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int

‘계엄사태’ 우리 경제·산업에 어떤 영향 미칠까

[비상계엄 후폭풍]②
국가신용도 하락 우려, 주가 하락‧환율 급등
정부 경제부처들, 비상 상황 대비 영향 점검 주력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가운데)이 4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관계장관들과 긴급 경제관계장관회의 합동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이코노미스트 이병희 기자]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해제로 우리 경제가 격랑에 휩싸였다. 한국의 정치 불안이 국제 신인도 하락에 영향을 줄 것이라는 우려가 커졌고, 경제적 불확실성 확대로 이어지면서 수출 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가장 큰 리스크 가운데 하나는 국제 신인도 하락과 이에 따른 신용등급 강등 위험이다. 국제 신용평가사들은 국가의 내란이나 정쟁도 신용평가에 중요하게 반영하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번 계엄 사태로 국제 신인도 하락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실제 국제 신용평가사 중 한 곳인 피치는 지난 8월 이스라엘의 국가신용등급을 ‘A+’에서 ‘A’로 한 단계 하향 조정하고 등급 전망은 ‘부정적’으로 유지됐다. 당시 블룸버그통신은 피치가 이스라엘 신용등급을 조정한 것을 두고 “가자지구 전쟁 지속, 지정학적 위험 증가, 여러 전선의 군사작전 영향이 반영됐다”고 보도했다. 무디스는 지난 2월,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지난 4월 이스라엘의 신용등급을 각각 하향한 바 있다.

국가신용등급 하락이 현실화하면 우리 경제가 막대한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우리나라에 대한 해외 신인도가 하락하면 국채 이자가 오르게 되고 금융기관은 자금을 빌릴 때 더 많은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외국인 투자자들이 달러 등 안전자산으로 시선을 돌리면 투자 자금이 대거 유출되면서 국내 증시에도 악영향이 이어질 수밖에 없다. 특히 원화 가치가 떨어지면 수입 비용이 증가해 기업에 부담이 가중된다. 미 달러화에 대한 원화 환율(원·달러 환율) 상승을 비롯해 환율 변동성이 커지면 기업 입장에서 수출이나 수입 가격 정책을 조정하기 어려워지는 부작용도 초래할 수 있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비상 계엄령이 발표된 직후인 12월 3일 오후 11시 40분쯤 서울 전국은행연합회관에서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김병환 금융위원장, 이복현 금융감독원 원장과 함께 F4 회의를 주재한 것도 이런 문제가 불거질 것을 우려했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최 부총리는 회의 후 “비상계엄 선포 이후 나타날 수 있는 시장 불안 요인에 대응하기 위해 무제한 유동성 공급 등 모든 가능한 금융·외환 시장 안정 수단을 총동원하겠다”고 말했다.

일부 우려는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국내 주식시장은 크게 요동쳤다. 4일 코스피지수는 2450을 기록하며 전날보다 1.44% 하락했다. 외국인이 4000억원 이상 팔아치웠다. 코스피를 구성하는 시가총액 기준 상위 20개 종목 가운데서는 ▲SK하이닉스(1.88%) ▲기아(0.10%) ▲고려아연(8.37%) ▲카카오(8.50%)를 제외한 80% 종목이 하락 마감했다. 코스닥지수는 전날보다 1.98% 떨어진 677.15를 기록했다.

김광석 국제산업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대외적인 불확실성이 높은 가운데 우리는 내부에서도 불안한 정세에 대응해야 하는 상황을 맞았다”며 “이는 외국인 자금 이탈 등 머니무브(money-move)를 더 가속할 수 있다”고 말했다.

원‧달러 환율은 롤러코스터를 탔다. 3일 기준 주간 거래에서 1402.9원에 거래를 마감한 원‧달러 환율은 비상계엄 선포 후 급등하면서 4일 새벽 0시 20분쯤 1442.0원으로 고점을 기록했다. 이후 계엄이 해제되고 진정세를 찾으며 환율은 1410원대에서 등락을 반복하고 있다.

