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닻 올린 가상자산법, '2단계 입법' 서둘러야 할 이유[김기동의 이슈&로]

명확한 규제 둔 싱가포르...ICO 메카 되다
가상자산법, 후속 보완 조치 신속히 이뤄져야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이 시행된 지난 7월 19일 서울 강남구 업비트 라운지에서 직원이 업무를 보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김기동 법무법인 로백스 대표변호사] 지난 7월 19일부터 ‘가상자산 이용자 보호 등을 위한 법률’(이하 가상자산법)이 시행되고 있다. 이 법률은 가상자산 이용자 보호를 위해 불공정거래행위 규제에 중점을 둔 최초의 국내법이다. 법 시행을 앞두고 시장과 이용자들 사이에선 불공정거래행위가 대폭 줄어들 것이라는 기대와 강한 규제 탓에 거래가 위축될 거라는 우려가 교차했다.

가상자산법 시행과 의의

가상자산법은 국내 가상자산 전체를 규율하는 ‘가상자산업권법’ 중 1단계 입법이다. 이 법은 ▲가상자산에 관한 정의  ▲이용자 자산에 대한 보호 ▲불공정거래 규제 등 세 가지 축으로 이뤄져 있다.

가상자산법은 기존 ‘특정 금융정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과 같이 “경제적 가치를 지닌 것으로서 전자적으로 거래 또는 이전될 수 있는 전자적 증표”라고 가상자산을 정의하면서도, 가상자산 제외 대상을 더 확대했다. 예를 들어, 한국은행이 발행할 디지털화폐(CBDC)나 증권성 없는 NFT(대체불가토큰) 등은 제외했다. 

이용자 자산 보호를 위한 조치도 강화됐다. 가상자산사업자들은 이용자의 예치금을 은행에 보관해야 하고, 예치금에서 발생하는 이자수익의 일부를 이용자에게 지급해야 한다. 이용자들이 위탁한 가상자산 중 80% 이상은 콜드월렛(인터넷에 연결되지 않은 안전한 전자지갑)에 보관된다. 해킹 등 사고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을 이행하기 위해 보험에 가입하거나 적립금을 준비할 의무도 생겼다. 

불공정거래행위에 대한 제재 규정이 마련된 점도 큰 변화다. 이전에는 증권에 해당하는 가상자산만 자본시장법으로 처벌할 수 있었다. 그 외에는 사기, 배임, 업무방해 등의 형법상 범죄로 처벌할 수 있었을 뿐이다. 가상자산법에서는 미공개 정보이용, 시세조종 등 불공정거래 행위 적발 시 1년 이상의 징역 또는 부당이득의 3~5배 상당 벌금에 처하게 된다. 부당이득액이 50억원을 넘으면  5년 이상의 징역 또는 무기징역으로 가중 처벌된다.

가상자산법 시행은 가상자산 시장의 투명성을 높이고 불공정거래를 억제하기 위한 중요한 첫걸음이다. 그러나 과연 가상자산법의 제정, 시행으로 가상자산을 이용한 불공정거래가 획기적으로 줄어들까? 가상자산 분야는 종래에 없던 새로운 시장을 탄생시켰고, 진화를 거듭하며 계속 확장해 나가고 있다. 기존의 자본시장에 관한 규제를 거의 그대로 적용하는 이 법의 시행만으로는 한계가 뚜렷하다. 

예를 들어 미공개정보 이용 행위를 처벌하려면 그 전제로 공시제도가 정립돼야 한다. 그러나 전자공시시스템(DART)에서 기업에 관한 각종 주요 정보를 공시하는 기존 자본시장과 달리 가상자산 시장에는 적절한 공시시스템을 마련하는 것이 무척 어렵다.

국내에서는 가상자산 공개(ICO, 기업 대신 가상자산을 공개하는 새로운 자금조달 방식)가 금지돼 있어 우리나라 금융당국은 발행시장에 대한 관여가 불가능하다. 유통시장도 너무 많고 다양하며, 시세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들이 복잡다기하다. 

규제만으론 가상자산 관리 힘들다

최근에 발생한 어베일(AVAIL) 사태는, 규제만으로는 가상자산 시장에 내재한 복잡한 문제와 위험 요소를 완전히 통제하기 어렵다는 점을 여실히 보여준다. 

어베일 코인은 지난 7월 23일 빗썸에 신규 상장됐다. 상장 당시 1개당 236원이었는데 상장 15분 만에 3500원까지 폭등했지만, 다른 글로벌 거래소에서는 200원 초반대였다. 다음 날 빗썸에서도 200원 후반대로 다시 돌아와 시세조종 논란이 거셌다. 

어베일 코인이 타인의 가상자산을 모아 대리 거래를 했다는 점 때문에 차명 거래 논란과 함께 자금세탁방지(AML) 제도의 허점이 드러났다. 이번 사태를 주도한 투자자 A씨(한국인으로 추정)는 빗썸 상장 약 40분 전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어베일 물량을 모집했고 모두 124만1850개(약 42억원)를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상장 첫날 전체 유통 물량의 80%에 해당한다. 

국내 AML 규제는 송·수신자의 신원만 확인하면 거래 자체를 문제 삼지 않는다. 그 이전의 거래나 관련 자금이 불법에 연루됐는지 여부는 확인할 방법이 없다. 국내 거래소는 외국인과 법인의 실명계좌 개설 및 거래를 금지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런 과도한 규제로 오히려 국내 가상자산 시장이 투기 세력에 더 취약해졌다고 지적한다. 

한국은 2017년 가상자산 투기 광풍 이후 시장을 억누르기에만 급급했다. 그러나 싱가포르는 ICO의 메카로 자리매김하며 전 세계 가상자산 사업가들을 끌어모았다. 이는 적지 않은 세수 확보와 일자리 창출로 이어졌다. ICO를 허용하면서 명확한 규제를 둔 덕분이다. 

새로운 규제가 가상자산 시장을 짓누르지 않고 건강한 생태계를 키우기 위해서는 국회와 당국이 2단계 입법을 서둘러야 한다. 가상자산의 발행‧상장‧공시 등 산업진흥을 위한 근거 규정이 마련돼야 한다. 이제 막 닻을 올린 가상자산법과 앞으로 이어질 2단계 입법이 우리나라 가상자산 시장의 새로운 기회가 되길 기대한다. 

김기동 법무법인 로백스 대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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