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분간 반도체 호황…안심할 수는 없어” 곽노정 SK하이닉스 사장 [기업인 말말말]
“AI 반도체 시장 리딩, 구성원 덕분”
SK그룹 이천포럼 일환 CEO 스피치
기업인의 말 한마디에는 여러 의미가 담겨 있습니다. 개인적인 바람이나 생각부터, 추구하는 목표나 향후 사업 계획까지 결코 단순하지 않습니다. 회사의 규모, 회사에서 일하는 임직원이 많은 만큼 회사를 이끄는 기업인 한 마디의 무게는 가볍지 않을 것입니다. 최근 언급된 기업인의 말을 모아 그 의미가 무엇인지 들여다봅니다. [편집자 주]
[이코노미스트 이병희 기자] “당분간 (반도체 시장) 호황이 예측되지만, 이전의 다운턴(하락국면)을 고려하면 안심할 수만은 없다” 곽노정 SK하이닉스 대표이사 사장은 20일 경기 이천시 SK하이닉스 이천캠퍼스에서 ‘CEO 스피치’를 통해 이렇게 말했다. 곽 사장은 ‘SK하이닉스의 성장 DNA를 이야기하다’를 주제로 연설하며 “AI 반도체 선구자로서 SK하이닉스가 (시장을) 리딩해가는 것은 구성원이 모두 원팀으로 일한 덕분”이라고 공을 돌렸지만, 그래도 지금 상황에 안주하지 말고 긴장의 끈을 놓아선 안 된다고 강조한 것이다.
그는 지난 7일 임직원 소통 행사에서도 “내년 초까지 메모리 수요가 견조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그 후로는 상황을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말한 바 있다.
곽 사장이 ‘반도체 시장 하락국면’을 언급한 것은 그만큼 이전 상황이 녹록지 않았기 때문이다. 지난해 SK하이닉스는 연결기준 7조7303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2021년 12조4103억원의 영업이익, 이듬해인 2022년 6조8094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던 것과 비교하면 얼마나 큰 충격인지 짐작할 수 있다.
특히 지난해 1분기 3조4023억원의 손실, 2분기에는 2조8820억원의 손실을 냈었다. 3분기에도 1조 7919억원의 손실을 기록했는데, 이후 반도체 시장이 나아지지 않았다면 손실 폭은 더 커졌을 것으로 짐작된다. 하지만 이후 AI 산업이 주목받으며 반도체 시장이 살아났고 특히 고대역폭메모리(HBM) 수요가 늘면서 이 제품을 앞서 개발한 SK하이닉스도 살아났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올해 2분기(4~6월) 전 세계 D램 산업의 매출은 1분기보다 24.8% 증가한 229억 달러(약 31조원)로 집계됐다. 드렌드포스는 “수익성을 높인 주류 제품의 출하량 확대가 매출 증가를 이끌었다”고 설명했다. 상대적으로 비싼 HBM 수요가 늘면서 범용 D램 출고량이 줄었고 D램 가격의 평균 단가를 끌어올렸다.
지난 4월 글로벌 반도체 생산 대국 중 하나인 대만에서 지진이 발생하면서 D램 생산에 차질이 생긴 것도 반도체 가격 상승으로 이어졌다. 미국 반도체 업체인 마이크론은 대만 4개 공장에서 자사 메모리 반도체의 약 60%를 생산하는데 지진 여파로 생산 공정에 있던 웨이퍼 물량을 폐기하는 등 공급에 차질을 빚었다. 이런 영향에 2분기 D램 평균판매단가(ASP)는 전 분기 대비 13~18% 올랐다.
1분기 매출 2위를 기록했던 SK하이닉스는 2분기 매출이 79억 달러(약 10조8000억원)를 기록했는데, 이는 1분기 대비 38.7% 증가한 수준이다. D램 시장 점유율도 1분기 31.1%에서 2분기 34.5%로 확대됐다. 주요 D램 업체 가운데 2분기 시장 점유율이 전 분기보다 높아진 것은 SK하이닉스가 유일하다. 트렌드포스는 SK하이닉스가 5세대 제품인 HBM3E의 인증 및 대량 출하로 비트 출하량이 20% 이상 증가하며 매출이 40%가량 늘어난 것으로 분석했다.
한편, 곽 사장은 “우리의 일하는 모습에 SKMS가 녹아 있어 (반도체 업황의) 다운턴, 중국 우시공장 화재 등 위기 상황을 극복할 수 있었다”며 앞으로도 “SKMS를 기반으로 잘 헤쳐 나가자”고 당부했다. SKMS는 고(故) 최종현 SK그룹 선대회장이 지난 1979년 처음 정립한 SK의 경영 철학이다. 자율과 책임, 구성원과 이해관계자의 행복, 최고의 경쟁력 등의 기본 경영 가치 등이 담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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