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 4년 ‘합병 마라톤’ 종지부
[메가 캐리어의 날갯짓]①
EC 최종 승인 발표 합병 절차 사실상 마무리
4년 진통 끝에 세계 10위권 메가 캐리어 탄생
[이코노미스트 박세진 기자]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하나가 됐다. 지난 11월 29일 대한항공은 아시아나항공과의 합병 과정 중 ‘마지막 관문’으로 통하던 유럽연합 집행위원회(EC)의 ‘최종 승인’을 받아냈다. 이로써 대한항공은 해외 경쟁당국의 기업결합심사에 사실상 마침표를 찍었다.
EC의 최종 승인 발표 후 대한항공은 아시아나항공 신주 인수계약 거래종결일(납입일)을 기존 12월 20일에서 12월 11일로 앞당겼다. 신주인수 대금납입 완료 후, 아시아나항공은 대항항공의 자회사로 12일 편입됐다. 신주인수 인수합병(M&A)의 경우, 상법 제423조 제1항에 따라 납입기일 다음날 효력이 발생한다.
대한항공이 ‘제3자 배정 유상증자 방식’으로 인수하는 아시아나항공 신주는 약 1억3158만주(지분율 63.9%)다. 인수 대금은 총 1조5000억원(기지급 선급금 7000억원)에 달한다. 아시아나항공 신주 인수를 마친 대한항공은 아시아나항공 최대 주주가 됐다. 대한항공은 2년간 아시아나항공을 자회사 체제로 운영하고, 오는 2027년 ‘통합 대한항공’으로 출범할 방침이다.
길었던 ‘합병 마라톤’
4년간 이어진 ‘합병 마라톤’의 끝이 보인다. 대한항공이 ‘메가 캐리어’(초대형 항공사) 결승선을 목전에 두고 있다. 길고 길었던 마라톤의 출발선은 2019년 7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금호산업은 아시아나항공 매각 입찰 공고를 냈다. HDC현대산업개발이 인수에 관심을 표했지만, 포기했다. 이 시기 창궐했던 코로나19 펜데믹으로 인해 항공업이 몸살을 앓았던 이유다.
이후 2020년 11월, 대한항공은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결정했다. 다음해인 2021년 1월 필수 경쟁당국 14곳에 신고를 착수했다. 국적 항공사는 기업결합 시 필수 신고 국가 9곳(한국·중국·미국·대만·베트남·태국·튀르키예·유럽연합·일본)과 임의 신고 국가 5곳(필리핀·말레이시아·호주·영국·싱가포르) 등 총 14개국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양 사 합병을 위해선 무려 14개의 허들을 넘어야 하는 셈인데, 가장 먼저 합병을 승인한 국가는 튀르키예다. 튀르키예는 지난 2021년 2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기업결합을 승인했다. 이후 5월 대만·태국·필리핀이 기업결합 승인 및 심사를 종결했다. 9월에는 말레이시아가, 11월에는 베트남이 승인했다.
2022년 2월에는 싱가포르가 양 사 기업결합을 승인했고, 한국의 공정거래위원회는 같은 해 5월 양사의 기업결합을 조건부로 승인했다. 당시 공정위는 뉴욕과 파리 등 일부 노선의 시간당 가능한 비행기 이착륙 횟수(슬롯) 및 정부가 항공사에 배분한 운항 권리(운수권)를 떼어내는 조건을 달았다. 또 향후 10년간 물가상승률보다 높게 운임을 올리지 않도록 하는 운임 인상 제한도 내걸었다.
이후 호주(2022년 9월)·중국(2022년 12월)·영국(2023년 3월)·일본(2024년 1월)·EU(2024년 11월)순으로 양 사 간 기업결합을 승인했다. 특히 EU 집행위원회(EC)가 내민 까다로운 조건은 기업결합의 복병으로 평가받았다.
