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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귀환’과 우리의 자세 [EDITOR’S LETTER]

재집권에 성공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 연합뉴스

[이코노미스트 권오용 기자] ‘전사 3만6000여명, 부상 9만2000여명, 실종 및 포로 8000여명.’ 한국전쟁(6·25전쟁) 당시 미군의 인명피해 규모입니다. 미국은 유엔 참전국 중 가장 많은 178만9000여명을 파병해 13만여명을 희생하며 한국을 지켰습니다. 피로 맺어진 혈맹이란 이런 것이 아닐까요. 미국은 지금도 한반도의 평화를 위해 주한미군 2만8500명가량을 주둔시키고 있습니다. 그리고 한미상호방위조약에 따라 한반도에서 전쟁이 발발하면 자동으로 참전하게 됩니다. 요즘처럼 북한이 긴장감을 높이고 있는 상황에서 든든한 동맹이 아닐 수 없습니다. 

미국은 수출로 먹고사는 우리에게 ‘굿파트너’이기도 합니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올해 1~9월까지 한국은 미국과의 무역에서 399억달러(55조원)로 가장 큰 무역수지 흑자를 기록했습니다. 이런 추세라면 올해 대미 무역수지는 500억달러대로, 역대 최대였던 작년 444억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기대됩니다. 

2020년까지 미국은 홍콩·베트남·중국에 이은 4번째 무역수지 흑자국이었는데, 2021년 조 바이든 정부 출범 이후 미·중 패권 경쟁 심화, 세계 공급망 재편, 미국 내 인공지능(AI) 산업 성장에 따른 반도체 수요 증가 등으로 대미 수출이 빠르게 늘어나면서 현재는 한국의 최대 무역수지 흑자국이 됐습니다. 

반대로 미국 입장에서 한국은 주요 무역 적자국입니다. 2021년까지 14위의 무역 적자국이었는데, 올해 1~8월 기준으로 8위까지 뛰어올랐습니다. 한국이 아무리 군사적으로 혈맹이라고 해도, 무역에서 손해를 보고 있다는 점은 미 행정부에 ‘나쁜 뉴스’입니다. 특히 한국 기업들이 반도체·자동차·배터리·디스플레이 등 첨단산업 분야에서 두각을 보이면서 미국 기업들의 강력한 경쟁자로 자리 잡았습니다. 이에 미 정부 차원에서 한국 제품에 대한 견제와 보호무역주의 정책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이 같은 기조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미국 47대 대통령에 당선돼 백악관에 복귀하면서 더욱 강화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이구동성입니다. 한국이 미국을 상대로 장사하기가 더욱 어려워진다는 얘기입니다. 더구나 트럼프 당선인은 1기 때처럼 이번 2기에도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ke America Great Again, MAGA) 정책 아래 동맹의 가치보다는 거래적 관점에서의 숫자를 중시할 가능성이 높아 우려됩니다. 당장 현재보다 9배 가량 많은 방위비 분담금 압박, 반도체 보조금 삭감, 관세 폭탄 등이 현실화할 수 있습니다.

이에 일부에서는 일본보다 먼저 선물 보따리를 들고 찾아가야 한다는 얘기가 나옵니다. 혈맹인데 그 정도 저자세는 괜찮지 않느냐는 것입니다. 하지만 우리는 이미 트럼프 시대를 경험해보았습니다. 저자세보다는 줄 건 주고받을 것은 받는 당당한 동반자적 자세가 우리의 국익을 더 많이 지켜낼 것입니다. 

문재인 정부의 외교부 차관으로 트럼프 당선인을 여러 번 만났다는 최종건 연세대 교수는 이런 말을 했습니다. “트럼프는 강한 사람에게는 잘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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