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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전기차 열풍까지…서학개미 투심은 어디로

[서학개미를 잡아라] ①
올 상반기 외화증권보관액 ‘역대최대’
엔비디아 제치고 테슬라 1위 차지


[이코노미스트 송현주 기자] 올해 상반기 ‘서학개미’(해외 주식에 투자하는 국내 투자자)들의 열렬한 사랑을 받아온 인공지능(AI) 반도체 대장주 엔비디아와 전기차 대장주 테슬라의 투자 열기가 좀처럼 식지않고 있다. 주가 상승에 차익 실현이 이뤄진 동시에 관련 지수를 3배 추종하는 상장지수펀드(ETF)를 장바구니에 담으며 해외주식 투심은 사라지지 않는 분위기다. 다만 증권가에서는 주가 고점론을 꺼내며 투자에 유의해야 한다고 지적하기도 한다.

올해 상반기 국내 투자자들이 보유한 외화증권이 1380억 달러(188조 4804억원)를 기록하며 역대 최대 기록을 갈아치웠다. 가장 많이 사고판 외화주식은 디렉시온 데일리 세미컨덕터 불 3X 셰어즈 ETF로 나타났다. 가장 많이 보유한 주식은 엔비디아를 제치고 테슬라가 차지했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9월 기준 외화증권 보관 금액이 1379억 4000만 달러로 전 분기 말보다 8.3% 증가했다. 외화주식이 1020억4000만 달러(139조2438억원)로 7.8% 늘어났고, 외화채권도 359억 달러(48조9963억원)로 9.8% 증가한 결과다.

해외시장별 보관금액은 미국이 전체 보관금액의 74.4%로 비중이 가장 높았다. 미국, 유럽, 일본, 홍콩, 중국 등 상위 5개 시장이 전체 보관금액의 98.3%를 차지했다. 특히 미국은 전체 외화 주식 보관 규모의 90%를 차지해 직전 분기(858억1000만 달러·117조1135억원) 대비 7% 증가했다.

또 외화주식 보관 금액 상위 종목은 모두 미국 주식이었다. 테슬라가 3개월 만에 엔비디아를 제치고 보관금액 1위 종목이 됐다. 이어 엔비디아,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프로셰어즈 울트라프로 QQQ ETF’ 순으로 나타났다. 상위 10개 종목이 차지하는 금액은 전체 외화주식 보관금액 대비 47.6%로 6월(49%) 대비 소폭 하락했다.

외화증권 결제액은 1746억7000만 달러(238조5119억원)로 전 분기 말보다 37.5% 증가했다. 외화주식이 1405억1000만 달러(191조8664억)로 36.2%, 외화채권이 341억6000만 달러(46조 6626억)로 43.2% 늘었다.

해외시장별 결제금액에서도 미국이 전체의 82.1%를 차지했다. 미국, 유럽, 일본, 홍콩, 중국 등 상위 5개 시장이 전체 결제금액의 99.8%를 차지했다. 특히 미국의 결제금액은 전체 외화 주식 결제 규모의 96.4%였다. 미국 결제금액은 전 분기(990억달러·135조2340억원) 대비 36.8% 증가했다.

외화주식 결제액이 가장 많은 종목은 ‘디렉션 데일리 세미컨덕터 불 3X 셰어즈 ETF’다. 티커명 ‘SOXL’로 필라델피아반도체지수 하루 변동 폭을 3배 추종하는 상품이다. ‘디렉션 데일리 세미컨덕터 베어 3X ETF’도 4위에 올랐다. 해당 ETF는 티커명 ‘SOXS’로 ICE 반도체지수 하루 수익률을 반대로 3배 따르는 레버리지 인버스 상품이다.

2위는 엔비디아였고, 5위는 엔비디아 수익률을 2배 추종하는 그래나이트셰어즈 엔비디아 2X ETF로 나타났다. 테슬라는 결제액 3위를 기록했다. 

주가 고점론..."투자 유의해야" 당부

이 같은 해외주식 열풍에 실제 올해 해외 주식으로 투자를 옮겨가는 이들이 이미 전년보다 50만명 늘어난 710만명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김현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금융감독원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9개 증권사(키움·미래에셋·삼성·NH·KB·한국투자·신한·토스·카카오페이증권)에서 올 들어 지난 8월 말까지 달러로 환전한 투자자는 총 710만7948명으로 나타났다. 이는 달러로 매수·매도한 투자자를 합친 것으로, 중복되는 측면도 있지만 대략적인 ‘서학개미’ 수치라고 볼 수 있다.

달러 환전 투자자는 2021년 588만명, 2023년에는 659만명이었는데 올해는 8개월 만에 지난해 기록을 51만명 이상 넘어선 것이다. 반면 국내 주식 투자자는 코로나19 직전인 2020년 919만명에서 2022년 1440만명으로 늘었다가 2023년에는 1415만명으로 감소하는 추세다.

다만 증권가에서는 이들 종목이 그간 크게 오른 만큼 일단은 차익 실현에 나서는 수요가 커진 것으로 분석한다. 이에 주가 고점론을 꺼내며 투자에 유의해야 한다고 우려했다. 

특히 테슬라는 지난 10일(현지 시간) 운전대와 페달 없이 완전 자율주행으로 운행하는 로보택시 ‘사이버캡’의 시제품을 공개했지다. 다만 이 제품에 적용되는 자율주행 기술의 구체적 내용과 규제에 대한 해결책, 수익 창출 방안 등의 정보가 언급되지 않아 실망 매물이 속출했다.

실제 로보택시 공개 다음날인 11일 주가는 8.78% 급락했고 시가총액 순위도 10위권 밖으로 밀려났다. 송선재 하나증권 연구원은 “테슬라는 인공지능(AI)·자율주행 기술의 당위성과 제품 라인업과 같이 신차 출시 행사에서 더 나아가지 못하고, 기술적 진보가 어느 정도 왔는지 및 경쟁사들 대비 어떤 경쟁력이 있는지 등 대한 구체적인 추가 정보가 부족했다는 점은 아쉽다”고 분석했다. 

여기에 다음 달 5일 미국 대선의 승자가 누구냐에 따라 AI·2차전지 등 여러 산업의 흐름이 바뀔 수 있는 점도 변수로 꼽힌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역사적으로 매년 대선이 있는 해의 10월에는 변동성이 높았던 만큼, 10월에는 매크로 이슈보다는 미국발 정치 이슈가 시장의 중심에 놓여있을 전망"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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