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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동성 악화로 판매자 피해?…오늘의집, 시장 우려 ‘일 정산’으로 종식

티메프 사태 후 이커머스 기업 ‘재무 상태’ 우려 확산…정산 지연 두려움 탓
“‘자본잠식’ 오늘의집, 판매자 정산 지연 중”…회사 “명백한 허위 사실” 반박
자본잠식, 회계 기준 변경 따른 ‘착시’…재무 안정성 기반한 ‘빠른 정산’ 도입

[사진 버킷플레이스]

[이코노미스트 정두용 기자] 버킷플레이스가 자사 플랫폼에 입점한 국내 판매자를 대상으로 ‘일 정산’을 전격 시행한다. 버킷플레이스는 라이프스타일 전자상거래(이커머스) 애플리케이션(앱) ‘오늘의집’의 운영사다.

버킷플레이스는 오늘의집에 일 단위 정산 제도를 9월 중 도입한다고 28일 밝혔다. 빠른 정산 제도의 도입은 ‘버킷플레이스가 현금 유동성이 악화한 상태라 판매자 정산 지연이 이뤄질 수 있다’는 식의 우려가 제기된 데 따른 변화다. 버킷플레이스 이런 우려를 정면으로 돌파할 카드로 ‘빠른 정산 도입’을 꺼냈다. 재무 상태가 안정적이라는 점을 가장 효과적인 방법으로 시장에 전달한 셈이다.

이커머스업계 관계자는 이를 두고 “버킷플레이스가 실제로 현금 유동성이 악화한 상태였다면 도입할 수 없는 제도”라면서 “중소 판매자와 상생해야 한다는 목소리에 적극적으로 응답한 것”이라고 말했다.

티몬·위메프 정산 지연 사태(이하 티메프 사태)가 벌어진 뒤 이커머스 기업의 재무 건전성에 대한 우려가 확산하고 있다. 버킷플레이스는 이 과정에서 자본잠식(부채가 자산보다 많은 상태) 기업으로 지목되면서 시장의 우려를 샀다. 현금 유동성이 악화한 상태라 정산 지연이 우려된다는 목소리가 판매자 사이에서 나왔다. 일부 온라인 커뮤니티에선 ‘오늘의집에 입점한 판매자가 제때 정산을 받지 못하고 있다’는 식의 소문이 나돌기도 했다.

버킷플레이스 측은 정산 지연에 대해 “명백한 허위 사실”이라고 못 박았다. 허위 사실로 회사를 비방하는 행위들에 대한 강력한 법적조치 등도 검토하고 있다. 자본잠식에 대해선 ‘회계 기준 변경으로 인한 착시’라는 입장이다.

버킷플레이스가 지난 4월 공시한 2023년 연결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자본잠식 상태가 맞다. 연간 기준으로 회사의 자산총계는 4195억2550만원이지만, 부채총계는 1조2184억1533만원이다. 자본총계는 이에 따라 마이너스(-) 7988억8982만원인 상태다. 연결 재무제표상 자기자본이 자본금보다도 적어 완전 자본잠식 상태로 분류된다.

버킷플레이스 측은 그러나 완전 자본잠식 상태가 ‘회계 기준’의 변경 때문에 발생한 오해라고 설명했다. 버킷플레이스는 2022년까지 일반기업회계기준(K-GAAP)을 적용하다, 2023년부터 한국채택국제회계기준(K-IFRS)에 따라 재무제표를 작성하고 있다. 이에 따라 기존에는 ‘자본’으로 잡히던 상환전환우선주(RCPS·Redeemable Convertible Preferred Stock) 관련 항목이 ‘부채’로 인식됐고, 시장에 불필요한 오해가 발생했단 입장이다.

