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정중앙역~서울역’ 22분…같은 노선이지만, 지역 따라 집값 상승폭↑
[GTX 시대]①
이동시간 고려하면 서울 출근도 편리
강남 구간 연결 시 이동 편의성↑
파주 아파트 공급 넘치는데 일자리 부족
집 값 상승 한계 지적도
[이코노미스트 이병희 기자]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시대가 오고 있다. 지난해 12월 28일 서울역과 운정중앙역을 잇는 GTX-A 노선 2단계 구간 개통으로 경기 서북부 지역의 교통망이 한 단계 업그레이드됐다. 2024년 3월 GTX-A 1단계인 수서~동탄 구간에 이어 두 번째다. 아직 서울역에서 삼성역과 수서까지 끊어져 있는 중간 부분을 잇는 작업이 남아있지만, 수도권에서 서울 중심부로 이동하는 시간을 20분대 수준으로 압축했다는 의미가 있다.
서울역~킨텍스역 16분이면 이동
GTX를 타고 이동하면 어떤 느낌일까. 지난해 30일 서울역에서 운정중앙역까지 GTX를 타고 이동해 봤다. 서울역사 바닥과 천장에는 곳곳에 GTX 타는 곳을 안내하는 표지가 붙어 있었다. 초행이지만 길을 찾는 게 많이 어렵지는 않았다.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지하 9층까지 내려가면 운정중앙역행 열차를 탈 수 있다.
문이 열리고 열차 안으로 들어가자 훅하고 새 차의 냄새가 났다. 실내는 쾌적했다. 좌석 간격은 넓고 여유가 있었다. 자리에 앉아 출발을 기다리는데, 사람들이 하나둘 타기 시작했다. 오후 약 3시쯤이었는데, 문이 닫힐 때쯤 이미 좌석은 빈 곳이 없었다. 앉은 사람이나 서 있는 사람 수가 비슷했다.
운정중앙역에서 만난 한 탑승객은 “운정에 살고 있는데, 서울역까지 얼마나 걸리는지 확인해 보려고 한 번 타 봤다”며 “이 정도 시간이면 사실상 서울에서 이동하는 것과 별반 차이가 없어 아들이 (집에서 서울로) 출퇴근하는 데 무리가 없어 보인다”라고 했다. 또 다른 탑승객은 “시간이 얼마 안 걸리는 점은 좋지만, 일반 지하철과 비교할 때 교통비가 조금 부담될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 운정중앙역에서 서울역까지 교통비는 4450원이다. 서울의 일반 지하철 요금 1450원(기본요금)과 비교하면 3배가량 비싼 편이다. 다만 이동 거리가 32.5㎞에 달한다는 점, 이동 시간이 급격히 단축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합리적이라는 의견도 있다.
GTX-A는 최고 속도는 시속 180km로 2027년(예정) 삼성역까지 연결되면 강남 한복판까지 30분대에 빠르게 접근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운임은 수서~동탄 구간과 같다.
집값 날개단 동탄, 운정은 분위기 반전 한계
부동산 시장에서는 GTX-A 노선 개통에 따른 집값 상승효과에 주목하고 있다. 동탄의 경우 GTX-A 1단계 구간 개통 이후 집값이 큰 폭으로 뛰었기 때문이다. 동탄역 대장 아파트로 불리는 동탄역롯데캐슬 아파트의 경우 전용면적 84㎡ 가구가 2021년 06월 8억1981만원에 거래된 이후 지난해 8월에는 15억8000만원에 매매됐다.
하지만 GTX-A 노선이 지나는 지역이라도 운정중앙역 일대 아파트와는 차이가 있다는 게 부동산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운정중앙역 인근 아파트 가격은 7억~8억원 수준으로 오히려 최고점 대비 가격이 떨어졌다는 것이다.
운정중앙역 인근 대장 아파트로 불리는 ‘힐푸아’(운정신도시아이파크, 운정신도시센트럴푸르지오, 힐스테이트운정)의 매매 가격을 보면 어느 정도인지 짐작할 수 있다. 운정신도시아이파크는 전용면적 84㎡ A타입의 경우 2021년 6월 9억5000만원에 거래됐는데, 등락을 거듭하다가 지난해 10월 7억4100만원에 매매를 마쳤다. 운정신도시센트럴푸르지오eh 사정은 비슷했다. A2 타입의 경우 2021년 6월 최고가인 8억9000만원을 기록했는데, 지난해 11월에는 7억500만원에 거래됐다. 힐스테이트운정도 A타입의 경우 2021년 9월 8억9000만원을 찍었다 하락세를 그리더니, 이후 살짝 반등한 결과 지난해 10월 7억3000만원에 거래를 마쳤다. 세 아파트 모두 3년 만에 1억6000만~2억원가량 가격이 내린 것이다.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GTX-A 노선 개통 기대감에 아파트값이 쭉 올랐다가 거품이 빠지며 안정화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동탄의 경우 대기업과 산업단지가 인근에 있어 일자리가 풍부하고 직주근접이 가능한 데 반해 파주는 사실상 베드타운 역할에 머무를 것이라는 냉정한 평가가 집값에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다.
운정의 경우 꾸준히 아파트가 공급되고 있다는 점도 집값 상승을 제한하는 데 역할을 했을 것이란 평가도 있다. 실제 운정중앙역 일대에는 공사 중인 아파트 단지 모습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2027년까지 파주시에 공급되는 아파트는 약 1만7000가구 수준으로 알려졌는데, 이중 상당수가 운정에 몰려있다는 것이다. ‘공급 폭탄’에 GTX-A를 걸어서 다닐 수 있는 역세권 아파트를 제외하면 개발 호재를 누리기는 쉽지 않을 수 있다는 해석이다.
운정의 한 공인중개사는 “대출 규제와 부동산 시장 침체로 거래가 뜸해진 상황에서 GTX-A 개통으로 기대감이 조금 살아나는 분위기이지만, 통탄만큼 집값이 오르는 분위기를 만들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또 다른 공인중개사는 “GTX의 나머지 구간 개통이 이뤄지고 30분대로 강남에 진입할 수 있게 되면 제한적이지만, 집값이 오를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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