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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들리는 밸류업…밸류업 우등생 금융주들도 주가 급락

[경제 덮친 탄핵 정국]②
금융사, 비상대응체제 돌입 “밸류업 지속할 것”

서울 시내 은행 현금인출기(ATM) 모습. [사진 연합뉴스]

[이코노미스트 이승훈 기자] 정부 밸류업(기업가치 제고) 정책의 수혜 업종으로 주목받았던 금융주가 비상계엄 사태와 탄핵 정국에 직격탄을 맞았다. 금융주에 대한 외국인들의 집중적인 매도세가 이어지며 주가 하락에 불을 지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비상계엄령이 선포된 직후인 지난 12월 4일부터 탄핵 정국 우려가 본격화된 9일까지 4대 금융지주(KB금융·신한·하나·우리)의 주가가 급락했다. 지난 3일 종가 기준 10만1200원이었던 KB금융 주가는 9일 8만2800원으로 18.18% 감소하며, 가장 큰 폭의 하락률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하나금융지주 13% ▲우리금융지주 11% ▲신한지주 10%의 주가 하락세를 나타냈다.

지난 9월 밸류업 지수 편입에 성공했던 신한금융, 우리금융과 달리 KB금융과 하나금융은 향후 코리아 밸류업 지수에 편입될 것이란 기대감으로 4대 금융주 중에서 가장 큰 폭으로 주가가 상승했다. 하지만 비상계엄 선포 후 금융주들은 투자 비중이 높은 외국인 투자자의 순매도세를 그대로 받으며 주가 하방 압력이 깊어졌다.

지난 12월 4일부터 9일까지 코스피에서 외국인의 순매도액이 가장 큰 종목은 KB금융(3762억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어 ▲신한지주 1175억원 ▲하나금융지주 578억원 ▲우리금융 지주 137억원 등의 순매도를 기록했다.

외국인은 올해 윤석열 정부가 추진한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의 최대 수혜주로 꼽힌 금융주에 대한 투자 비중을 늘려왔다. 하지만 비상계엄 사태 여파로 정치적 불확실성·밸류업 정책의 동력 약화 우려가 커지며 외국인 이탈 움직임이 커졌다.

또한 원·달러 환율 상승으로 연말 금융주의 배당 매력이 낮아질 수 있다는 우려 등이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환율 상승은 금융사들에게 부담 요인이다. 원·달러 환율이 오르면 기업들이 외화예금을 인출하면서 은행의 외화 유동성이 부족해질 수 있고 자기자본비율이 낮아질 수 있다. 금융권에서는 환율이 10원 높아지면 자기자본비율이 약 0.01~0.02%p(포인트) 낮아진다고 추산한다.

다만 증권가에서는 밸류업 정책의 후퇴 가능성은 낮다는 시각이 나온다. 최정욱 하나증권 연구원은 “원·달러 환율 급등이 보통주자본비율(CET1)과 은행 손익 등 펀더멘털(기초체력)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이 우려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이어 “은행들이 2027년까지의 기업가치 제고 계획 발표 등 밸류업 공시를 이미 마무리한 상황이고, 밸류업은 일반주주를 위한 기업가치 제고 프로그램으로 원전 이슈처럼 특정 정치적 성향과는 상관없이 모두에게 지지를 받을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외국인 투자자들의 이탈이 이어지면서 금융권은 비상대응체제를 가동하는 등 금융시장 안정화를 위한 대응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4대 금융지주가 외국인 투자자들에게 “밸류업은 차질없이 진행될 것”이라는 메시지를 전하며 대외신인도 유지에 총력을 다하고 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12월 10일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 본원에서 모건스탠리·UBS·씨티·BNP파리바·JP모건·HSBC 등 글로벌 투자은행(IB)들과 탄핵정국 속에서 사실상 중단된 것 아니냐는 밸류업 정책에 대해서 일관성 있는 추진 의사를 밝혔다. 이복현 원장은 “주당순이익 증가, 배당 확대 등의 기업가치제고 노력은 정치환경과 무관하게 지속 추진해야 할 상장회사의 당연한 명제”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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