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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지구의 水생태계 복원하고 구현해야 할 때”[이코노 인터뷰]

[세계 석학과의 대화]① 제러미 리프킨 경제동향연구재단 이사장 단독 인터뷰
과학자들 “제6의 대멸종’에 가까워지고 있다”고 경고
“분산형 생태계에서 스타트업·중소기업 강력한 힘 발휘할 것”

제러미 리프킨 미 워싱턴 경제동향연구재단 이사장과 신간 ‘플래닛 아쿠아’. [사진 민음사]

[대담=최화준 아산나눔재단 AER지식연구소 연구원·정리 최영진 이코노미스트 기자] 1972년 12월 7일 달로 향하던 아폴로 17호 우주선 승무원이 2만9400km 상공에서 지구를 촬영했다. 지구는 초록빛으로 물들어 있을 것으로 생각했지만, 우주에서 바라본 지구는 파란색이었다. 지구에 대한 인류의 인식이 완전히 바뀐 계기가 됐다. 2021년 8월 24일 유럽우주국(ESA)은 ‘물의 행성’이라는 뜻의 ‘플래닛 아쿠아’(Planet Aqua)라는 말을 내놓았고, 미 항공우주국(NASA)도 이에 동조했다. 

지구 온난화로 인해 전 세계가 봄철 대홍수와 가뭄·폭염·산불·태풍·폭설 등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인류의 생활 방식을 바꿔야 할 때라는 것은 상식이 됐다. 이런 상황을 해결하려면 ‘수생태계를 복원하고 수생태주의를 구현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글로벌 석학이 있다. 제러미 리프킨(Jeremy Rifkin) 경제·사회 사상가(경제동향연구재단·Foundation on Economic Trends) 이사장이 주인공이다. 그는 지난 9월 3일 한국에서 ‘플래닛 아쿠아’라는 신간을 출간했다. 이에 맞춰 그는 유일하게 본지와 단독 인터뷰를 수락해 수생태계 복원에 대한 그의 목소리를 가감 없이 전달했다. 

그는 인터뷰에 앞서 “통역 없이 인터뷰했으면 한다”라는 의사를 밝혔다. 이에 리프킨 이사장과의 인터뷰는 본지의 필진이자 리프킨 이사장과 대학(미 펜실베이니아대) 동문인 최화준 아산나눔재단 AER지식연구소 연구원이 진행했다. 리프킨 이사장과의 인터뷰는 지난 9월 19일 저녁 8시 30분부터 2시간 넘게 영어로 진행됐다. 최 연구원은 인터뷰에 앞서 ‘플래닛 아쿠아’를 영어 원서로 읽는 수고도 마다하지 않았다. 최 연구원은 인터뷰 후 “리프킨 이사장이 한국을 잘 알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면서 “경제학자이자 사회학자로 유명하지만 인터뷰하면서 철학적인 담론을 이야기하는 석학이자 뛰어난 사상가라고 생각하게 됐다”고 소감을 밝혔다. 리프킨 이사장은 ‘허프포스트’가 실시한 글로벌 설문조사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경제 사상가 10인’에 선정된 바 있다. 그는 ‘회복력 시대’ ‘3차 산업혁명’ ‘유러피언 드림’ ‘소유의 종말’ ‘노동의 종말’ 등 23권의 책을 펴냈다. 그의 저서는 전 세계 35개 언어로 번역됐다. 

Q 당신의 책들이 한국 독자들에게도 큰 사랑을 받았다. 한국 독자들에게 인사를 해달라. 
“아시다시피 나는 한국의 열렬한 팬이다. 한국은 자신감과 책임감을 가지고 사회가 직면한 도전에 함께 고민하는 국가다. 또한 미래세대 문제 해결 방향을 제시하는 나라라고 생각한다.”