앞서 지난해 5월 EC는 중간 심사보고서를 통해 양사 기업결합으로 인해 여객 및 화물 부문에서 독과점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를 표한 바 있다. 시간이 흘러 지난 2월 EC는 양사 기업결합을 ‘조건부’로 승인했다. EC가 내세운 합병 승인 조건으로 ‘유럽 중복 노선 이관’과 ‘아시아나항공의 화물 사업부 매각’ 등이 있다.
대한항공은 EC의 요구를 받아들여 유럽 4개 중복 노선은 티웨이항공에 넘겼다.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 부문은 에어인천에 매각됐다. 이에 EC는 기업결합 최종 승인에 필요한 요건이 모두 충족돼 심사를 종결한다고 발표했다. 이후 업계에서는 양사간 합병이 사실상 끝났다는 평가가 나왔다. EC가 합병에 있어 최대 복병으로 평가받았기 때문이다.
물론 안심하긴 이르다. 아직 미국 법무부(DOJ)의 독과점 소송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다만, EC로부터 승인을 얻은 경우 DOJ가 소송을 제기할 확률이 희박하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이 때문에 사실상 미국의 승인이 완료됐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DOJ는 다른 나라의 경쟁당국과 달리 기업결합 승인 여부를 공표하지 않는다. 승인하지 않을 경우만 합병 검토를 마친 뒤 독과점 소송을 제기한다. 즉, 합병에 대해 별도의 소송을 걸지 않는다면 승인으로 볼 수 있는 셈이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미국 경쟁당국에 EU 경쟁당국의 최종 승인 내용을 보고한 상황”이라며 “올해 안으로 최종 거래종결 절차를 매듭지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통합 대한항공, 얼마나 커지나
길었던 합병 진통 끝에 ‘통합 대한항공’이 탄생할 경우 대한항공은 국내 유일 ‘메가 캐리어’가 된다. 지난 10월 말 기준 대한항공(여객기 135대·화물기 23대)과 아시아나항공(여객기 68대·화물기 12대)이 보유한 항공기는 총 238대다. 지난해 말 기준 양사 실적을 단순히 합산 할 경우 매출 규모는 약 24조, 영업이익은 2조4000억원에 달한다.
합병 후 규모의 경제를 갖추게 되는 대한항공의 글로벌 입지는 10위권에 머무를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국제항공운송협회(IATA)의 ‘세계 항공운송 통계 2020’(WATS)로 가늠할 수 있다. IATA는 매년 WATS 보고서를 통해 세계 항공사의 운송 실적을 공개한다. 다만, 코로나19 팬데믹이 시작된 2020년부터는 별도 순위를 발표하지 않고 있다.
지난 2019년 유상여객킬로미터(RPK) 기준 세계 항공사 순위에서 대한항공은 28위(830억㎞), 아시아나항공은 42위(469억㎞)를 차지했다. RPK는 항공편 당 유상승객 수에 ㎞로 표시한 비행거리를 곱한 수치다. 두 회사 RPK를 단순 합산 할 경우 1299억km로, 이는 남미 최대 항공사 라탐함공 1220억km를 넘는 수치다. 라탐항공은 남미 최대 항공사다.
국제선 여객 RPK 기준으로는 대한항공이 18위, 아시아나항공이 32위다. 이를 합치면 10위인 아메리칸 항공에 달하는 수준이다. 화물운송 실적으로는 대한항공이 6위 (74억1200만km), 아시아나항공이 25위(35억6700만km)다. 아시아나항공의 화물사업 부문을 매각하더라도, 10위 이내의 글로벌 상위권을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김대종 세종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각각 여객, 화물 분야에서 국내 최고 항공사였떤 만큼, 양사간 합병을 통해 대한항공은 세계 10위권 항공사로 우뚝 서게 됐다"며 "다만, 합병으로 인한 재무구조 개선이 직면한 가장 큰 숙제인 만큼 이를 슬기롭게 해결하기 위한 노력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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