RCPS는 K-IFRS 기준에서는 부채로 분류되지만, K-GAAP에선 자산으로 인식한다. 버킷플레이스는 그간 약 3300억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했다. 현재 기업가치 기준 전환권과 상환권의 평가액은 약 7000억원이다. 이를 모두 회계상 ‘부채’로 기록하면서 완전 자본잠식 상태로 전환됐다. 회사의 사업 현황이나 재무 상태는 지속 우상향하고 있지만, 회계 기준 변화로 현금 유동성이 악화한 상태인 것처럼 표기된 셈이다.

2023년 말 회사의 자본 상태를 K-IFRS 기준으로 정리하면 ▲자본총계 7946억원 ▲유동비율 39.7% ▲당좌비율 38.7%로 재무 상태가 좋지 못한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이를 K-GAAP 기준으로 보면 ▲자본총계 2243억원 ▲유동비율 224.8% ▲당좌비율 219.0%다. 이 수치만 보면 건실한 재무 건전성을 지닌 기업으로 평가할 수 있다.

회사는 K-GAAP에서 K-IFRS로 회계 기준을 바꾼 배경으론 ▲미국·일본·인도네시아 등 해외 진출 ▲글로벌 투자사로부터 투자금 유치 등을 꼽았다. 시장 일각에선 버킷플레이스가 기업공개(IPO)를 염두에 둔 행보라는 시각도 있다.
[자료 버킷플레이스]

버킷플레이스 측은 “RCPS 관련 금액이 커 보이지만 현실에선 투자자가 ‘투자금과 이자를 돌려받겠다’고 요청하는 상환권 행사가 거의 이뤄지지 않는다”며 “만기도래 시 보통주로 전환되어 ‘자본’으로 인식되는 경우가 대부분이기에, RCPS는 회계상으로는 부채지만 실제 현금 유출은 발생하지 않는 ‘회계상 착시’라고 불린다. 스타트업은 배당가능이익이 사실상 없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이어 “기업의 미래를 밝게 보며 투자한 투자자 입장에선 상환권은 정말 만약의 경우를 대비한 안전장치에 가깝고, 전환권을 통해 투자 수익을 더 높이는 방향을 더 선호하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했다. 또 “올해 8월에 2014년 투자 이후 10년 만기 도래된 RCPS가 처음으로 보통주로 전환된 바 있다”며 “앞으로도 계속 보통주 전환이 순차적으로 이어질 예정”이라고 밝혔다.

버킷플레이스가 이런 재무 건전성을 드러내고 판매자와의 상생을 목적으로 도입하는 제도가 ‘일 정산’이다. 기존 월 2회 정산 시스템을 개편해 매일 정산된 판매 금액을 입주 판매자에 지급하는 제도다. 재무적 안정성을 담보하지 못했다면 시행되기 어려운 제도다.

회사는 이번 개편에 따라 소비자의 구매 확정 기준일에서 ‘2영업일’(월~금 평일 기준)에 해당 금액을 판매자에 정산해 준다. 기존에는 매월 1일~14일 구매 확정된 정산금은 20일에, 매월 15일부터 말일까지의 구매 확정된 정산금은 다음 달 5일에 지급했다. 이를 더욱 단축해 판매자와의 상생을 추구하겠단 취지다. 판매자 입장에선 기존 대비 최대 19일까지 정산 주기가 앞당겨진다. 매일매일 정산을 받아 목돈이 묶이는 경우도 사라진다.

회사 측은 “이번 일 정산 시스템 도입을 통해 2만6000여 파트너들의 자금 회전이 원활해지고, 선 정산 대출로 인한 이자 비용 부담 등을 덜어 사업 운영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며 “일부 이커머스 정산금 미지급 사태와 관련, 자금 운용 상태가 어려워진 중소업체가 많아진 것을 고려해 8월 초 국내 파트너사의 판매 대금 675억원을 조기 정산 지급한 바 있다”고 전했다.

지영환 오늘의집 재무총괄은 “3100억원 이상의 현금성 자산과 높은 유동비율 등 안정적 재무 상태를 기반으로 파트너의 부담을 덜어 줄 수 있는 방법을 꾸준히 고민해 왔다”고 전했다.
[자료 버킷플레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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