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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0만 노인이 사는 곳…‘시니어 주택’ 뜨나

[시니어 대한민국]③
5명 중 1명은 노인, 맞춤 주택은 1% 남짓
정부 규제 푼다…대기업, 시니어 레지던스 주목

서울 시내 한 부동산중개업소를 노인이 지나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이코노미스트 선모은 기자] 우리나라가 초고령사회에 진입하면서 산업계도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특히 건설·부동산 관련 기업들이 고령 인구에 초점을 맞춘 ‘시니어 주택’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노인들에게 맞춘 더 편한 주거 공간, 병원과 더 가까운 주거 지역을 선호하는 이들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행정안전부(행안부)에 따르면 2024년 12월 23일 기준 65세 이상 주민등록 인구가 1024만4550명을 기록했다. 전체 주민등록 인구인 5122만1286명의 20%다. 우리나라가 이른바 초고령사회에 진입하면서 노인들의 주거환경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병원을 품은 아파트, 이른바 ‘병품아’가 부동산 시장에 새로운 트렌드를 이끌 것이란 전망도 있다. 역세권 근처에 병원까지 있는 ‘병세권’도 신조어로 등장했다.

문제는 고령 인구가 편하게 생활할 수 있는 주택 공급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주택산업연구원에 따르면 60세 이상의 노인 가구는 2022년 기준 775만 가구로 전체 가구의 36%에 이른다. 하지만 노인 전용 주택은 9000여 가구, 노인에게 적합한 시설 기준을 적용해 건설된 주택은 2만1000여 가구에 그치는 것으로 조사됐다. 노인을 대상으로 공급된 주택도 3만여 가구로 전체 주택 공급 수의 1%에 못 미친다. 전체 노인 가구와 비교해도 1% 미만이다.

현대·롯데, 대기업 관심

이런 흐름에 맞춰 국내 건설사들은 고령 인구에 적합한 시니어 주택 사업을 확대하는 데 관심을 보이고 있다. 시니어 주택은 고령 인구가 편하게 생활할 수 있는 주거 공간을 말한다. 고령자 복지주택(공공임대)과 실버스테이(민간임대), 실버타운(노인복지주택) 등이 해당한다. 대개 민간 기업이 운영하는 곳일수록 이용료가 비싸기 때문에 소득 수준이 높고 건강한 노인들이 주로 실버타운에 입주하는 경우가 많다. 

건설사들은 중간 정도의 소득 수준과 건강 상태를 유지하는 노인이 살만한 시니어 주택에 주목하고 있다. 정부도 지난해 7월 시니어 주택 공급을 확대하기 위해 2015년 폐지한 분양형 실버타운을 전국 89개 인구감소지역에서 허용하기로 했다. 시니어 레지던스 조성을 위한 건설 자금에 주택도시기금 공공지원 민간임대 융자도 지원했다. 도시 한가운데 있는 시니어 레지던스를 향한 수요가 늘어날 환경이 조성된 셈이다.

건설사들도 도심형 시니어 레지던스 사업에 주목하고 있다. 현대건설은 서울 은평구 진관동에 ‘은평 시니어 레지던스’를 짓고 있다. 은평 시니어 레지던스는 지하 6층부터 지상 14층까지 214가구(임대)가 입주할 수 있는 규모의 주택이다. 현대건설은 고령 인구 증가 흐름을 고려해 시니어 레지던스 조성 사업을 시작했고 경기 용인 수지구 고기동에도 892가구 규모의 ‘고기동 시니어 레지던스’ 사업을 진행 중이다.

롯데건설도 서울 마곡지구 복합단지에 시니어 레지던스 ‘VL 르웨스트’를 공급한다. VL 르웨스트는 지하 6층부터 지상 15층까지 810가구 규모의 주택이다. 롯데건설은 주택에 입주할 노인의 생활 형태를 고려해 VL 르웨스트 입주민에게 의료에 특화한 주택 설계와 커뮤니티, 입주민 서비스를 지원한다. 교통 여건도 우수하다. 지하철 5호선 마곡역, 지하철 9호선·공항철도 마곡나루역이 근처다.

한미글로벌의 부동산개발 자회사 한미글로벌디앤아이는 115가구 규모의 시니어 레지던스 ‘위례 심포니아’를 건설했다. 시니어 레지던스인 만큼 세대에 비상벨이 설치돼 있고 전담 영양사가 건강식을 제공하거나 컨시어지를 비롯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간호사실·헬스케어실·프로그램실·골프·사우나·피트니스 등 커뮤니티 시설도 마련돼 있다. 서울 송파구 장지동에 있어 위례 인근의 편의시설을 활용할 수 있는 점도 강점이다.

병원 접근성 높이면 비용 부담 증가, 건설사는 수익성 고민

다만 이들 기업이 시니어 주택 사업을 제대로 추진할 수 있을지는 지켜봐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늘어나는 고령 인구와 정부의 지원 등 기업들이 시니어 주택 사업을 추진할 환경은 마련됐으나 성공 사례가 많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2000년대 초반 지방에 우후죽순 생겨난 실버타운 가운데 일부는 ‘경치 좋은 감옥’이라고 불리며 외면받기도 했다. 가까운 병원과 편리한 요양 서비스를 내세워 입주자를 모집한 뒤 거액의 보증금을 편취하는 사기 문제가 벌어진 일도 있었다.

당시 실버타운 사업에 뛰어든 건설사 가운데 일부는 분양 이후 입주민을 외면했다는 비난도 받았다. 특히 분양형 실버타운의 경우 사업자가 분양대금만 받고 운영은 모르쇠로 일관한다는 우려도 쏟아졌다. 시니어 주택 사업 중에서도 실버타운을 비롯한 노인복지주택은 임대사업이지만, 입주자에게 맞는 식사·건강·여가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 노인들이 실버타운을 찾는 것은 혼자서 가정일과 건강관리 등을 모두 감당하기 어렵기 때문인데, 이런 서비스를 제공해야 실버타운으로서의 의미가 있다는 뜻이다. 

시니어 주택 사업이 아직 걸음마 단계이기 때문에 기업들도 안정적으로 수익성을 확보할수 있는 방안을 찾지 못해 고민하고 있다. 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수도권 외곽에 시니어 주택을 지을 경우 병원 인접성과 생활 인프라를 우선하는 노인들에게 외면 받을 수 밖에 없고, 그렇다고 서울 주요 병원 인근에 지으면 건설사 입장에서 수익을 낼 수 있을 지 장담할 수 없다”고 했다. 주요 병원 상당수가 서울 강남 등 핵심 지역에 있는데, 이런 곳에 시니어 주택을 지을 경우 임대료가 높게 책정될 수 밖에 없어 분양이 어려울 수 있다는 것이다. 또 다른 건설업계 관계자는 “서울 강남이나 송파 등 핵심 지역에서는 (시니어 주택 사업보다) 다른 사업을 하는 게 훨씬 더 많은 수익을 낼 수 있어 굳이 주요 병원 근처에 시니어 주택을 지을 요인이 떨어진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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