 꼽힌다. 전국적으로 분양가가 치솟으면서 당첨이 되더라도 이를 감당하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지난달 서울 민간 아파트 분양가를 집계한 결과 3.3㎡당 평균 분양가는 4401만7000원이었다. 2018년 2월(2192만1000원)과 비교하면 약 6년 5개월 만에 2배가량 분양가가 오른 셈이다.
이 때문에 실거주를 원하는 사람은 청약 통장을 사용해 분양을 받기보다 기존 주택을 구입하는 게 낫다고 판단하기도 한다. 서울 강서구 화곡동에 거주하는 40대 A씨는 “서울에서 34평형 신축 아파트를 분양받으려면 12억원 이상 있어야 하는데, 절반을 중도금으로 채운다고 해도 금리를 감당하기 어렵고 직장인이 현금 5억~6억원을 마련하는 게 쉽지 않다”며 “구축 아파트나 빌라도 (매수를)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가계 대출 증가세가 이어지면서 시중은행들이 수요 억제를 위해 대출 금리를 올리다 보니 주택을 매수하려는 사람들의 부담도 덩달아 커지고 있다. KB국민은행은 20일부터 주택담보대출(전세자금대출 포함) 금리를 최대 0.3%포인트(p) 인상하기로 했다. 신한은행 역시 이르면 21일 주택담보대출 금리를 올릴 예정이다. 하나은행은 22일부터 주력 상품인 하나원큐주택담보대출의 감면 금리를 0.6%p 축소 조정하기로 했다. 대출 감면 금리를 축소하면 사실상 금리 인상 효과가 있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국내 5대 은행은 7월 이후 17차례 금리를 인상했다. 신한은행의 경우 7월 15일부터 이달 16일까지 금리를 5번 올렸다. A은행의 경우 5년 고정 주기형 가장 많이 나가는 주택담보대출의 한 달 전 최저 금리는 연 2.91%였다. 하지만 지난 16일 기준 최저 금리는 연 3.62%로 한 달 만에 0.71%포인트 올랐다. 주택담보대출로 5억원을 빌렸다면, 연이자를 355만원 추가로 부담해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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