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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기댈 곳 필요한 불안한 세상…올해는 더 나으리라는 희망을 [이코노 헬스]

불확실성 컸던 2024년…
‘지난해보다는 올해가 나을 것’이라는 기대 가져야

2025년 1월 1일 오전 한반도 육지에서 해가 가장 먼저 뜨는 울산시 울주군 서생면 간절곶에서 해가 떠오르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샘정신건강의학과의원 김상욱 원장] 어느새 또 새해가 왔다. 모두가 연말연시를 특별하게 여기는 이유라면 한 해를 마무리하고 새해를 준비하는 시기라는 점 때문이 아닐까 싶다. 상담실을 찾는 사람들도 매년 12월 말과 1월 초면 어김없이 과거에 대한 성찰과 반성, 미래 전망과 계획을 이야기하곤 한다. 

한두평 남짓한 아담한 진료실에서도 올 한해가 어땠는지 대충 가늠해볼 수 있는 이유라면 이유겠다. 합리적인 추측으로 미래를 온전히 그려낼 수 있으면 좋으련만, 세상사 최대한 합리적으로 확실하게 예측하려고 노력해도 생각조차 못한 변수가 늘상 튀어나오기 마련이다. 

건강과 가족에서부터 거시경제 상황에 이르기까지 방심할 수 있는 부분이 없다. 경우에 따라선 여러 변수가 폭발적인 반응을 일으키며 개인이 버틸 수 없는 고통을 야기하기도 한다. 적지 않은 사람들이 변수에 맞서 싸우는 과정에서 상담실을 찾는 배경이다. 

30대 남성 A씨가 그랬다. 개인 사업을 하는 A씨는 당시 사업장 인수 문제로 고민이 컸다. 나아지는 듯했던 경제 상황이 혼란스러워졌기 때문이다. 갑자기 환율이 급등하고 금리가 오르면서 자금 수혈이 어려워졌다. 지금 이 순간만 버티면 잘 풀릴 사업인데, 자금 경색을 버티다가 사업 전체가 고꾸라질까 걱정이라고 한숨을 푹 내쉬던 A씨였다.

문제는 불확실성이었다. 사업을 계속 이어가기로 결정했지만 불안감을 떨쳐낼 수 없다고 A씨는 말했다. 불확실성을 안고 가자니 사업이 망할까 걱정, 인수한 사업을 접자니 몇 년만 버티면 될 사업을 내다 버린 꼴이 될까 걱정이 든다고 말했다. 그가 사업을 하면서 지병이 된 불면증에 더해 최근 공황 발작까지 겪게 된 배경이었다.
 
그럼에도 A씨는 상황을 이겨내려 안간힘을 쓰는 듯했다. 일과 사업, 상담과 약물치료에 국한된 이야기는 아니었다. 그는 주말이면 매번 모 산사에서 108배를 드린다고 했다. 그가 말한 이유는 이랬다. “내 손으로 할 수 있는 게 없다는 사실이 사람을 미치게 만들더라고요. 그래서 지푸라기 잡는 심정으로 치성이라도 드리고 있어요. 살려달라고 비는 거죠”

A씨의 상황에 치성이라는 단어가 퍽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었다. 불확실성에서 오는 불안, 이 불안을 조금이라도 줄여보려는 몸부림이라는 점에서 그렇다. 주로 민간신앙이나 의례에서 자주 쓰이는 이 단어는 정성을 다해 빌고 기원한다는 뜻을 포함하고 있다. 하지만 바라는 것이 무엇인지, 나아가 누가 누구에게 치성을 드리는지에 대해서는 가능성이 열려 있다. 

A씨와 마찬가지로 사업 성공과 불안 해소를 바라더라도, 다른 방식의 치성을 통해 마음의 안정을 찾을 수 있다는 거친 해석도 있다. 40대 자영업자 B씨를 보며 떠오른 생각이다. 세상 돌아가는 분위기를 손님 수와 회전율로 몸소 느낀다던 B씨는 지난 상담에선 한 책을 들고 왔다. 풍수지리 책이었다. 

다만 내용은 단순히 입지 조건을 따지는 데서 한 걸음 나아간 듯 보였다. 책에는 점포 안의 기물을 다르게 배치하고 수맥을 따져 차단하는 식으로 풍수를 설계해야 한다는 주장이 담겨 있었다. 이미 그에게 음양오행과 사주팔자에 대한 설명을 들었던 터라 풍수지리를 설명하는 B씨의 모습이 생소하진 않았다. 핵심은 그 다음이었다.

“이렇게라도 안하면 불안해서 장사 못해요. 요새 무슨 일만 터지면 뜨내기 단골 안 가리고 발길이 뚝 끊기는데 어떡하나요. 마음을 진정시키려면 뭐라도 해야죠” A씨가 치성의 방식으로 108배를 선택했다면, B씨는 사주와 풍수지리로 나름대로 치성을 드리고 있었던 셈이었다.

물론 두 방식 모두 합리적이라 말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 노파심이긴 하지만 전문가가 아닌 사람을 통해 치성을 드리다가 잘못된 길로 빠지는 사람의 이야기도 간간이 들려오곤 한다. 경계할 부분이 없지 않다. 하지만 최소한 정신건강 측면에서는 합리적 선택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름의 인지 치료가 될 수 있겠다는 조심스러운 추측이다. 앞서 언급한 A씨도 다르지 않다. 약물치료와 함께 108배를 이어나가고 있는 그는 공황 발작과 불면증을 조금씩 이겨내고 있다.

매년 미래 전망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있노라면 새삼 떠오르는 말이 있다. 사람들 보는 눈 다 똑같다는 격언이다. 한 해에 대한 평가가 대체로 수렴한다는 점에서 그렇다. 특히 이번 연말엔 압도적 다수가 비슷한 평가를 내놓는 듯하다. 한줄평으로는 단연 다사다난(多事多難)이 가장 많다. 청년·장년·노년 모두 다르지 않았다. 그래서인지 미래를 불확실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많아졌고, 불확실성에 불안해하는 사람도 늘었다. 불확실한 미래에 대처하는 자신만의 ‘노하우’를 들을 기회도 상대적으로 많아졌다. 바람 잘 날 없는 현재에 미래 불안감이 커졌을 수 있겠다는 걱정이 들면서도 자기 나름대로의 불안 해소 방식을 찾아나가고들 있다는 안도 아닌 안도가 든 이유다.

완전히 안도할 수 없는 이유를 든다면 불안의 근원을 뿌리뽑을 수 없다는 안타까움 때문일 것이다. 우리가 몸담고 있는 세상이 평화로워야 우리 마음도 평안해지는 법이다. 정신건강 전문의는 내담자와 함께 불안감을 줄여나갈 수는 있지만, 불안한 세상을 바꿀 능력은 없다. 결국 세상사에 관해서는 조금이라도 빨리, 조금이라도 더 많은 사람이 안정을 찾기를 치성을 드리는 수밖에 없다.

다만 희망은 가질 수 있다. 마음의 고통을 조금씩이나마 이겨낸다면 언젠가 좀 더 편안한 세상에서 미래를 그릴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다. 그러니 연초에는 지난해보다 올해가 나으리라는 기대를 다 같이 가져보면 어떨까 싶다. 기대에도 불구하고 몸과 마음이 너무 힘들다면 정신건강 전문의를 최대한 빨리 찾으라는 권유 또한 덧붙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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