다만 우리나라의 경우 비상계엄 사태가 빠르게 종결된 만큼 우려하는만큼 사태가 악화하지 않을 것이라는 해석도 있다. 실제 S&P는 “비상계엄 사태가 한국의 신용도에 미치는 영향은 없을 것”이라는 평가를 4일 내놨다. 킴엥 탄 S&P 전무는 이날 서울 여의도에서 한국 신용평가사 나이스신용평가와 공동 개최한 언론 세미나에서 “비상계엄이 몇 시간 만에 해제됐다. 한국의 제도적 기반은 탄탄한 것으로 판단된다”며 “(장기 기준 ‘AA’인) 현재 한국 신용 등급의 측정 방식이나 등급을 바꿀 실질적 사유가 없다고 본다”라고 말했다.

경제부처들은 저마다 비상 상황을 대비하며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실물경제 충격을 방지하기 위해 24시간 경제·금융 상황 점검 태스크포스(TF)를 운영하고, 수출에도 차질이 없도록 관계기관과 함께 철저히 관리하겠다”고 4일 밝혔다.

경제부처들 사태 예의 주시

최 부총리는 긴급 경제관계장관회의 이후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합동 브리핑에서 “정부는 어떤 상황에서도 우리 경제와 국민의 일상생활이 흔들리지 않도록 경제 현안을 해결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며 “경제 상황에 대한 우려를 완화하기 위해 국제 ▲신용평가사 ▲미국 등 주요국 경제라인 ▲국내 경제단체 ▲금융시장 등과 긴밀히 소통하고 신속하게 상황을 공유하겠다”고 전했다. 또 “오늘 이후로 긴급 거시경제·금융 현안 간담회를 매일 개최해 위기관리 체계를 상시화하고, 보다 구체적인 추가 시장 안정 조치는 각 기관이 점검 후 금일 오전부터 신속히 발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산업부에 따르면 안덕근 산업부 장관은 4일 예정된 일정을 취소했다. 이날은 국산 기술로 제작된 가스터빈이 설치된 김포 열병합발전소 종합 준공식 행사를 비롯해 주요 외국인 투자 기업인의 한국GM 공장을 방문 등의 일정이 예정돼 있었지만, 백지화했다. 안 장관은 이날 새벽 벌어진 비상계엄 사태에 경제 산업 상황과 에너지 수급 등에 관한 사항을 점검하는 긴급회의를 열고 산업‧통상‧에너지 등 주요 부문별 국내 실물 경제 영향 요인을 점검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도 교통·건설 현장의 정상 가동 상황 여부를 점검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국토부는 오전 11시 박 장관 주재로 간부회의를 열어 도로‧철도‧항공‧건설 현장 가동 상황을 확인한다. 당초 공공주택 공급 실적을 점검하는 회의가 예정돼 있었지만 취소하고 철도노조가 예고한 총파업과 관련해 철도 비상 수송 대책 점검 회의만 진행했다. 오영주 중소벤처기업부 장관도 부처 관할 사항 점검을 위해 외부 공식 일정을 모두 취소했다.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많이 본 뉴스

1김범석 배민 대표, 임직원들 만난다...어떤 메시지 던질까

2EXID 하니 예비신랑 양재웅,100억대 한남동 고급빌라 분양 화제

3KG그룹 곽재선문화재단, 전현무 작가 개인전 25일까지 연장

4법원, ‘내란 혐의’ 尹 대통령 체포영장 재발부

5박상우 국토부 장관, 제주항공 참사 관련 ‘사퇴 의사’ 밝혀

6 법원, 尹 대통령 체포영장 재발부...유효기간 연장

7농심, 골든디스크어워즈에서 ‘농심 신라면상’ 시상

8류영재 초대 거버넌스포럼 회장, 사모펀드 ‘단기투자’ 비판…“장기적 관점 투자 필요”

9 대통령실, 이재명 등 무고죄로 고발...“민주, 허위사실 유포 유감”

실시간 뉴스

1김범석 배민 대표, 임직원들 만난다...어떤 메시지 던질까

2EXID 하니 예비신랑 양재웅,100억대 한남동 고급빌라 분양 화제

3KG그룹 곽재선문화재단, 전현무 작가 개인전 25일까지 연장

4법원, ‘내란 혐의’ 尹 대통령 체포영장 재발부

5박상우 국토부 장관, 제주항공 참사 관련 ‘사퇴 의사’ 밝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