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임 회장 부정대출’ 우리금융‧은행 향한 금융당국 칼끝
[우리금융 덮친 태풍]①
이복현, 임종룡‧조병규 등 ‘늑장대응’ 연일 질타
금감원 엄정 조치 예고에 경영진 중징계 관측도
[이코노미스트 김윤주 기자]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부정대출’이 발생한 우리금융지주와 우리은행을 향해 연일 비판을 쏟아내고 있다. 특히 임종룡 우리금융지주 회장과 조병규 우리은행장의 늑장 대응을 강하게 질타하면서 이들 경영진에 대한 징계가 불가피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추가 현장검사…이례적 보도자료 배포도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지난 8월 22일부터 우리은행에 대한 현장검사를 진행 중이다. 손태승 전 우리금융 회장 친인척에 대한 350억원 규모의 부당대출에 대한 추가 검사다. 앞서 금감원은 지난 8월 9일 현장검사 결과를 발표한 뒤, 2주여만에 관련 검사에 다시 돌입했다.
금감원은 추가 현장검사를 진행하는 가운데 지난 25일에는 ‘우리은행 전직 회장 친인척 부적정 대출 취급 관련 추가 사실에 대한 설명 자료’를 배포했다. 금감원이 보도 참고자료까지 배포하며 개별은행의 잘못을 비판한 것은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해당 자료에서 금감원은 “최근 적발한 손태승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의 우리은행 부당대출과 관련해 우리금융의 대처가 미흡했다”고 설명했다.
우리은행은 지난 2020년 4월부터 올해 1월까지 손 전 회장의 친인척을 대상으로 20개 업체, 42건에 걸쳐 616억원에 달하는 대출을 실행했다. 이 중 절반이 넘는 28건, 350억원 규모가 특혜성 부당대출 혐의를 받고 있다.
금감원은 올해 초 우리금융·은행 경영진이 부당대출을 인지하고도 금융당국에 보고하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우리은행 여신감리부서는 작년 9~10월 손 전 회장 친인척 대출 사실을 현 우리은행 경영진에 보고했다. 이후 우리금융지주 경영진은 늦어도 올해 3월께 감사결과가 반영된 안건을 보고받는 과정에서 손 전 회장 친인척 연루 사실을 인지한 것으로 파악됐다.
금감원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2023년 12월 부실 대출을 승인한 영업본부장이 퇴직한 이후인 올해 1월에 되어서야 자체 감사에 착수했다. 올해 3월 감사 종료 및 4월 면직 처리 등 자체 징계 후에도 감사 결과를 금감원에 알리지 않았다.
금감원 ‘늑장대처’ 지적…우리 “뚜렷한 불법행위 없어”
금감원은 우리은행의 ‘늑장대처’를 꼬집는다. 금감원이 지난 5월 제보를 받아 우리은행 측에 사실관계 확인 요청을 하고 나서야 감사결과를 전달했다는 것이다. 금감원 늦어도 올해 4월 이전에는 우리은행에게 금융사고 보고와 공시의무가 발생했다고 보고 있다.
우리은행은 올해 초 자체 검사를 진행하던 중 관련 문제를 파악하고 직접 관계자들에 대해 징계 조치를 내렸다. 다만 뚜렷한 불법행위가 없어 금융사고로 볼 수 없다는 이유로 금감원에 별도 보고를 하지 않았다고 해명한다.
우리은행은 “이때 본 건을 금감원에 보고하지 않은 것은 ‘금융기관 검사 및 제재에 관한 규정 시행세칙’ 67조 규정에 근거해 심사소홀 외 뚜렷한 불법행위가 발견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우리은행은 해당 규정엔 ‘심사 소홀 등으로 인해 취급여신이 부실화된 경우는 이를 금융사고로 보지 아니한다’고 적시돼 있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금감원은 현재 경영진이 이번 사안에 대해 제대로 이사회에 보고하지 않은 점도 지적했다. 금감원은 “그간 금융회사 지배구조에 있어 경영진 견제 등 이사회 기능의 중요성을 강조해왔다”며 “그러나 우리금융지주·은행은 대규모 부적정 대출 취급 사실을 인지하고도 이사회에 제대로 보고한 사실이 없다”고 했다. 이어 “그간 금감원과 은행권이 공동으로 추진해 온 지배구조 개선 취지와 노력이 심각하게 훼손된 것”이라고 했다.
금감원은 책임 있는 임직원에 대해서는 관련 법규와 절차에 따라 최대한 엄정 조치하겠다고 밝혔다. 금감원은 “이번 대규모 부적정 대출과 관련해 금융사고 자체뿐 아니라 금융사고 미보고 등 사후 대응 절차마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전반적 내부통제 미작동을 매우 심각하게 바라보고 있다”고 말했다.
칼 빼든 이복현…우리금융 경영진 겨눠
이복현 금감원장 또한 우리금융지주·은행 경영진을 겨눈 발언을 서슴지 않고 있다. 이 원장은 지난 25일 한국방송(KBS) 일요진단 라이브에 출연해 “법상 보고해야 하는 내용이 제때 보고가 안 된 건 명확하기 때문에 누군가는 책임져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임 회장과 조 행장에 대한 제재 가능성을 내비친 것이다.
앞서 이 원장은 우리금융·은행을 저격해 강도 높은 발언도 내놨다. 이 원장은 지난 20일 금감원 임원회의에서 “우리은행이 ‘뚜렷한 불법행위가 없었다’는 이유로 금감원에 부당 대출 건을 보고하지 않은 것은 스스로를 합리화하는 행태”라며 “우리금융이 보이는 행태를 볼 때 더는 신뢰하기 힘든 수준”이라고 비판했다.
이 원장의 발언이 임 회장과 조 행장을 직접 겨냥한 만큼, 최악의 경우 회장과 행장의 동반 중징계까지 예상된다. 금융회사 임원에 대한 제재는 ▲해임 권고 ▲직무 정지 ▲문책 경고 ▲주의적 경고 ▲주의 등으로 나뉜다. 문책 경고 이상은 중징계로 분류되며 중징계 대상 임원은 연임은 물론 3~5년간 금융권 취업 제한을 받는다.
작년 3월 임기를 시작한 임 회장의 임기는 2026년 3월까지다. 지난해 7월 임기를 시작한 조 행장은 오는 12월 31일 임기가 만료된다. 특히 조 행장의 연임이 위태로운 상황이다. 은행권에선 행장에게 ‘2+1년’의 임기가 부여되는 것이 통상적이다. 하지만 조 행장의 경우 1년 연임 없이 물러날 수도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각 은행들은 금융당국의 ‘은행지주·은행의 지배구조에 관한 모범관행’에 따라 올해 9월부터 행장 인선 작업을 본격화할 전망이다. 금융당국의 지배구조 모범관행에는 기존 폐쇄적인 승계 절차를 없애고, 임기 만료 3개월 전부터 차기 행장 선임 준비를 시작하도록 한 원칙이 담겨 있다. 하지만 우리은행의 행장추천위원회 등 행장 인선 일정은 아직 미정이다.
한편, 임종룡 우리금융그룹 회장은 지난 8월 28일 서울 중구 본사에서 긴급 임원회의를 열고 “금융감독원과 검찰의 조사에 대해 숨김없이 모든 협조를 다해서 이번 사안이 명백하게 파악되도록 해 주시기 바란다”며 “조사 혹은 수사 결과가 나오면 저와 은행장을 포함한 임직원은 그에 맞는 조치와 절차를 겸허하게 따르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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