Q ‘플래닛 아쿠아’를 쓰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지난 50년 동안 기후 변화 속 지구의 미래에 대한 문제에 관여했다. 지금 전 세계는 기후 문제를 겪고 있다. 200여 년 전 인류는 지구에서 석탄 석유와 천연가스를 얻으면서 진보의 시대를 열었지만, 화석 연료에 기반한 오늘날의 모습은 끔찍하다. 지구 온도가 1도 상승할 때마다 바다·강·호수·나무 등에서 증발하는 물의 양은 7%가 늘어난다. 그 결과 우리는 극단적인 기후 사건들을 보고 있다. 봄에는 대규모 홍수가 여름에는 가뭄이, 가을에는 강력한 태풍이 그리고 겨울에는 전례 없는 폭설이 발생한다. 우리는 실시간으로 기후 변화를 경험하고 있다. 
기후 변화는 물순환 시스템을 급격하게 변화시켰다. 일각에서 물이 부족해지고 있다고 말하지만 물의 총량은 변하지 않았다. 문제는 물이 어디에서, 언제, 어떻게 내리는지 변화하고 있다는 것이고 우리가 직면한 주요 문제다. 기후 변화는 우리의 살아가는 방식을 변하게 한다. 과학자들은 우리가 ‘제6의 대멸종’에 가까워지고 있다고 경고한다. 이제 태어난 아이들은 지구 생물 종의 절반 이상이 사라지는 것을 볼 수도 있다. 이번 책을 쓴 이유는 사람들에게 ‘이제 깨어날 때가 됐다’고 말하고 싶기 때문이다. 지난 6000년 동안 우리는 지구를 잘못 이해했다. 우리는 육지 행성에 사는 것이 아니라, 물의 행성에 살고 있다.”

제러미 리프킨 미 워싱턴 경제동향연구재단 이사장. [사진 민음사]


“물은 자원이 아닌 생태계 지탱하는 근본적인 힘”


Q 책에서 지구를 ‘수권’(hydrosphere) ‘암석권’(lithosphere) ‘대기권’(atmosphere), 그리고 ‘생물권’(biosphere)으로 나눴다. 당신은 다른 권역보다 수권에 집중하고 있고, 수권의 핵심인 물을 특별하게 강조하는데 그 이유가 무엇인가. 
“우리는 물을 자원으로만 생각하는 경향이 있지만 실제로 우리 생태계를 지탱하는 근본적인 힘이다. 물이 없다면 생명도 없고, 자연의 다른 시스템도 존재할 수 없다. 내가 책에서 강조하고 싶은 것은 바로 물의 중요성이다. 수권이 없으면 암석권이나 대기권도 존재할 수 없다. 물이 바위를 침식시키고 그 침식된 바위가 퇴적물로 변해 토양을 만든다. 이 토양이 없으면 식물도 자랄 수 없고, 동물도 살 수 없다. 물이 없었다면 이런 과정이 일어날 수 없으며, 결과적으로 생명체도 존재할 수 없다.”

Q 수권 시대에서 스타트업과 중소기업의 역할을 기대하고 있나. 
“수권 시대의 본질은 분산이다. 기술 진보의 방향도 분산을 지향할 것이다. 이런 전환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통신·에너지·모빌리티·물류·물·건축 환경 등 다양한 분야에 걸쳐 탄력적인 생태계가 구축될 수 있다. 10년 안에 바다 밑이나 시간대를 넘어 세계의 한 지역에서는 태양을, 다른 지역에서는 바람을 공유하는 글로벌 에너지 인터넷 구축이 가능하다. 이 모든 것은 지역 간 연결을 통해 이루어질 것이다. 이는 정말로 큰 변화다. 앞으로 기업들은 이런 분산형 생태계를 기반으로 운영될 것이다. 분산화의 바람 속에서 일부 대기업은 여전히 살아남겠지만 스타트업과 중소기업 역시 동등한 경쟁의 장에 서게 될 것이다.”

리프킨 이사장의 신간은 기후 변화에 대한 대응을 강조하는 환경 서적이기도 하지만, 삶의 형식과 철학을 바꿔야 한다는 철학 담론서다. 그는 특히 자본주의의 대안을 모색해야 할 때라고 강조한다. 자본주의가 강조하는 ‘효율성’과 ‘생산성’ 대신 자연의 ‘재생력’을 복원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자본주의는 성장을 옹호하는 반면 수생태주의는 번영을 강화한다. 자본주의는 생산성을 추구하지만 수생태주의는 재생성을 촉진한다. 자본주의는 자연을 수동적 자원으로 여긴다. 이에 반해 수생태주의는 자연을 살아 움직이는 생명의 원천으로 여긴다’고 책에서 밝혔다. 

