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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유학의 메카, 이것이 한국교육의 개혁이다 [이근면의 시사라떼]

초· 중등 교육 기민하고 획기적 대책 필요
한국을 세계적인 교육 메카로 키워야

2025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을 50일 앞둔 지난 9월 25일 오후 대구 수성구 대구여자고등학교 3학년 교실에서 수험생들이 공부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이근면 사람들연구소 이사장] 작년 한 해 동안 23만명의 신생아가 태어났다. 2013년에 43만6000명이 태어났으니 불과 10년 만에 출생아 수가 반토막 났다. 70만명 정도가 태어난 1990년대 초반에 비해 3분의 1이 줄었다. 이 추세대로라면 수년 내로 출생아 수 20만명대도 곧 깨질 것이다. 7년 후인 2030년이 되면 전국의 초등학교 1학년은 23만명, 2036년엔 전국의 중학교 1학년이 23만명에 불과할 것이며 2042년이 되면 전국의 대학 신입생이 20만명 밑으로 떨어질 것이다.

이미 교육 쓰나미는 시작됐다. 앞으로 올 파고는 더 높고 거칠 것이 명약관화하다. 일선 교육현장에선 학교 간 통·폐합이 빈번히 이뤄지고 있고 2개 학년 학급을 통합해 복식수업을 진행해야 하는 곳도 부지기수다. 올해 신입생이 전무한 초등학교가 전국에 157개교나 되는데 이것도 무려(?) 초등학교 1학년 학생이 36만명이나 되는데 나타나는 현상이다. 우리는 지금 인구 1000만명이 사는 서울 시내의 초·중·고등학교도 문을 닫는 기절초풍할 뉴스가 일상이 되어버린 시대를 살고 있다.

교육당국의 자세는 너무나 안일하고 소극적이다. 학생 수가 우수수 떨어지고 학교가 문을 닫아도 이에 대한 대책이 보이지 않는다. 이미 줄어버린 학생 수를 감당하지 못하는 학교들끼리의 통·폐합을 재정적으로 지원하는 정도에 그치고 있다. 교육부장관은 이에 대해 어떤 대안이 있는지, 전국에 17명이나 되는 교육감들은 도대체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 알 수 없다. 

과연 교육감 산하 교육청은 자치도 별로 다 필요한 걸까? 전라도만 해도 초중고 학생수가 약 36만명에 불과한데 전라남도와 전라북도의 교육청이 따로 존재한다. 전라남도의 경우 교육청 직속기관이 12개, 시·군 교육장이 22개나 되니 줄어드는 학생 수와 근무 중인 공무원 수의 저울이 공무원 쪽으로 한참 기울어진 것 같다. 

전국으로 범위를 확대하면 더 아찔하다. 전국 17개 교육청에 교육 지원청은 176개나 된다. 수많은 기관 속 근무 중인 행정직 직원들과 교사들은 그저 이미 공무원 됐으니 평생 직장이라고 마음 놓고 미래를 걱정하지 않아도 될까? 빠르게 줄어드는 인구수에 지방 도시는 언제 불이 꺼질까 소멸을 걱정 중인데 우리나라 교육감은 이에 대한 대비는 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교원 1인당 학생수는 계속해서 줄고 있다. 선 구조조정으로 행정직 또한 새로운 일거리를 찾지 못한다면 결국 임계점에 이르러 타율적 감축을 불러 일으킬 것이다. 

이제는 정말 시간이 없다. 대학 정원 조정, 학과 통폐합도 유의미한 결과를 거두지 못해 벚꽃 피는 순서대로 대학들이 문을 닫고 있다. 이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선 초· 중등 교육은 더 기민하고 획기적인 대책이 필요하다.

지난 6월 튀르키예 중부 네브셰히르 지역의 위르귑 야외공연장에서 주튀르키예한국문화원 주최로 열린 'K-컬처 페스티벌'에서 관람객들이 공연을 즐기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전 세계 학생들이 유학 오는 대한민국 

실마리는 글로벌화에 있다. 대한민국의 놀라운 성장은 끝없이 세계시장을 두드리고 나라 밖으로 나아가려는 의지가 결실을 맺은 것인데 유독 교육시스템만큼은 그렇지 못했다. 산업화 시대에는 우리 인재가 미국, 유럽으로 유학을 갔지만 이제는 세계의 학생들이 한국의 교실에서 공부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청소년 학생을 둔 해외의 학부모들이 자녀들을 한국 초·중·고교에 입학시키면 부모들도 한국에 정주할 수 있도록 제도적 지원을 해주면 더 좋을 것이다. 아이들은 어릴 때부터 한국생활에 적응하고 한국의 교육시스템 하에서 글로벌 인재로 성장하고, 부모들은 제조· 서비스업으로 진출해 활발한 경제활동을 하게 되면 학교도 학생수가 늘어나 좋고 산업현장에선 일할 사람이 있어 좋다. 부모만 일하러 오면 곧 자국으로 돌아가야 하지만 아이들과 함께 들어오면 훨씬 안정적으로 한국에 적응하고 정착할 확률이 높아진다.

한국인 학생만으로 빈 교실을 채울 수 없다는 것이 자명한 이상 나라 밖에서 학생들이 찾아오게 만들어야 한다. 그러자면 우리의 교육 시스템이 좀 더 유연 하고, 더욱 세계화를 지향해야 하며, 교육현장은 세계시민주의를 두텁게 함양해야 할 것이다. 초·중·고교 때부터 한국에서 공부해 한국의 대학에 진학하고 한국 시민권을 획득할 수 있다는 선례가 만들어지면 우리의 청소년들이 미국, 캐나다의 중고등학교에 유학 가는 것처럼 세계의 청소년들이 한국으로 오려고 할 것이다.

대학 입시가 또 바뀐다. 글로벌 시민 시대에 우물 안 개구리마냥 그놈의 입시 제도에서 벗어나질 못한다. 모두가 외치는 교육개혁이 과연 이런 것일까? 입시 제도를 바꾸는 건 교육 개혁이 아니다. 

당장 초등학교부터 교육의 품질을 높이고 교육시스템을 정립해야 한다. 세상은 이미 산업화와 제조 인력 공급 시대에서 인공지능(AI)시대로 빠르게 변화 하고 있다. 세계 유수의 인재들과 경쟁할 대한민국의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 다양한 학교와 학제가 도입되어야 한다. 6334 학제조차도 과감한 자율변화를 선도해야 미래 세대에 적합한 교육의 형태를 갖출 수 있다. 결국 교육의 목표란 세계화 시대에 살아갈 아이들을 만드는 것이다.

다행히 세계의 청소년들에게 한국은 선망의 대상이다. 한국 드라마·음악·영화를 한국인보다 더 깊이 향유하는 해외의 10대들이 한국 교육 시스템에 들어오지 말란 법은 없다. 전 세계 초·중·고 학생들이 유학 오는 대한민국, 은퇴 후 누구보다 안락한 여생을 꿈꾸는 은퇴자들이 이민 오는 대한민국을 만들어 보자. 다양한 사람들과 어울려 사회성을 기르고 한국의 올곧은 도덕과 가치를 바탕으로 각자의 개성을 살려 적성을 키워 나가는 국가 정책이 필요하다. GDP가 아닌 GTP(Gross Talent Product)의 세상이 도래했다. 국민소득 10만불, G3 대한민국의 미래를 책임질 인재 양성 시스템이 필요하다. 

K교육은 수출품이 아니라 고유재이다. 한국에서 꽃피운 특별한 국가성장의 노하우다. 이제 세계적 교육의 메카를 꿈꾸자. 


이근면 사람들연구소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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