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추격을 막아라”...韓 반도체에 유리한 미 대통령은 누구?
[해리스 vs 트럼프]③
해리스, 바이든 행정부 기조 따라 中제재 한정적
트럼프, 보조금 및 세액혜택 감소 리스크 요인
[이코노미스트 라예진 기자] 다음 달 5일, 미국 대선 결과에 따라 국내 반도체 산업이 받는 영향이 크게 달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반도체는 월별 국내 전체 수출의 18.4%, 387억3000만 달러에 달하는 규모를 자랑하는 한국 대표 수출 효자품목이다. 미국 대선과 같은 대외환경 변화에 따라 수출 규모가 달라지면 국내 경제 전체가 흔들릴 수 있기 때문에 미국 대선 결과에 따른 시나리오별 영향을 미리 따질 필요가 있다.
산업계에서 가장 주목하는 것은 미국의 대중 경제 제재 수위이다. 중국의 반도체 산업 규모 축소 또 확대가 곧 국내 반도체 산업의 확대 또는 축소를 의미하기 때문이다. 실제 민주당 대선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과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모두 중국을 견제하는 방향의 반도체 산업 정책을 펼치고 있다. 하지만 두 후보가 제재하고자 하는 범위가 다르기 때문에 그 차이를 파악하고, 대응책을 다르게 마련할 수 있다.
먼저 해리스 부통령이 추구하는 정책은 기존 바이든 행정부가 실행하는 반도체 전략과는 크게 다르지 않다. 자국의 첨단반도체 제조 기반을 확보하고 고성능 인공지능(AI) 관련 중심으로 수출 통제를 강화하는 것이다. 중국 견제에도 첨단전략 분야에 한정한다.
반면 트럼프 전 대통령은 해리스 부통령보다 더 큰 범위로 중국을 제재할 전망이다. 중국기업을 대상으로 지식재산, 금융투자, 인력 등의 범위에서 수출통제 수준을 심화하고자 한다. 실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집권할 당시 상무장관이었던 윌버 로스는 미국의 지식재산 및 기술을 포함할 때 반도체뿐 아니라 스마트폰, 태블릿 등에 중국기업 요소를 모두 차단하고 판로 전체에 제한 조치를 내린바 있다.
실제 당시 트럼프의 강력한 대중 제재로 하웨이는 심각한 매출 타격을 입기도 했다. 2019년 하웨이 스마트폰 출하량은 2억4100만 대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임기 마지막해인 2021년도에는 4300만 대로 3년 만에 82%가 급감했다. 산업연구원은 발간한 산업정책 리포트를 통해 “반도체와과학법(칩스법)을 기획하고 입법한 것은 트럼프 1기 행정부가 주도했다”며 “이는 중국 반도체산업의 추격을 저지하고 중국의 메모리, 비메모리 기업 점유율까지 방어하는 데 성공했다는 평가다”고 설명했다.
격차 줄이는 中 반도체 산업
현재 한국 반도체 산업계는 빠르게 추격하는 중국 메모리 산업기업들로 ‘빨간불’이 켜진 상황에, 미국의 강력한 대중 견제는 가장 필요한 미국 정책 방향으로 꼽힌다. 낸드플래시 분야에서도 한중 격차는 줄고 있다. 지난 1분기 기준으로 중국 낸드플래시 제조사 양쯔메모리테크놀로지스 매출은 전년대비 4.3% 증가한 21억8000만 달러를 기록했지만 국내 삼성전자 낸드 분야는 39.1%, SK하이닉스 낸드 분야는 34.2%가 감소하는 등 상반된 성적표를 냈다.
이는 바이든 행정부 집권 당시 성적표로, 같은 민주당의 해리스 부통령이 집권했을 시 중국 기업의 성장세가 더욱 커질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중국 기업의 점유율 상승은 중국산 반도체 수요가 올라가고 결국 한국산 반도체 수요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위험 요소를 나타낸다.
하지만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된다 해도 우려할 상황은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집권하면 대중 견제는 더 강화돼 긍정적 효과를 기대할 수 있지만, 현재 미국 정부가 반도체지원법을 통해 제공하는 보조금, 세액공제 혜택이 축소할 수 있는 불확실성이 존재한다. 가령 인텔과 마이크로와 같은 자국 기업에는 막대한 투자를 이어가지만, 삼성전자와 TSMC 과 같은 글로벌 기업에는 지원과 혜택을 줄일 수 있다.
또 어느 후보자가 당선되든 관계없이 예상할 수 있는 이슈도 있다. 기존 반도체지원법에 이어 반도체지원법2가 추진될 가능성이 크다. 지난 7월 미국 하원의 미중전략경쟁특위 소속 의원들을 중심으로 관련 법안이 발의됐다. 내용은 미국 팰리스 기업을 대상으로 25% 세액공제 혜택 도입하는 것이다. 이는 추후 인공지능 및 메모리, 비메모리 등 첨단공정 제조기업의 안정화를 돕고 수율까지 확보하게 해, 한국과 대만의 반도체 위탁생산 수요를 감축시킬 수 있다.
삼성, 반도체 위탁생산 물량 수주 지켜야
두 후보간의 예상 시나리오 따른 대응책도 다르다. 해리스 부통령이 집권하면 중국 제재가 약화되지 않고 강력하게 시행될 수 있도록 중국 메모리, 반도체 위탁생산 등에 대해 수출통제를 요구해야 한다. 한·미·일·대·EU가 협력해 해당 국가 기업의 첨단기술 특허·지식재산(IP)을 침해할 수 있는 시장 접근을 차단할 수 있도록 방안을 추진할 수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다시 집권하게 되면 중국 제재뿐 아니라 한국 기업까지 제재가 확대되지 않는지에 대해 상황을 판단하고 대응해야 한다. 산업연구원은 “트럼프가 집권하면 중국의 SMIC, 대만 TSMC와 비교해 삼성전자의 국제정치적 리스크는 낮으나, 종합 전자기업으로 첨단공정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물량 수주에 불리하므로 미국 현지 고객사 수주 및 현지 시설 조기 완공이 시급하다”고 분석했다.
마지막으로 대선 결과와 상관없이 진행이 예상되는 반도체지원법2에 대비해 미국에 진출한 국내 반도체 기업이 미국 팹리스 세액공제 수혜를 받을 수 있도록 추진할 수 있다. 산업연구원은 “정책적으로 국내 주요 기업의 시설투자 지원이 더 확대되고 공기(工期) 단축을 위한 규제는 완화할 수 있도록 대응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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