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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릴'로 대반전 만든 KT&G...1위 필립모리스 눌렀다

[2강 체제 굳어진 전자담배 시장]①
시장 개척자 필립모리스 넘어선 KT&G
라인업 강화·적극적 투자로 경쟁력 확보

KT&G 본사 전경. [사진 KT&G]
[이코노미스트 이지완 기자] 국내 담배업계 1위 KT&G가 국내 시장에서 글로벌 1위 필립모리스인터내셔널(PMI)를 뛰어넘었다. PMI의 한국법인인 한국필립모리스는 국내 궐련형 전자담배(NGP) 시장의 포문을 열며 한때 90%에 육박하는 점유율을 기록했던 선두 업체였다.

하지만 KT&G는 타사 대비 꾸준한 제품군 확장과 공격적인 기술 투자로 한국필립모리스의 점유율을 야금야금 빼앗아 오더니 아예 선두 자리를 맞바꾸는 데 성공했다.

원조 뛰어넘은 후발주자 1% 초박빙 승부

업계에 따르면 KT&G ‘릴’은 국내 궐련형 전자담배 시장(지난 3분기 기준)에서 약 46%의 점유율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한국필립모리스 ‘아이코스’의 시장 점유율은 약 45%로 추정된다. 시장 1~2위의 격차는 1% 내외로 박빙이다.

업계 관계자는 “두 기업 간 격차는 1% 수준으로 크지 않다. 분기별로 보면 시장 점유율이 엎치락뒤치락 하지만 연간으로 따지면 KT&G가 앞서는 것이 사실”이라며 “주목할 점은 90%에 육박했던 아이코스의 점유율이 우하향했고, 릴이 꾸준히 우상향했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국필립모리스의 글로벌 본사인 PMI는 비연소 궐련형 전자담배 부문 글로벌 선두주자다. 지난 2014년 이탈리아 등에 처음으로 궐련형 전자담배 아이코스를 선보인 바 있다. 현재 90개 국가에 아이코스를 판매 중이다. 아이코스의 글로벌 영향력은 상당하다. PMI가 지난해 아이코스를 통해 올린 순매출은 100억달러(약 14조원) 이상이다. 특히 작년에 100년 넘는 역사를 자랑하는 PMI의 일반 궐련(연초) 담배 브랜드 말보로의 매출마저 넘어섰다.

아이코스는 국내 시장에 출시 초기부터 인기를 끌었다. 해당 제품은 지난 2017년 한국 시장에 정식 출시됐다. 당시 국내 담배업계 최초의 궐련형 전자담배였던 아이코스는 애연가들의 높은 관심을 받았다. 출시 첫 해 아이코스의 국내 시장 점유율은 87%를 웃돌았다. 같은 해 연말 브리티시 아메리칸 토바코(BAT) 로스만스와 KT&G도 각각 ‘글로’, ‘릴’을 선보이며 궐련형 전자담배 시장에 뛰어들었다. 당해 BAT로스만스와 KT&G의 시장 점유율은 각각 10% 초반, 2% 중반대에 불과했다.

아이코스와 릴이 국내 궐련형 전자담배 시장에서 본격적인 경쟁 구도를 형성한 것은 지난 2021년에 들어서면서다. 당시에도 아이코스의 시장 점유율이 릴을 앞섰지만 두 브랜드 간 격차는 3% 내외까지 좁혀졌다.


공격적인 연구개발 투자의 결실

릴이 아이코스보다 우위에 섰다는 점은 KT&G 입장에서 의미하는 바가 크다. 그동안 담배회사의 주요 매출원으로 분류된 궐련 담배 수요가 줄고 있기 때문이다. 기존 시장이 아닌 새로운 시장에서 성과 창출에 성공한 셈이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담배 판매량은 전년 대비 0.6% 감소한 721억7000만개로 집계됐다. 앞으로 흡연 인구는 계속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세계보건기구(WHO)는 글로벌 기준 15세 이상 성인의 흡연율이 2015년 23.9%에서 2030년 18.1%까지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반면 궐련형 전자담배는 성장세다.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국내 궐련형 전자담배 시장(스틱 기준)은 2021년 2조413억원에서 2023년 2조9354억원 규모로 성장했다. 같은 기간 궐련형 전자담배 기기 판매액은 2006억원에서 3002억원으로 늘었다.

KT&G는 궐련형 전자담배가 미래 핵심 사업이 될 것으로 본다. 관련 제품군 다양화와 공격적인 기술 투자에 집중하고 있는 이유다. KT&G는 지난 2017년 11월 ‘릴 솔리드’를 처음 선보인 뒤 이듬해(2018년 11월) ‘릴 하이브리드’라는 새로운 형태의 제품을 출시했다. 지난 2022년 11월에는 첨단 기능이 추가된 ‘릴 에이블’도 출시했다. 여러 기기를 꾸준히 출시해 소비자 관심도를 붙잡아 두려고 한 것이다.

KT&G 측은 이같은 전략이 시장 1위 수성의 주요 배경이라고 보고 있다. 현재 KT&G 궐련형 전자담배 제품군에서 판매 비중이 가장 높은 것은 릴 하이브리드다. 해당 제품은 액상 카트리지라는 차별화 요소로 기존 궐련형 전자담배보다 풍부한 연무량과 부드러운 맛을 내는 것이 특징이다. 뒤이어 출시된 KT&G의 차세대 제품인 릴 에이블에 대한 소비자 관심도 최근 높아지고 있다.

KT&G의 제품군 다양화가 가능했던 이유는 공격적인 투자에 있다. 이를 기반으로 KT&G는 다수의 특허 출원 성과를 냈다. 회사에 따르면 최근 3년(2021~2023년)간 출원한 궐련형 전자담배 분야 국내외 특허는 총 4374건이다. 이 가운데 해외 특허 출원 건수는 2017년 9건에서 지난해 1621건으로 대폭 늘었다. KT&G는 지난해 유럽 특허청이 발표한 ‘2023년 대한민국 기업 유럽 특허 지수’에서 삼성·LG·SK그룹에 이어 네 번째로 높은 순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KT&G는 국내 시장에서 아이코스를 넘어선 제품 경쟁력을 발판으로 글로벌 시장까지 본격 공략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지난해 11월 대전공장 내 궐련형 전자담배 스틱 생산설비 3기를 증설하기도 했다. KT&G는 관련 사업의 원활한 수요 대응을 위해 대전·광주공장 등 국내 제조공장을 중심으로 생산 거점을 지속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현재 릴은 34개 국가에 판매되고 있다.

KT&G 관계자는 “릴은 소비자의 니즈를 적극 반영한 혁신 기술을 통해 고객에게 최고의 사용 경험을 제공해 왔다”며 “앞으로도 시장을 선도하는 경쟁력 있는 제품을 선보이며 국내외 궐련형 전자담배 사업의 시장 리더십을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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