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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기 힘든 ‘반도체 기판’ 원자재 불량…LG이노텍, AI로 난제 해결

공정 완벽해도 제품 불량 발생 지속…원자재 품질 탓
맨눈 검수 외 해결책 없어 ‘난제’…AI 정확도 90% 이상

LG이노텍 사옥. [사진 LG이노텍]

[이코노미스트 정두용 기자] LG이노텍이 눈에 보이지 않는 원자재의 불량을 잡아낼 수 있는 인공지능(AI) 기술 개발해 현장에 적용했다. 반도체 기판 원자재 불량을 AI로 검수하는 기술이 현장에 적용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LG이노텍은 원자재 입고 시점에 불량 여부를 판독하는 AI 검사 기술을 개발했다고 9월 25일 밝혔다. 불량 원자재 투입을 사전에 걸러내는 ‘원자재 입고 검사 AI’는 현재 LG이노텍 제조 현장에 접목된 상태다.

LG이노텍 측은 “소재 정보·AI 영상처리 기술을 융합해 ‘원자재 입고 검사 AI’의 개발에 성공했다”며 “고부가 반도체 기판 제품의 품질 경쟁력을 한층 강화하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전했다. 회사는 이 기술을 ‘무선주파수시스템인패키지’(RF-SiP) 공정에 도입했다. 최근에는 ‘플립칩볼그리드어레이’(FC-BGA) 공정에도 확대 적용했다.

그간 반도체 기판 원자재 불량은 공정 투입 전 육안 검수 외에는 마땅한 방법이 없었다. 불확실성이 높은 데다 담당자의 역량에 따라 원자재 검수 정도가 달라지는 구조다. 이는 반도체 기판 제품의 고사양화되면서 품질 신뢰성 평가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공정에 기인한 불량 원인을 모두 개선해도, 신뢰성 평가를 통과하지 못하는 사례가 나타나기 때문이다.

반도체 기판을 구성하는 핵심 원자재(PPG·ABF·CCL 등)는 유리섬유·무기 혼합물 등이 혼합된 형태로 입고된다. 기존에는 원자재 혼합 과정에서 공극(空隙·입자 사이 틈)이나 이물질 등이 생겨도 제품 성능 구현에 큰 문제가 되지 않았다. 그러나 회로 간격 축소 등 기판 제품 사향이 고도화되면서, 공극의 크기나 이물질 양에 따라 불량이 발생하기 시작했다. 기존 맨눈 검사 방식으로는 원자재의 어떤 부분이 불량 요인인지 파악하는 게 사실상 불가능해졌다는 뜻이다. 쿠키를 구울 때 반죽의 기포는 물론 소금·설탕의 분포 등을 눈으로 확인할 수 없다는 것과 비슷하다.

LG이노텍은 업계 난제로 떠오른 ‘원자재 불량 검수’를 해결하기 위해 AI 기술에 주목했다. ‘원자재 입고 검사 AI’는 양품에 적합∙부적합한 소재 구성을 형상화한 데이터 수만 장을 학습했다. 이를 기반으로 반도체 기판 원자재의 구성 요소 및 불량 영역 등을 1분 만에 정확도 90% 이상으로 분석할 수 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원자재 로트(Lot∙생산공정에 투입되는 동일한 특성의 원자재 단위) 단위를 품질 편차를 시각화해 보여주기도 한다.

LG이노텍은 이를 통해 불량 원자재가 공정에 투입되는 일을 원천 차단할 수 있으리라고 기대하고 있다. AI 머신 러닝을 통해 양품에 최적화된 소재 구성을 시각∙정량∙표준화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AI가 시각화해 보여주는 품질 편차 정보를 기반으로 소재 설계를 변경, 공정 투입 전 원자재 로트의 품질을 양품에 적합한 수준으로 균일하게 만드는 일도 가능해졌다.

LG이노텍 관계자는 “‘원자재 입고 검사 AI’ 도입으로 불량 원인 분석을 위해 소요되던 시간이 기존 대비 최대 90% 줄었고, 불량 원인 해결을 위해 추가 투입되던 비용도 대폭 절감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LG이노텍은 기판 분야 고객사 및 협력사와 함께 원자재 관련 데이터를 상호 공유하는 ‘디지털 파트너십’을 구축한 상태다. 이를 기반으로 원자재 입고 검사 AI의 판독 기능을 지속 고도화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이와 함께 카메라 모듈 등 이미지 기반으로 원자재 불량 검출이 가능한 광학솔루션 제품군에도 ‘원자재 입고 검사 AI’를 확대 적용할 계획이다.

노승원 LG이노텍 전무(CTO)는 “이번 ‘원자재 입고 검사 AI’ 도입을 계기로 제품의 다양한 불량 원인을 사전에 파악하여 차별적 고객가치를 제공하는 LG이노텍만의 독보적인 AI 생태계를 완성할 수 있게 됐다”며 “앞으로도 최고 품질의 제품을 최소의 비용으로, 최단 시간에 생산할 수 있는 디지털 생산 혁신을 지속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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