그가 이런 수생태주의를 강조할 수밖에 없는 예시로 든 것은 2012년 10월 29일 미 뉴욕을 강타한 ‘허리케인 샌디’다. 터널, 도로, 건물이 침수되고 심지어 뉴욕증권거래소가 이틀간 폐쇄됐고, 수천 명의 뉴욕 시민이 일주일 동안 대피해야 했던 큰 재난이었다. 당시 뉴욕주에서만 최소 50여 명이 사망했고, 샌디로 인한 재산 피해가 190억 달러에 달하는 피해가 발생했다. 리프킨 이사장은 책에서 ‘미국 전역의 다른 도시들 역시 뉴욕시의 선례를 따라 포장도로 밑에 있는 오래된 하천을 발견하고 도시 환경을 그 강들과 다시 통합하기 위해 물을 풀어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Q 인류가 물을 지배하는 관점을 버리고 수권에 적응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자연에는 ‘효율성’(efficiency)이라는 개념이 없다. 사람들은 효율성이 모든 종과 생명체의 본질이라고 생각하지만 이는 잘못된 것이다. 효율성은 경제적 용어로 인간이 만들어낸 개념이다. 효율성은 지난 6000년 동안 산업 시대와 자본주의 시대를 관통했고 진보의 시대를 이끌었다. 효율성은 자원을 착취하고 인간의 필요를 충족하기 위한 수단이었다. 
반면 자연의 중심은 적응이다. 지구의 모든 생명체는 몸의 세포마다 수많은 생체 시계를 가지고 있다. 그 생체 시계들은 지구가 태양 주위를 365일 공전하는 동안에도 계속 작동한다. 즉 자연의 모든 생명체는 매일 지구 회전과 태양 주위를 도는 계절 변화에 맞춰 적응하고 있다. 자연에는 ‘생산성’(productivity)이라는 개념이 존재하지 않는다. 생산성 역시 경제적 용어일 뿐이다. 대신 자연은 ‘재생성’(regenerativity)을 가지고 있다.”

Q 수권을 복원하고 수권주의를 구현하기 위해 ‘복잡 적응형 사회·생태계 시스템(Complex Adaptive Social·Ecological Systems, CASES) 접근법’을 제안했다. 
“답변에 앞서 잠시 철학적 이야기를 한다면 고대 그리스 철학자 플라톤은 연역적(deductive) 추론이 진리에 도달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경험을 불완전한 모방이라 말하는 그의 주장은 지구 생명체가 가진 육체성을 폄하했다. 중세 계몽주의를 대표하는 프랜시스 베이컨은 귀납적(inductive) 추론을 도입해 자연을 해석하려 했다. 그리고 과학에는 세 번째 접근 방식이 있는데 20세기 초반 실용주의 과학자들이 주장한 가설적(abductive) 추론이다. 그들은 연역적·귀납적 추론을 모두 비판했다. 대신 ‘순간마다 우리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에 적응하고 반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세 번째 관점이 내가 제안하는 CASES 접근법과 비슷하다. 지구상의 모든 것은 과정과 패턴 그리고 흐름으로 이뤄져 있다. 모든 것은 상호작용하며, 매 순간 서로에게 영향을 미친다. 오늘날의 물리학자·생물학자·화학자들 역시 우리의 생명도 그러한 과정과 패턴, 흐름의 일부라고 이해하기 시작했다. 이것이 우리의 생물학적 리듬이고 생명의 본질이다.”

Q 인류 기술의 발전이 현재의 기후 위기를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보나. 
“낙관론과 비관론을 구분하는 것은 소용없는 일이다. 중요한 것은 행동하는 것이다. 홍수·가뭄·폭염 등을 겪는 지구 생명체는 가장 큰 존립의 위기를 맞고 있다. 그렇다고 인류는 포기해야 하나. 그렇지 않다. 우리는 적응력과 공감 능력이 뛰어난 종이다. 위기는 항상 기회를 만들어냈다. 이는 역사적으로 명백하다. 결국 우리가 해야 할 일을 적극 찾아 나서는 것이 필요하다. 우리의 뒤를 잇는 MZ 세대·알파 세대·베타 세대 등이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다.”

