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연한 건 없어요. 사무실도 마찬가지죠”...100% 재택근무 ‘코니’의 성공요법 [이코노 인터뷰]
[재택근무 고집하는 기업들] ② 임이랑 코니바이에린 대표
디자인팀부터 인사팀까지 100% 재택근무
구성원 중 60% 육아부모...가족 친화적 제도 마련
[이코노미스트 라예진 기자] “전 세상에 당연한 것은 없다고 생각해요. 사무실도 마찬가지죠. 회사라고 해서 모두 사무실이 있어야 하고 꼭 거기서 근무해야만 하나요?”
2017년 창업해 온라인을 기반으로 아기띠와 턱받이 등을 판매한 기업 코니바이에린. 이 기업은 일명 ‘돌돌코(돌고 돌아 코니)’라는 신조어를 만들 정도로 3040 부모들에게 큰 인기를 끌고 있는 육아 브랜드 ‘코니(Konny)’를 운영하고 있다.
육아 용품을 만들어서 그런걸까. 이 기업은 육아를 하고 있는 워킹 부모들에게 친화적 근무안을 제안한다. 바로 전 직원 100% 재택근무. 디자이너부터 인사팀, 경영팀, 마케팅팀, 사업팀까지 코니바이에린의 총 구성원 77명이 모두 재택근무한다. 9시부터 6시까지 꼬박 출근을 하지 않아도 되는 이 기업. 매출은 어떨까. 2017년 매출 3억에서 시작한 이 기업은 꾸준히 성장세를 타더니 2020년에는 237억원, 2021년 243억원, 2022년 268억원, 2023년 317억원으로 승승장구 중이다. 전 직원 재택근무라는 파격적인 근무 환경에도 매해 매출 상승세를 기록하고 있는 코니바이에린의 임이랑 대표의 경영 철학에 대해 물었다.
깐깐한 대표가 자신하는 효율성 업무
이코노미스트가 만난 임 대표의 첫 이미지는 서울대 출신의 ‘깐깐하고 실용성을 진심으로 따지는 대문자 T성향의 대표’다. 첫째 아이를 출산하고, 자신에게 마음에 드는 아기띠가 없다는 이유로 직접 아기띠를 만들고 브랜드까지 낸 그는 브랜드의 대표이자, 육아 용품에 대한 기준이 높은 아주 깐깐한 소비자이기도 했다. 이처럼 깐깐한 소비자이자 대표가 만든 코니 제품은 높은 제품력으로 엄마들 사이에서 입소문이 나면서 ‘국민육아템’이 됐다. 제품력은 해외 시장에서도 인정받으며 현재 매출의 60% 이상은 일본, 미국, 대만 등 해외 매출이다.
이처럼 실용성을 중요시 여기는 대표의 성향은 제품력을 높일뿐 아니라, 직원들의 근무 환경에도 적용됐다. 사무실에 앉아있는 것보다 아이 돌볼 걱정 없이 집에서 근무하는 것이 더 일의 효율성을 높인다는 판단이었다. 일 효율성, 성과 결과를 따진 것이다.
이 같은 생각은 임 대표가 워킹맘이어서 가능한 걸까. 임 대표는 기자의 질문에 단호하게 답했다. “제가 워킹맘이라서 생각한 게 아니에요. 대표로서 구성원들 대다수의 니즈(수요)를 파악하고 그에 맞는 정책을 펼친거지요. 코니 구성원의 90%가 여성이고 또 60%가 육아를 병행하는 워킹맘이예요. 구성원 대다수가 필요한게 무엇인지 고민하고 이를 배려해 일에 더 집중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한 것이지요”
복지 제도로 ‘가족 친화적인 근무 지원 제도’를 생각한 것도 이 때문이다. 대표적으로는 근무시간 배려제가 있다. 근무시간 중 최대 1시간을 자녀의 등하원 또는 등하교 시간으로 사용할 수 있는 것이다. 특히 이 제도는 반려동물을 키우는 반려동물 부모에게도 해당한다. 매일 산책을 시켜야 하는 반려동물을 돌보는 직원들도 이 제도를 사용할 수 있어요.
“간혹 배변활동을 꼭 밖에서만 하는 반려동물들이 있어요. 이런 반려동물의 엄마, 아빠에게는 산책이 아주 중요한 일과지요. 이들에게도 같은 배려제가 필요하다고 생각했어요”
게더링 시스템으로 대면 모임도 지원
모든 직원이 한곳에 모여서 일하고 있진 않지만, 다같이 지켜야 할 사내 규칙은 있다.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인 정해진 근무 시간에는 연락이 원활하게 돼야한다는 것이다. 물론 휴가나 아이 등하원을 위한 자리비움 시간에는 제외지만, 공식적으로 일을 하고 있는 시간이라고 표기된 기간에는 언제든 연락이 닿을 수 있어야 한다. 또 아이의 등하원 때문에 빠진 근무 1시간은 근무 시간 외에 추가적으로 충당해야 하는 것도 지켜야 한다.
그렇다면 회식은 어떻게 진행할까. 코니바이에린은 게더링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한 달에 한 번씩 회사 구성원과 식사한 비용을 지원한다. 이때 특이점으로는 꼭 같은 팀 팀원과 밥을 먹을 필요가 없다는 것. 임 대표의 설명이다.
“같은 팀원과 밥을 먹어도 되지만, 더 협업을 많이 하는 다른 팀 직원과 밥을 먹을 수도 있잖아요. 두 명이 먹을 수도 있고 셋이 만날 수도 있고. 게더링의 의미는 직원들 간의 화합이니 그 의미만 맞다면 형식은 전혀 중요하지 않아요.”
100% 재택근무를 운영하고 있지만 지난해 12월에는 코니바이에린의 사무공간 ‘코니 오리지널 하우스’를 서울 옥수동에 꾸렸다. 사업 규모가 커지면서 외부 업체와 미팅을 하거나 신제품을 한눈에 보고 회의할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해서 이 공간을 마련했다. 마치 카페처럼 꾸며진 이 곳에도 육아 부모 구성원을 위한 배려가 담겼다. 가장 눈에 띄는 건 일반 사무실에서는 보기 힘든 다수의 보드게임과 유아 책들이다. 이 공간은 아이, 강아지와 함께 올 수 있는 사무실로 기획돼 엄마 또는 아빠가 일을 할 때 아이는 보드게임이나 책을 볼 수 있다. 유모차를 밀고 다닐 수 있도록 장애물 턱도 없앴다. 화장실에는 백화점에서나 볼법한 유아용 낮은 키의 세면대가 설치돼 있다.
“아이와 강아지가 함께 올 수 있는 사무실이죠. 회의실에 평평하고 푹신한 소파가 있는 것도 아이들이 사무실에 와서 차가운 바닥에 눕거나 앉지 않고 편안한 곳에서 놀고 쉴 수 있길 바라는 마음에서 만들었어요. 모든 가구의 모서리를 둥글게 처리한 것도 이 때문이죠”
임 대표의 목표는 코니바이에린을 ‘부모로서 삶을 수월하게 만드는 일을 하는 회사’로 꾸리는 것이다. 임 대표는 제품력으로 이 같은 목표를 이루고 동시에 구성원들에게도 유동적인 근무 환경으로 업무 몰입을 지원하고자 노력한다.
“사무실이 없어도 일할 사람은 일을 하거든요. 학원에 가지 않아도 공부하는 아이는 스스로 공부하는 것처럼요. 저 역시도 재택근무 중이에요. 거창한 대표방은 없죠. 침실 한쪽에 놓은 나무 책상 하나가 제 근무지예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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