수생태주의 채택하면 한국에도 큰 변화 가능

Q 당신이 제안한 수생태주의(hydrosim)와 수권(hydrosphere)이 한국 경제의 전환점이 될 수 있나. 
“국가들이 물에 대한 권리, 이를테면 호수·강·바다에 대한 법적 권리를 부여하기 시작했다. G20 국가 중 일부 국가들은 수역에 법적 권리를 부여해야 한다고 말하기 시작했고 일부는 행동하기 시작했다. 그들은 강과 호수를 자유롭게 운영하고 물이 자연스럽게 흐를 권리도 논의하기 시작했다. 한국도 비슷한 정책을 만들기를 기대한다. 한국은 작은 나라지만 열린 마음을 가지고 주변 국가 혹은 유럽연합과 함께 수역에 대한 권리를 확장하고 지구를 ‘아쿠아 행성’ 관점에서 브랜딩할 수 있다고 본다. 이렇게 되면 한국에서도 큰 변화가 나타날 것이다.”

Q 기후 위기 시대에 지정학(geopolitics)보다 생물권 정치(biosphere politics)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20여 년 전 출간한 ‘유러피안 드림’의 내용을 떠올리게 한다. 기후 위기 및 이에 대한 대응이 세계 경제와 정치 지형을 바꿀 것으로 생각하나. 
“물론이다. 수권 프레임은 우리를 새로운 영역으로 이끌 것이다. 수권이 주도하는 미래의 인프라는 소유보다 접근, 중앙화보다 분산화, 생산성보다 재생성, 효율성보다 적응성, 국내 총생산 지표보다 삶의 질 지표 등이 우선하게 될 것이다. 이것은 인류에게 큰 도약이고 거기에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한다. 이것은 특별한 마지막 기회다. 앞으로 몇 세대의 시간이 걸릴 수도 있지만, 정말 빠르게 이뤄져야 하고 많은 사람들이 참여해야 성공할 것이다. 인류는 적응력과 공감 능력이 뛰어난 종이기 때문에 이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다. 젊은 세대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Q 수권 시대에는 여성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기후 변화 대응에서 여성의 잠재성과 기대 역할은 무엇인가. 
“여성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다. 이 책에서 한 챕터를 따로 할애한 이유다. 우리 조상들은 물을 생명의 원천으로 생각했다. 여성은 생명을 창조하는 힘으로 여겼다. 하지만 약 6000년 전부터 도시·수력 문명이 등장하면서 물을 자원으로 보는 남성들의 시각이 우세하기 시작했다. 그들은 댐과 저수지를 건설하고 물을 통제하는 시스템을 만들었다. 반면 여성들은 오늘날까지도 물을 생명의 원천으로 본다. 물이 우리에게 생명력을 제공하는 것임을 공감하고 이해해야 한다. 이는 여성·남성에게 모두 요구되는 일이지만 물의 시대에 여성이 주요 세력으로 떠오를 것은 분명하다.”

리프킨 이사장은 ‘대지 중심적’인 사고방식을 ‘아쿠아 중심적’ 사고방식으로 바꿔야 한다고 인터뷰에서 자주 강조했다. 사고방식의 전환에 따라 그 내용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아쿠아 중심의 접근 방식은 물을 과정이자 패턴이자 흐름으로 보는 것이다. 물은 특정한 순간에 존재하는 것이 아닌데도, 오랜 세월 동안 인류는 물을 다루고 길들일 수 있다는 착각을 한 것이라고 그는 지적했다. ‘물의 법적 권리에 대한 확대는 현대 문명과 자본주의 체제의 근간을 뒤흔드는 것’이라고 리프킨 이사장은 강조했다. 그는 이렇게 철학을 전환하는 데 “젊은 세대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리프킨 이사장은 “수권을 중심으로 지구의 수생태계를 복원하고 수생태주의를 구현해야 한다. 두려움에 떨고 있는 기성세대와는 달리 젊은 세대는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다시 이해하려고 노력해야 한다”면서 “여러분과 여러분의 뒤를 잇는 세대가 이 책에서 말하는 것을 절대적으로 뛰어넘기를 바란다”고 조언하면서 인터뷰를 마쳤다. 

본지 필진인 최화준 연구원이 줌으로 제러미 리프킨 이사장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 최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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